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방식, 용기→벌크 ‘급변’…유력 에너지인프라 부상
배관망 확산에 블루오션 재조명…기기·시공업계도 관심

[에너지신문] 반란이 아닌 부활이다. LPG, 그중에서도 프로판 시장의 수요 증대가 가시화됐다. 내주기만 하던 가정상업용 시장에서 지난해부터 회복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산업용 시장에선 도시가스를 거세게 위협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저유가가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업계는 공급시스템의 변화를 근본적 요인으로 지목한다. 프로판 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돌렸다는 평가다.

프로판의 화려한 부활, 8할은 소형저장탱크

올 1분기 LPG소비량 집계는 프로판 시장의 부활을 공식화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1~3월 3개월간 국내에서 소비된 프로판은 총 107만 3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38.5%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증가세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2015년 1분기 소비량은 그 전년인 2013년 소비량보다 10.8% 증가한 78만 2000톤이었다. 또한 지난해 LPG 전체 소비량은 1.1% 줄었지만 프로판 소비만 떼놓고 보면 15.5%나 늘었다. 해마다 5~7%씩 줄어들며 LPG 수요 약세를 견인해 온 시장이었음을 상기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같은 변화는 가정상업용 시장에서의 회복세에 기인한다. 도시가스에 밀려 2001년 248만톤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소비량은 거듭 축소됐다. 하지만 정부가 소형저장탱크 보급 및 마을단위 배관망 구축 정책을 펼치면서 수요가 반등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급시스템의 변화를 지목한다. 소형저장탱크 보급 확산으로 벌크공급이 일반화되며 연료의 고질적인 단점을 해소, 정부 정책 확산과 수요 증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LPG는 196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특히 프로판은 20~50kg 용기를 중심으로 가정상업용 연료로 확산됐다. 하지만 연료생산 또는 수입 후 충전소와 판매소를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4단계 이상을 거치는 복잡한 유통구조는 연료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용기소유권 혼재로 관리가 안 돼 미관은 물론 안전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비싸고, 위험한 연료라는 인식은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도시가스 확대정책이 LPG업계 외에는 큰 저항이 없었던 것도 부정적인 연료 이미지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업계간 이해관계가 달라 해법도 찾지 못했다.

산업이 위축되던 중 2000년대 들어 기회가 찾아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량 수요처에서 3톤 이하의 소형저장탱크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 소형저장탱크는 용기에 비해 안전관리가 원활하고 미관측면에서도 우수했다.

유통단계가 한 단계 줄어든 데다 대량공급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경제적이라는 강점이 돋보였다. 여기에 0.5톤 소형저장탱크 등장은 보급 확산에 날개를 달았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한 업계는 에너지복지 해법으로 소형저장탱크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LPG수입사들의 단체인 대한LPG협회가 자금을 출연하고, LPG충전사업자들의 단체인 한국LPG산업협회가 실무를 맡아 사회복지시설에는 소형저장탱크 보급을, 농어촌 마을에는 소형저장탱크를 활용한 배관망 구축을 시범적으로 수행했다.

2014년 하반기 유가급락 후 저유가가 이어지며 연료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업 효과는 극대화됐다. 이에 정부도 농어촌 등 에너지소외층의 복지 실현의 대안으로 소형저장탱크를 주목, 정책 지원에 나섰다.


배관망 만난 프로판, 에너지복지 대안 ‘주목’

특히 정부는 배관망 구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의 에너지복지 해결을 위해 고심해오던 정부는 지난 2014년 18개 마을을 대상으로 벌인 시범사업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한국LPG산업협회가 지난 2014년 이래 배관망 사업이 진행된 65개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 LPG 용기 대비 30~50% 정도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도시가스와 실내등유 등 경쟁 연료 대비해서도 10~20% 가량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등 연료 소비량이 많은 상업시설의 경우 연 1000만원 안팎의 비용 절감효과를 누렸으며, 가스사용의 안전성과 편리성이 향상 대폭 향상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미관 및 에너지공급 인프라 개선에 주거 환경 향상으로 배관망 설치 지역의 경우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흑산도와 같은 도서지역의 경우 안정적인 연료공급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지자체 역시 도시가스 대비 투자비용은 적으면서 주민 만족도가 높은 배관망 사업을 반겼다. 경기도와 충남도는 아예 자체예산을 들여 각각 16개, 6개 마을에 배관망구축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수한 성과에 정부는 사업 확대를 결정했다. 우선 전담조직인 한국LPG배관망사업단을 지난 2월 출범시켰다. 또한 3000세대 이상의 군단위를 대상으로 한 LPG배관망 설치를 추진키로 했다.

올해 강원 화천읍, 경북 청송읍, 전남 진도읍에 시범사업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2020년까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12개 군 지역에 대한 사업을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물론, 국토부와 농림부 등도 그린벨트, 농산어촌의 에너지복지향상 대안으로 가치를 인정, 협업을 모색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농어촌지역의 도시가스 공급은 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경제성이 낮다”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낮아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배관화를 통한 안전관리와 편리성을 향상시킨 LPG배관망 공급 방식은 농어촌 에너지공급의 대안으로 효용성이 높아 향후 부처간 협력을 통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관망’, 시장을 만들다

프로판 시장의 부활은 산업에 활력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배관망 사업은 소비 증진과 직결돼 수입사, 충전·판매소 등 연료공급·유통업계의 수익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관업계에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정부의 대형 사업에 소형저장탱크 와 같은 제조업체들이 모처럼 활력을 찾았다는 평가다.

특히 소형저장탱크 업계의 성장은 눈부시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를 받은 3톤 미만 LPG소형저장크는 1만 7109기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1만 2441기) 보다 37.52%(4668기) 늘어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정부 정책 외 민간에서도 벌크공급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 시장의 선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소형저장탱크에 부착되는 밸브, 기화기 업계 역시 견조한 실적을 누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격 경쟁에 내몰렸던 과거와 달리 품질 우선 환경이 조성되면서 산업 체질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고 있다.

중소 시공업계도 선전하고 있다. 도시가스 등 대규모 연료공급 인프라 건설이 대부분 완료된 상황에서 배관망 구축사업은 시공업체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 됐다. 낮은 시장성으로 LPG 시공을 접었던 업체들이 회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업계도 있다. 도시가스로 중심을 옮겼던 보일러 업계는 최근 LPG시장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도시가스시장 포화로 가스보일러시장이 정체된 현 시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엎고 진행 중인 배관망사업의 보일러시장에 재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업체는 군단위 사업 확대를 겨냥해 LPG보일러 생산 확대 및 기술 개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 누리려면 내부 분열 경계해야

모처럼의 성과지만 우려도 있다. 지나친 내부 경쟁이다. LPG업계 내에서는 주도권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충전, 판매단계의 사업자 간 신경전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일부 판매사업자는 민간자본과 손잡고 별도의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소형저장탱크 설치 또는 배관망 구축 시 지자체 예산과 주민 부담 등을 대신 부담하되 장기적인 운영권을 보장받겠다는 것.

이 경우 공공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반면, 민간의 수익성 신장을 위한 소비자 혜택 감소가 우려된다. 또한 정부 사업과 비교가 불가피해 오히려 정책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 호황을 틈탄 업체의 난립도 우려스럽다. 공급업체의 증가는 결국 과잉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소형저장탱크업계의 경우 수입품과 국산품의 가격 경쟁으로 외연은 확대되고 있으나 업체의 탱크당 마진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관망 사업 확대는 LPG산업에 모처럼 찾아온 소중한 기회”라며 “이를 제대로 활용, 산업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상생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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