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은 감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커져
원자력, 당분간 지속…신기후체제 징검다리

[에너지신문] 지난해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을 공언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주형환 장관 취임 이후 신기후체제 대응의 핵심인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신기후변화 체제 대응과 함께 여전히 취약한 우리나라 에너지자립 기반을 다진다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의 시작으로 그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너지신산업 육성에는 큰 걸림돌들이 존재한다.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이었던 제조업계는 당장 높은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에 상당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여기에 장기화되고 있는 저유가 상황 역시 에너지신산업 육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신기후변화 체제에 대응한 세계 각국의 전력믹스 현황 및 신기후 체제 하에서의 에너지원별 전망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해 봤다.

경제적 논리로만 대응할 수 없어…투자 중요
화석연료 CO2 저감 ‘CCS 산업’ 급성장 예상

◆세계 전력시장, 재생에너지 약진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8월 오바마 정부의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의 후속 조치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32% 감축하고, 효율 향상을 통해 7%의 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3년 기준 미국의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석탄이 39%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가스(27%), 원자력(19%), 신재생(13%) 순이다. 그러나 청정전력계획이 실현되면 가스가 33%로 1위로 올라서게 되며 석탄은 27%로 약 12%가 줄어들게 된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로 대폭 올라가고 원자력은 여전히 19%로 현상유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원전 가동을 전면 중지시켰으나 경제성 문제로 지난해 8월 샌다이 원전 1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2010년까지 일본의 석탄발전 비중은 25% 수준으로 원자력 및 가스(각 29%)에 비해 낮았으나 원전사고 이후 전력부족으로 2013년 기준 31%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2030년까지 일본 정부는 원전사고 이전 수준(26%)으로 석탄 비중을 줄일 방침이다. 가스발전은 2013년 41%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나 역시 2030년까지 원전사고 전과 비슷한 수준인 27%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목되는 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다. 일본 정부는 2013년 기준 11%대였던 신재생 비중을 2030년까지 22~24%로 두 배 이상 늘일 계획이다. 이는 2030년 기준 가스, 석탄과 비교할 때 5% 이내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원자력(20~22%)보다는 오히려 높다.

유럽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 2010년 7%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14년 20%까지 급성장 것이 눈에 띈다. 2014년 기준 석탄(31%)과 가스(29%)의 비중은 여전히 높으나 원자력(20%)과 동일한 수준을 이미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 제로화’를 선언하고, 대신 가스, 석탄 등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30년까지 50:50으로 구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너지효율은 2008년 대비 2020년 10% 이상 높이고 CO2는 1990년 대비 2030년 55%를 감소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원전 대국인 프랑스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에너지전환법’에 따라 원자력 설비 용량을 현재 수준(63GW)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3년 73%인 원자력발전 비중이 2025년 50%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대신 2013년 18% 수준이던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40%로 두 배 이상 늘리고 화석연료는 2030년까지 현행 대비 30% 감축할 방침이다.

선진 각국의 청정발전 믹스 정책의 공통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비중은 줄어들거나 현상유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신산업 추진에 있어 의미 있는 시사점으로 볼 수 있다.

◆청정전력으로 가는 징검다리, 원자력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로 위상이 크게 떨어진 원자력발전이지만, 아직까지는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원자력은 낮은 발전단가에 따른 경제성을 갖췄다는 점과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에서 강력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원전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및 중동, 동남아는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거나 원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원자력은 현재까지 그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시 재앙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는데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및 수명이 다한 원전의 해체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치명적 단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다수의 에너지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경제성 및 기술적 부분에서 불완전한 재생에너지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원전이 청정전력으로서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며, 재생에너지 성장과 비례해 그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이 과거의 화석연료 시대에서 미래의 청정에너지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징검다리 역할이라 해도 이는 장기적인 관점이며, 향후 수십년간 원자력은 주요 발전원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신형원전 APR1400의 상용화에 이어 2025년까지 안전성을 더욱 높인 차세대 원전 ‘APR+’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이후부터는 국내 원전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안전성을 극대회한 소형원전을 중동과 동남아 등 원전 수요국으로 수출, 전력 생산수단에서 주요 수출품목으로의 변신을 꾀할 전망이다.

◆석탄이 줄면 가스가 뜬다

가스를 이용한 대표적인 발전설비인 LNG복합화력은 현재 국내에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기저발전인 원전과 석탄화력 가동만으로도 전력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굳이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첨두부하 방식의 LNG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9.15 정전 직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며 급증했던 민간 LNG발전소는 국내 전력수급의 효자 역할을 하며 발전사들에게도 쏠쏠한 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후 예비전력 확보에 여유가 생기자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으며 여기에 SMP(계통한계가격)마저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익률도 점차 악화됐다.

대표적으로 민간발전사인 GS EPS가 운영하는 당진복합화력 2호기의 경우 거의 제로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LNG복합을 운영 중인 다른 발전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후체제가 도래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다시 가스발전이 전성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과 함께 전력수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 가동이 감소하게 되면 가스발전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LNG를 이용한 발전의 kWh당 전력생산단가는 약 135원으로 석탄 대비 약 3배가량 비싸지만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전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부합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확정된 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에서도 석탄 비중은 줄어든 대신 LNG 비중은 소폭 증가했다.

7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석탄을 줄이고 신규원전 2기를 반영함으로써 그 공백을 메우려 했으나 강한 반대여론에 직면한 바 있어 이후 더 이상의 추가원전 건설에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줄어든 석탄 비중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인 상황이다.

따라서 가스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기후 체제에 부합하는 발전원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갈 전망이다.

◆신기후 체제, 최대 수혜자는 CCS?

신기후 체제는 인류가 약 150년간 이용해오던 석탄자원과의 결별을 선언하는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각 국의 에너지믹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석탄을 이용한 발전 방식은 점차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탄화력이 단기간에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현재까지 석탄은 전세계 발전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40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36%대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 의무량이 크지 않은 개도국들에게는 여전히 석탄이 가장 중요한 전력공급 수단이 될 것이다.

기존의 석탄화력설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면 그 수명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갈 수도 있다. 석탄화력의 수명을 늘이는 데에는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CCS 시장은 그만큼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신기후 체제 하에서 향후 CCS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CCS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현재 전세계에서 총 14개의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까지 총 3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00만톤급 CCS 통합플랜트의 실증을 완료했으며 tCO2 당 30달러의 처리비용 달성을 위한 원천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플랜트 상용화 및 국제 기술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위한 투자’ 제대로 해야

8대 에너지신신업의 하나로 산업부와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지만 본격적인 스타트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주춤하고 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또다시 경제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울릉도를 비롯한 도서지역은 대부분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유가 급락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당위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친환경에너지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으나 경제논리 앞에서 또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저유가 시대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자립섬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프로젝트가 취소된 것은 아니나 당초 스스로 수립했던 에너지신산업 계획에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제성 논란은 해묵은 숙제다. 前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은 활발했으나 매번 경제성 논리에 막혀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는 후발주자인 중국이 과감한 정부의 투자로 순식간에 우리를 앞질러버린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신기후변화 체제 대응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경제성의 문제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를 위한 투자에 당장의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전력 업계의 한 관계자는 “흑백TV가 한창 잘 팔리던 시절에 컬러TV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흑백 화면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제성 논리에 밀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미루는 것은 신기후 체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정부 방침과 완전 상반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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