정제유로 위장수입한 저급 재생유와 등유, 경유 혼합
관리 사각지대 개선 및 등유 대체 식별제 조속 도입 필요

▲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입 저급 재생유를 혼합한 가짜석유 제조.판매 일당을 검거한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에너지신문] 일반 정제유로 위장한 저급재생유를 수입, 등유에 혼합해 가짜석유를 제조·유통한 일당이 적발됐다.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수입 석유중간제품을 가짜석유의 원료로 활용한 첫 사례로 보다 지능화된 범죄수법의 등장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관리원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서울지방경창철에서 폐기물업체를 중심으로 석유중간제품을 수입, 이를 활용해 가짜석유를 제조 판매한 일당 2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전북 소재의 폐기물 업체를 설립, 싱가포르에서 일반 정제유로 위장수입한 저급 재생유와 등유를 4대 6의 비율로 혼합, 이 혼합품을 다시 경유와 5대 5로 섞는 방식으로 520만 ℓ의 가짜 석유를 제조했다.

이 가짜석유는 지난해 10월 2일부터 12월 28일까지 15회에 걸쳐 용인시 처인구 소재 D주유소 등 수도권 주유소에 55만ℓ, 6억 2000만원 상당이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 이중저장탱크를 매립하고, 주유기에도 이중밸브를 설치하는 한편, 명의만 빌린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허위진술 및 대리 처벌을 조건으로 금품 제공을 약속하는 등 교묘하고 치밀한 범행을 저질렀다.

또한 이번 가짜석유 제조 판매에는 조직폭력배인 주유소업주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평택시 소재 K주유소 업주인 P모씨(39)는 관리대상 폭력조직인 대전 ‘신한일파’ 소속으로 가짜경유 제조 판매에 동참했으며, ‘광명사거리파’ 폭력배 L모씨(36)는 유통과정에서 폐기물업체에 주유소를 소개하는 등 사건에 깊숙이 개입해 충격을 안겼다.

▲ 저급재생유를 위장수입, 등유에 혼합해 가짜경유를 제조한 일당이 검거됐다. 그림은 사건 개요.

무엇보다 이번 가짜석유 적발은 일반적으로 등유와 경유를 혼합하는 가짜경유 제조 방식에서 더욱 지능화된 수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짜석유 제조를 목적으로 폐기물 수입업체를 설립, 위장수입을 통해 관리 사각지대를 노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송용 석유제품, 즉 휘발유‧경유‧LPG와 바이오디젤 등은 석유관리원에서 엄격하게 품질과 유통을 관리한다.

반면 이번처럼 수입 정제유로 위장 수입된 경우 관세청과 환경부의 관리해야 하나, 제품 품질 관리에 대해서는 역량이 부족해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로 알려졌다.

광역수사대는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 수사에서 적발된 재생유는 밀도가 높고 친환경 물질인 바이오디젤이 포함되지 않은 석유중간제품(저급재생유)”라며 “자동차에는 사용할 수 없으나 폐기물업체에서 이를 수입해 주유소에 불법 판매‧유통한 것으로 국내에서 최초 적발 단속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으로 제조된 가짜석유는 차량 부속품의 조기 마모와 유해 가스 배출을 통해 국민 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며, 세금 탈루를 통한 유통질서 혼란을 야기한다”며 “현재 이들의 추가범행을 조사 중이며, 유사 사례가 없는지 석유관리원과 함께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가짜석유 수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석유 유통과정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수입재생유를 활용한 사례가 적발됨에 따라 유관 부처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관리·검사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등유 식별제 역시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은 등유의 대체 식별제 도입을 검토 중이며 조속한 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부산항을 통해 위장수입된 저급재생유를 석유관리원 및 서울지방경찰철 광역수사대가 확인하고 있다.
▲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들이 수입한 저급재생유를 활용해 가짜석유를 제조한 폐기물업체의 위험물저장탱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