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식 (사)한국주유소협회 회장

[에너지신문] 최근 전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자동차를 출시하고 있으며, 다수의 전문가는 오는 2020년경 전기자동차가 전체 자동차시장의 2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기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반대로 주유소 업계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소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기존 주유소는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전기차 보급 확대가 주유소 업계에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주유소 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유소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경제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충전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전기차가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춘다고 해도 결국 충전이 어렵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유소는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하는 인프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총 1만 2089개로 산간오지를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전국 중요 거점지역의 대부분 주유소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입지여건이 매우 뛰어나다.

즉,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른 부족한 충전인프라는 결국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주유소를 이용해 왔던 소비자들 역시도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에 매우 익숙하다는 점도 전기차 보급에 있어 주유소 역할 확대를 기대케하는 요인이다.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주유하듯이 주유소에 들려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 미래 에너지시장에서의 주유소의 역할이 될 전망이다.

물론, 정부도 주유소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민안전처에서는 주유소에 설치하는 전기차용 충전기의 방폭(폭발 방지) 성능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개정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그동안 주유소가 전기차용 충전기를 주유소내에 설치하고자 하면, 반드시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방폭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전기차용 충전기가 주유설비 등에서 일정거리 이상 떨어져 있으면 방폭 성능이 없어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주유소협회와 공동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전기차 충전설비가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형마트 위주로만 구축돼 있어 부족한 충전인프라를 기존 주유소를 활용해 유료충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하는 것에 비해 충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차 총전기의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고, 설치한다고 해도 현재로선 수익모델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희망하는 주유소에 대한 설치비용 지원 등 정책적인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유소 사업자들 역시도 전기차 보급 확대가 주유소업계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보다는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미래 에너지시장에서도 주유소가 친환경 종합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영상 변화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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