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설치 230MW 이상, 최고치 전망
풍력 1GW 시대 개막 후속 정책은 미비
조선업 침체 여파… 대기업 풍력산업 철수 가속화

[에너지신문] 지난해 국내에 준공된 풍력발전단지는 총 13곳에 달한다.

총 91기의 풍력시스템이 설치돼 224.25MW 규모의 설비용량이 늘어났다. 전년대비 5배 이상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과연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현재 풍력산업을 돌아보고 하반기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세계시장 확대, 국내사업은?
세계 풍력시장은 매년 증가태세로 2019년까지 연평균 11%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250GW 정도의 신규 설치가 예상되고 있다. 이 중에서 91.5%는 육상풍력발전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은 연평균 18%씩 성장해 2020년까지 총 37GW가 신규로 설치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풍력산업은 에너지정책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감안했을 때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ESS 연계, RPS통합시장 개시, 대기업 참여 확대 등의 환경변화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조사에서 발표되고 있는 세계 풍력산업의 성장 기조가 국내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성장세만 이어가도 올해 우리나라는 풍력 1GW 시대를 열게 된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민원문제를 비롯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풍력단지 사고발생 등이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올해 연말 예정돼 있는 육상풍력 가이드라인 개정과 내년 대선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4년 이전 발전사업허가 프로젝트 주목
풍력발전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착수부터 준공까지 보통 3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주민의 민원과 인허가 문제로 개발기간이 예상보다 오래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준공된 13개 풍력단지의 사업개발 소요시간도 이 같은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광백수풍력은 2013년 12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준공됐다. GS영양풍력은 인허가에 2년 6개월, 건설에 1년 3개월의 시간이 걸려 총 3년 9개월이 소요됐다. 화순풍력은 발전사업허가 이후 3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준공된 바 있다.
비교적 민원 발생이 적어 2년 남짓 만에 사업이 마무리된 경우도 있다. 2014년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SK가시리풍력은 2012년 10월 지구지정을 받은 사업이다. 제주김녕풍력의 경우도 지구지정 2년 만인 지난해 6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결국 올해 상업운전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2013년 전후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놨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4년 이전에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현재까지 준공이 안 된 개발사업은 20여 건으로, 설비용량만 650MW에 달한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의 재정여건과 인허가, 민원 등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거창·평창 이미 준공…10여 건 예정
이들 개발사업 가운데 올해 이미 두 개 풍력단지가 상업운전에 들었다. 거창풍력(14MW)과 평창풍력(30MW)이 연이어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올해 실적 달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또 18.75MW 규모의 의령풍력이 조만간 준공을 앞두고 있고, 고원풍력(18MW)도 상반기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외에 △제주 상명풍력(21MW) △정암풍력(35MW) △태백2풍력(20MW) △천사풍력(42MW) △장흥풍력(20MW) △천북풍력(7.05MW) △금성풍력(3.05MW) 등이 건설 중이거나 착공을 앞두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지난해 수준인 220MW 이상의 신규 설비용량 증가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현재 국내 풍력설비 총 용량은 456기 874.75MW다.

주민동의·정책 미흡으로 단지조성 지연
영양·영암 육상풍력발전단지에 추가로 건설하려는 풍력발전단지계획이 주민들과 소통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제주 탐라해상풍력은 최근 해저 지반공사 중 발생한 흙탕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한국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의 합작법인(SPC)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주 대정해상풍력도 군기관의 통신 문제, 지속적인 민원과 경제성이 낮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 2015년 3월)로 사업 착수가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FTI컨설팅(FTI Consulting, In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풍력터빈 설치용량의 약 58% 가량은 외산 기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9.4MW의 GS 영양 풍력 발전소에는 덴마크 베스타스(Vestas)社의 기자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제주 김녕풍력(30MW)과 태백풍력(10MW)에는 프랑스 알스톰(Alstom)社, 제주 가시리풍력(30MW)에는 독일 지멘스(Siemens)社의 기자개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 국내 풍력시장에서 해외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풍력발전의 부품과 시스템 제작에서의 경쟁력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은 다양한 제품 모델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력 약화와 이에 따른 매출부진으로 인한 기술개발 투자도 버거워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민자 풍력발전단지 사업의 60% 이상이 해외사인 베스타스, 지멘스와 알스톰 등이 점유하고 있다.

또한 선진기술을 확보한 해외사들과의 기술협력과 라이선스 등의 방법으로 제품을 개발할지라도 장기 실증운전 시스템의 부족과 부품 취적화?신뢰성 확보도 미흡하여 운전 중 고장 시에 의한 수리·보상비용이 증대되고, 부품 모델 변경시의 재인증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다시 투입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략적 정책의 中업체, 글로벌 시장 1위
1998년부터 시작된 풍력산업의 기술개발 및 보급 정책의 실행으로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의 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현재는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에도 정책적인 지원 하에 놓여있어 자국의 풍력산업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2020년까지 풍력발전 200GW 설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블롬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세계 풍력터빈 시장점유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골드윈드(金風, GoldWind)가 신규로 7.9GW를 설치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상위 15개 제조사 중 중국 업체가 무려 8개사가 차치하고 있어 현재의 글로벌 풍력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골드윈드社는 중국의 ‘863 프로그램(China’s National High-Tech R&D Program)’ 정책지원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서 27%의 튼튼한 내수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호주, 아프리카, 유럽을 비롯해 한국에도 지사가 있을 정도로 최근 강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양적인 팽창과 함께 기술적인 효율성까지 중국 업체들이 선점하게 된다면 국내 풍력관련 업체들의 약진은 더욱 더 어려울 전망이다.

경쟁력 확보위한 유기적 정책 ‘無’
지난 2011년 3월에 공포되고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관련 발전사업자들은 낮은 정부 보조금과 채우지 못한 할당에 따른 전력생산 구매 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정된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11%의 보급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따른 2014년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2.1%로 기타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취하위권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26위, 공급비중은 34위에 머물러 있다. 또한 국내 풍력시장의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세계 시장의 약 2.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풍력업계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신기후체제의 수립으로 온실가스의 감축 의무에 따른 필요·중대성은 절실하면서도 정부의 규제완화와 지원제도의 세심함이 모자라 내수 기반은 약하다는 평이다.

결과적으로 풍력산업은 좁은 국토면적에 협소한 내수시장, 주민동의 부족으로 민간사업은 제한적이고, 이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한다 할지라도 그에 따른 세밀한 풍력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에 직면했다.

대기업 풍력사업부 분사·매각
일각에서는 풍력산업 위기론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미래신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풍력발전시스템 제작업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룬다는 불변의 법칙이 풍력산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기업 가운데 풍력시스템을 개발·제작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 유니슨, 한진산업 정도다.

이 가운데 조선산업의 침몰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은 풍력사업을 접은 상태다.

세 곳 모두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 조선업체라는 점이 더 놀랍고 안타깝다. 풍력사업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업계는 물론 정부에서 거는 기대가 컸다. 막대한 자금과 고급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한 당연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조선업 불황에 국내 풍력시장까지 얼어붙어 결국 손을 떼게 됐다. 기업 당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전체로 보면 1조원 넘는 금액이 고스란히 날아갈 판이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바람에 기업들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됐다”며 “돈은 다시 번다고 치더라도 꿈을 갖고 몇 년간 열정을 쏟아 부은 젊은 인재들의 시간은 누가 보상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풍력시스템 제작업체 없이 풍력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며 “풍력사업부만 따로 분사시키거나 매각하는 방식을 써서라도 그동안 대기업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행보는 눈에 띈다. 다른 대기업의 풍력사업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철수하고 있는 실정과는 다르게 풍력발전사업에 명백을 유지하고 있는 것.

두산중공업(대표이사 부회장 박지원)은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과 함께 해외 풍력발전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외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동 개발, 건설과 운영 등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 3월에 체결했다.

한국전력은 이 협약을 통해 해외 풍력사업 공동 개발 추진 시, 두산중공업의 풍력발전설비를 적용할 수 있고, 설계에서 제작·시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공사 방식인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현재 국내 유일의 해외 풍력사업 개발자로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중동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전력공사(NEPCO)와 총 89.1MW 규모의 푸제이즈(Fujeij) 풍력 발전소 건설 운영에 대한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풍력 사업에 대한 해외 네크워크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2009년에 아시아 최초로 날개길이 44m의 3MW급 육·해상 복합발전기 자체 개발에 성공했으며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시스템인 ‘WinDS3000TM'을 개발한 이후,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육·해상 풍력발전기의 국내 최대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207MW(3MW급 69기)의 풍력발전기를 공급해 운전 중이거나 건설 중에 있다.

또한 현재 남아있는 국내 풍력시스템 제작업체들도 사업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애국심에 호소해 제품을 팔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게 시장논리다.

국산 풍력시스템을 쓰지 않는 발전사업자를 지적하기에 앞서 자사 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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