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저유가 지속…국제유가 전년보다 낮을 듯-
-소비촉진 기대…수출산업 위축 우려-

[에너지신문] 국제 유가 흐름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그 향방은 불확실하다.

지난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에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불발됐다.

이란이 불참한 이번 회의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든 산유국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산유량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됐다.

이후 이란 석유부 차관 겸 이란 국영석유회사 사장은 5월 5일(현지시간), 이란이 제재 이전 원유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면 OPEC과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2014년 중반 이후 제기된 OPEC의 원유 시장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연초 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던 국제 유가는 4월 회의 직전 배럴당 40달러 초중반까지 상승했다.

4월 회의에서 산유량 합의가 무산된 이후 국제 유가는 하락했지만, 이란의 산유량 동결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과 6월 OPEC 총회에서 산유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기대 등으로 반등하고 있다.

국제 상품 시장에서도 WTI 6개월물 선물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순매수포지션도 증가하며 향후 국제 유가 상승세를 시사하고 있다.

▲ 최근 국제유가 변동 추이(자료: 한국석유공사)
▲ 최근 선물가격 변동추이(자료: 한국석유공사)

하지만 워낙 오랜기간 동안 지속돼 온 공급 과잉에다가 향후에도 세계 경기가 뚜렷이 좋아질 것으로 보여지지 않아 원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할 전망이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국제 유가가 상승해도 연평균 기준으로는 지난해 수준인 배럴당 50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올해 역시 저유가가 지속되고, 어쩌면 OPEC 회의 등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상승 중인 유가는 다시 하락할 수 있다.

저유가 혹은 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국내 소비와 투자 확대를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유가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 물가가 하락하면서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생산비가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1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저유가에서는 산유국 경기가 부진해져 산유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먼저 저유가로 가계 측면에서 실질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 역시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유가가 하락하면 국내 교역 조건이 개선된다.

이로 인해 국내총소득(GDI)이 증가해 구매력이 향상되고 소비가 증가하는 메커니즘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던 2014년 1분기 국내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89p이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던 2015년 4분기의 국내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100p로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우리나라가 물건 한 개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외국 물품을 몇 개나 수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이 지수가 상승하면 수출 단가 상승이 수입 단가 상승보다 커서 1단위의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교역 조건이 개선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과 국내총소득(GDI)의 차이로 정의되는 실질무역손익은 2014년 1분기 -4조원에서 2015년 4분기 10조원으로 많이 개선됐다.

또한 가계 입장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연료비를 덜 지출하게 된다. 그만큼 소비 여력은 좋아지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높았던 2014년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약 255만원) 중 주거용 연료비 및 운송기구 연료비는 약 10%인 25만원을 차지했었다.

그런데 2014년 중반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2015년 3분기에 전체 가구 소비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하락했다.

기업 입장에서 저유가는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유가 하락으로 국내 수입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중간재 비용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생산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가계의 구매력 증가와 내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라 생산비용이 감소할 경우 기업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재화나 서비스 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유가하락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 따르는 부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은 세계적으로 수요 부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유가가 하락하고 생산비가 감소해도 구매력이 획기적으로 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글로벌 수요 부진과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마저 하락할 경우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산유국 경제가 부진해지고 이로 인한 우리나라의 對산유국 수출 감소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총수출의 약 5%를 차지하는 OPEC 회원국에 대한 수출은 이미 2015년에 전년대비 약 11% 감소했다.

특히 OPEC에 대한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철강, 자동차, 가전 부문의 타격이 크다. 또한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수출 물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으로 수출 금액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유국 경기 부진은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건설 및 플랜트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악화되어 투자를 유치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동 지역에 대한 건설 및 플랜트 수주는 금융위기 이후 고유가 시기에 증가해 전체 건설 및 플랜트 수주의 70~80%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유가가 하락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건설 및 플랜트 수주 비중은 40%대까지 하락했고, 이들 산업 회복 역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 對 중동 건설서비스 및 플랜트 수주(주: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및 플랜트 수주액 대비 중동지역 국가의 건설수주 및 플랜트 수주 비중을 의미, 자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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