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박사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

중복투자, 공적 독점의 강화 등 수많은 논란이 지속된 ‘수도권 Green Heat Project(이하 수도권 GHP)에 대해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왜곡된 사업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인천지역의 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광역열배관망(57㎞)을 통해 인천지역 일부 및 에너지공급시스템이 완비된 서울지역에 공급한다는 수도권 GHP! 그러나 사업의 실상은 서인천지역의 노후발전소를 열병합화 해 지역난방을 확장하는데 있다.

당초 사업취지와 달리 제철소, 산업체 등의 열은 전무하며, 총 열 생산 규모(287만Gcal/y)의 58%는 추기열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 추기열이란 전기 생산을 줄이고, 증기를 뽑아 지역난방으로 공급하는 열에 불과하다. 때문에 ‘버려지는 열’의 개념으로는 부적절하다.

이미 도시가스 보급률이 95%가 넘고, GS파워-청라, 마곡 등 기존 사업자간에 자체 연계망이 구축돼 열 연계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지역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열 배관을 건설할 필요가 있는가?

이에 수도권 GHP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GHP, 이제 더 좋은 방안 찾을 시점이다

공기업에 의한 자의적 열연계는 시장혼란 부추겨
잉여열 사용 시 ‘망분리 방안’ 전향적 검토 필요


-100만Gcal/y의 잉여열은 왜 검토하지 않을까?-

현재 건설 중인 서울복합화력이 2018년 가동되며, 기존 열수요 외에도 약 100만Gcal/y의 잉여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존재하는 한, 수도권 GHP를 추가 건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난과 정부는 서울복합화력의 열연계 방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나 검토가 없는 상태이다.

한난은 기존 하월배관이 27년 경과했기 때문에 안전성과 재시공 시에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므로 광역망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지역난방연구소 등에 의뢰한 ‘강관 내부부식 등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열배관의 기대수명은 공급관 40년, 회수관 50년으로 분석, 추가사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한난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시공한다면 공사비는 얼마나 들까? 한난의 열배관 표준설계단가의 강관압입과 토사구간 단가를 합한 830만 3000원/M을 적용할 경우, 총 공사비는 338억원으로 추산된다. 4151억원의 광역망 건설이 필요한가?

-소비자에게 1조 5천억원 이상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는 봤나?-

수도권 GHP의 공급량(158만Gcal/y)은 약 15만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현재 15만 가구의 개발난방 공급을 위한 공급시설투자비는 약 253억원에 불과하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885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역난방이 공급중인 서울 강일 1, 2지구(약 1만세대)의 실투자비를 근거로 15만세대의 지역난방 투자비를 추계하면 약 3112억원에 이르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 5000억원 이상 필요하다.

이처럼 8~9배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가? 특히, 15만세대의 소비자가 1조 5000억원을 부담할 의사가 있는 지 확인은 해 봤나?

-소비자잉여의 허상과 과대포장-

소비자잉여(Consumer Surplus)는 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가격과 실제 지불한 가격간의 차이로 정의된다. 이는 현금화되지 않은 단순 이익에 불과하다.

광역망 열 도매가격은 6만 1000원/Gcal을 제시하나, 소비자잉여는 71%를 반영해 열공급 편익을 무려 2조 428억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소비자잉여는 경제 주체에게 직접 지불의사(WTP, Willingness to Pay)를 물어보는 조건부 가치측정법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설문조사도 없이 소비자잉여를 71%까지 반영한 점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하자.

최종보고서는 경남 물금지역의 소비자 지불의사가 15만원/Gcal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장폐천(以掌蔽天)도 유분수다.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단 말인가? 광역망은 서울지역에 공급하는데 설문은 왜 경남 물금에서 하는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난방방식에 따른 소비자편익 추정에 관한 연구’에서 지역난방가구의 추가 지불의사는 7.9%에 불과하며, 이처럼 대부분의 연구에서 소비자잉여는 10% 미만이다. 만약 소비자잉여를 41% 반영한다면 BCR은 1에 해당하며, 검증된 10%대의 소비자잉여를 반영한다면, BCR은 0.88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래도 이 사업이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가?

서울지역 열연계 방안

-대안으로서의 열연계 방안-

수도권 GHP는 앞에서 열거한 문제점으로 인해 사업을 중단함이 타당하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잉여열의 활용방안을 고심하고, 투자를 최적화 한다면 망분리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잉여열을 해당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안으로, 인천지역의 경우 서인천 발전소와 수도권 매립지의 열을 인천지역(청라, 검단)에 공급함으로써 최소 투자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지역은 광역망 건설 없이 서울복합의 열을 기존 한강 하월배관과 일부 열배관을 건설, 연계해 해결하는 방안이다.

서울복합 연계 시 여의도 하월은 기존배관을 이용하고, 여의도 북단~SH목동간(2.9㎞), SH목동~마곡지구(5.7㎞)를 연계하며, 대성은 가장 지근거리까지는 기존 SH망을 활용하며, 나머지 구간은 250A(3㎞)를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투자비는 총 542억원, 연간운영비는 642억원이 예상된다. 수열단가 4만 9500원/Gcal, 공급가격 6만 1000원/Gcal을 적용하면 순이익율은 10.64%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복합 연계시 예상 투자비

▲ 서울복합 연계시 예상 운영비

마지막으로 검토할 사항은 짐코에 대한 공급방안이다.

현재 한난의 열배관은 방배동 일원까지 설치되어 있어 짐코까지는 직선거리가 2㎞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난은 지하철 4호선의 지표층이 낮아 열배관 연계공사가 불가능하기에 광역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하철구간중 지표층이 가장 낮은 한난 공급망 열연계 지역은 이수역이다. 서울시의 지하시설물 통합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이수역 상부에는 상하수도, 통신 등 모든 지장물들이 통과한다. 역사 이외의 구간으로 우회공사도 가능하므로 지표층이 낮아 공사가 불가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열연계 공사가 가능한 첫 번째 안은 이수역 역사 이외의 구간을 횡단하는 방안이다. 가장 거리가 짧고 도로 폭도 넓으며, 지장물 방해도 적기 때문에 충분히 공사가 가능한 구간이다.

두 번째 안은 이수역 역사 상부를 횡단하는 방안이다. 기존에 상수도와 전력선도 횡단한 만큼 150A 관경의 열배관은 충분히 매설이 가능하다.

마지막 방안은 이수역을 우회해 7호선을 따라 공사하는 방안이다. 7호선은 지표층이 깊기 때문에 지장물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난의 표준공사비를 근거로 대안별 공사비를 산출한 결과 최소 17억 7000만원에서 최대 80억 6000원만 투입하면 광역망 연결 없이 짐코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 한난강남-짐코 열연계방안

▲ 연계대안별 공사비

-명확한 시각정립 및 전면적 재검토 필요-

이제는 수도권 GHP에 대한 정확한 시각정립이 요구된다. 이 사업은 버려지는 열의 활용 등 미사여구로 포장되었지만, 서인천 발전소의 열병합화를 통한 한난의 지역난방 공급확장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라뱃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A-J 효과를 노린 공기업의 무책임한 투자는 국민 혈세만 낭비할 뿐이다. 불가피하게 잉여열을 활용할 경우에는 망분리 방안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해당지역의 열은 해당지역에서 사용하는 것이 분산형 정책에 합당할 것이다. 100만Gcal의 잉여열을 활용하고, 최소 투자비로 짐코와 한난 강남열원을 연계한다면 소기의 목적 달성도 가능하리라 본다.

시장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업자간 연계 등 시장기능에 충실해야지, 공기업에 의한 자의적 열연계는 시장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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