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조합원 투표 통해 첫 스타트 끊어
"평가 공정성 및 사기저하 방지책 마련돼야"

[에너지신문] 한국동서발전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지으면서 나머지 발전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동서발전 노조는 지난 25~26일 양일간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투표 결과 투표율 97.1%, 찬성률 57.1%로 도입을 최종 확정지었다. 조합원 1000명 이상 공기업 중 한전에 이어 두 번째이자 발전 6사 중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동서발전은 올해 초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권고안을 발표한 직후 김용진 사장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였다. 노사공동 TF를 구성하고 사업소 설명회, 노사합동토론회, 실무교섭 및 대표교섭 등을 통해 갈등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이번 투표에서 가결된 동서발전의 성과연봉제 도입(안)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대상 일반직원의 비율이 94%에 이르며 성과연봉액의 비중은 20%를 넘는다. 차등폭도 기존 1.3배에서 2배로 확대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부정적이던 노조를 단체교섭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은 사측의 적극적인 ‘구애’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다.

동서발전은 사내에 미래위원회 및 직원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6월까지 노사 동수의 성과평가 제도개선 TF를 구성, 운영키로 약속함으로써 노조가 제기한 성과평가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기재부 출신의 김용진 사장이 각 사업소를 순회하며 직접 설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노조를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한수원과 남동, 서부, 중부, 남부의 나머지 발전 5사는 노사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동서발전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지음에 따라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각 발전사 노조들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성과연봉제 철회 투쟁에 나서고 있으나 동서발전이 노사 충돌 없이 첫 단추를 끼움에 따라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남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강하게 푸시하고 있는데다 맏형인 한전과 동서발전이 도입을 확정지으면서 반대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한 만큼 나머지 5개사의 도입도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공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결국 성과연봉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 역시 일정 부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발전사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가의 공정성과 직원 사기저하 방지를 위한 장치가 보장된다면 사측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도입을 막기 어렵다면 최대한 노조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측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권고 시점에서 6개월이 넘어갈 경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에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인데다 하반기 경영평가도 걸려 있어 어떤 방식으로든 도입을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사간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동서발전 도입 확정에 앞서 지난 22일 한전 노조인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확대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4.8% 투표율에 찬성 57.2%로 가결됐다. 한전도 곧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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