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지저분한 회색용기 이미지부터 바꾸자
싸고, 편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경쟁력 갖춰야

[에너지신문] 5월 둘째 주 현재 전국에서 LPG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부산이었다. 가정용 프로판이 kg당 1873.86원이었고, 자동차용 부탄이 kg당 2132.71원이었다.

반면 가장 저렴한 지역은 프로판의 경우 경기지역으로 kg당 1561.78원으로 최고가에 비해 무려 312.08원이 저렴했다. 부탄은 인천이 kg당 1738.00원으로 최고가와 비교해 394.71원 이상 저렴했다.

가격이 가장 비싼 부산의 LPG가격은 실제 운송비가 가장 비싼 지역인 제주보다도 가격이 높았고, 전국 평균가인 프로판 1693.15원, 부탄 1909.76원과 비교해도 프로판의 경우 180.71원이, 부탄의 경우 222.95원이 비쌌다.

그럼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업계가 소비자에게 가져가는 마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물을 사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마시는 물을 사먹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정수기 놓는 경우보다 오히려 정기적으로 배달을 통해 식수를 공급받는 곳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생수 역시 그 브랜드와 공급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LPG의 유통구조도 사실 생수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LPG는 여전히 불편하고, 불안하다.

LPG도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제품의 질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골라서 배달받을 수는 없는 걸까? 대중연료로서 더 이상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LPG도 인식과 공급체계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때다.

응답하라! 대중연료 ‘LPG’

응답하라 1998 제14화 ‘덕선이네 가스레인지가 들어오던 날’ 편에서는 가스레인지 하나로 세상을 다가진 듯 기뻐하는 엄마 일화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됐던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LPG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취사용으로 LPG의 사용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사용했던 석유곤로와 연탄은 LP가스의 대중화와 함께 역사의 뒤편으로 점차 사라졌다.

1980년대 후반 LPG는 편리하고 저렴하며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급격히 보급이 확대됐다. 짧은 시간 LPG가 가정용 연료로 전환될 수 있었던 이유는 편리한 사용방법과 청정성, 저렴한 에너지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시대 LPG는 이제 경쟁연료에 밀려나 연탄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석유곤로처럼 사라질 위기를 걷고 있다.

LPG업계가 해결해야할 구조적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바로 복잡한 유통구조다. 수입·정유사→충전소→판매업소→사용자로 이어지는 도시가스보다 한 단계 많은 유통구조가 근본적으로 LPG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또 다른 수요감소 이유는 과거 가스에 밀려 사라진 석유곤로나 연탄처럼 현재의 LPG의 이미지는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점이다. 결국 비싸고,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가정용 연료로서의 LPG는 그 수요가 감소하는 있는 상황이다.

규모가 영세한 판매사업자들은 도시가스에 의해 판매처를 잠식당하자 줄어든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마진을 지속적으로 인상했고 그 결과 LPG에 대한 사용자 인식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회색의 지저분한 용기 이미지와 여전히 불편한 사용방법도 LPG를 사용자들이 점차 멀리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과거의 영광, 아직도 가능하다

20kg, 50kg 용기에 담긴 가정용 LPG의 사용량 감소와 관계없이 여전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LPG가 있다. 바로 부탄캔이다.

과거 연간 3억 5000만 관까지 유통됐던 부탄캔 역시 한때 1억 8000만 관까지 그 수요 감소하며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그 수요를 회복해 연간 2억 3000만 관의 안정된 내수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부탄캔시장이 안정적인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자동화를 통해 제조사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활용처를 지속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편리한 사용방법과 함께 제품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고민도 사용량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업계를 중심으로 무거운 철제 용기에 회색으로 대표되는 LPG를 용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LPG용기의 색상을 자유롭게 하는 한편 그 용량도 15, 13, 10, 5.3kg 등 이전과 달리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kg 50kg 용기로 대표됐던 LPG는 전기압력 밥솥과 외식문화의 증가와 초핵가족화 된 주거문화의 변화로 인해 취사용 수요마저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 2~3개월이면 한 가정에서 20kg 용기 하나를 사용했다면 최근엔 작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사용하는 집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PG용기의 회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손실도 적지 않다.

음식점 등 사용량이 많은 가정이나 수요처의 경우는 소형저장탱크가 보급되고 있고, 정부를 중심으로 한 마을단위 배관망 사업의 확대로 인해 용기의 수요처는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결국 현재의 LPG용기업계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개선과 함께 보다 안전한 사용기구와 용기, 기존의 LPG용기의 이미지를 개선할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안전한 제품과 깨끗한 이미지로의 변신이 중요하다. 여기다 LPG가 가진 손쉬운 보관과 사용방법, 다양한 사용처만 확보할 수 있다면 마치 부탄캔처럼 LPG용기 역시 경쟁력은 언제든 회복할 수 있다.

이미 마을단위 배관망 사업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국내 LPG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제는 용기 차례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할 때다.

최근 유가 감소로 인해 LPG도 타 에너지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회복했다. 이제 대중연료로서 인기 있던 다시 80~90년대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사용처와 사용방법, 이미지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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