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상사, 수십조 투자 자원기업 사냥 본격화
손 놓은 韓, 원자재 가격 상승 “대책 없다”

[에너지신문] 세계 자원개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기업 부채감축, 해외자원개발 비리 등의 문제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일본은 민관이 합심해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세계 자원시장을 휩쓰는 모양새다.

韓, 바닥친 가격에 투자 ‘제로’ 매각 ‘러쉬’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논란에서 촉발된 부정적 여론, 이에 대한 정부의 부담은 결국 예산과 정책 방향에 악영향을 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는 시장을 더욱 침체시켰다.

특히 자원공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로 있는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매각 작업도 순조롭지는 않다.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날(NARL)을 매각했고, 한국광물자원공사도 호주 볼리아와 화이트클리프, 페루 셀레딘 광산 탐사 사업 등에서 철수한 것이 전부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땅한 실적이 없는데다 정부가 나서서 공기업의 ‘부실한’ 또는 ‘비핵심’ 해외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나서 협상주도권을 빼앗긴 결과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매각 대상 자산·프로젝트 가치가 반토막 나고 있어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일부에서는 비싸게 주고 산 것을 굳이 헐값에 팔아야 하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업계 투자도 줄었다. 민간 해외 자원개발 신규 투자 건수는 지난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광물, 석유·가스 분야 신규 투자건수는 각각 4건에 그쳤다. 올해는 성공불융자 예산이 전액 삭감돼 민간 투자의 길이 사실상 막혔다.

정부·공기업·민간 모두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손을 놓은 셈이다.

무형 자산의 손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 위축으로 신규채용이 막히면서 인력양성 시스템에 제동이 걸리고 있고,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인 이슈몰이로 인해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신뢰관계에도 금이 갔다. 이대로라면 간신히 복원해놓은 해외자원개발 인프라와 네트워크까지 잃을 가능성이 높다.

▲ 연도별 한국 해외광물자원개발 투자액 추이

日, ‘투자 최적기’ 자원기업 사냥 본격화

우리와 달리 일본은 원자재 시장 침체기를 틈타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에너지 및 광물 자산 보유 업체 중 4곳이 일본의 종합상사로 나타났다.

특히 4위는 미쓰비시 그룹(588억달러)은 글로벌 자원업체인 호주 리오틴토(520억달러 5위)와 미국 앵글로아메리칸(495억달러 6위)보다도 더 높은 순위다. 미쓰이(422억달러), 이토추(216억달러), 스미토모(213억달러)도 7~9위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2020년까지 에너지·자원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와 미쓰이가 밝힌 투자 예정 금액만 최대 2.7조엔(약 30조원)에 달한다. 현재 원재료 시장의 하락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판단 하에 저평가된 우량기업의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거액의 투자는 원자재의 안정적 조달과 원가 절감의 목적이 크다. 일본 상사는 대부분 원자재 구매는 물론 운송부터 생산 유통까지 관여하며 자원무역을 넘어 중공업에서 소비재, 식품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다양한 원자재가 필요하다.

또한 광산을 직접 운영하는 전문 기업과 달리 비 자원 분야 수익으로 자신들의 자원 분야 채무를 상환할 수 있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영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금속사업 분야 매출은 94% 하락했지만 그룹 전체 영업익이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 대비 14%만 떨어졌다. 반면 자원메이져 기업인 프리포트 맥모란은 지난해 120억 89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주가도 2011년 36.79달러에서 6.77달러로 82% 급락했다.

▲ 지난해 주요 글로벌 광업메이져 실적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3조달러에 달하는 기업현금 보유액, 미 달러 강세도 상사의 해외자산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일본은 과거 저가 매수를 통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금자산을 불확실한 신규사업보다 안정적인 우량 자원사업에 투자에 긍정적이다. 경영난 심화로 광업메이저들은 사업권을 매각하고 있는 만큼 저가에 우량 사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리포드 맥모란은 스미토모광업에 미국 모렌치(Morenci) 광산 지분 13%를 10억달러에 매각했다. 저가 매수 제안임에도 200억달러의 채무 상환을 고려, 거래에 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업 메이저들의 잇단 사업 철수로 수급 불안이 예고된 만큼 향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량 확보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일본 상사들의 자원기업 사냥은 이미 가시화됐으며.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유망한 동(銅)광산 지분 매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 역시 정책적으로 이들 기업을 돕고 있다. 2016년 일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예산은 632.5억엔(약 650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정책 금융을 통한 지원 규모는 2014년 2조 2810억엔(약 22.7조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의 전략적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일본의 자원개발률은 2014년 기준 석유가스는 25%, 유연탄, 동, 철광 등 전략광물 60%를 상회하고 있다.

▲ 한중일 해외자원개발 투자액 비교

자원개발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국내에서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월 이후 국제 원자재가격이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공급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6대 전략광종인 니켈·구리·아연·알루미늄·연·주석 모두 1~2월에 최저가격을 기록한 뒤 계속 오름세에 있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해 12월 톤당 39달러에서 현재 52달러로 올랐고, 2차전지 핵심원료인 탄산리튬은 kg당 143위안으로 1년 전보다 2배 올랐다.

이에 관련 업계는 에너지·자원 안보 확보 차원에서 공기업을 필두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 해외자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한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약 600조원에 달한다.

민간기업은 자본은 충분하나 독자 진출하기엔 역량이 부족한 데다, 고위험·고수익 사업의 특성과 악화된 여론으로 이사회의 투자 승낙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경험과 역량이 있는 공기업이 사업을 이끌어 준다면 충분히 참여과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자원공기업들이 부실상태는 현재 원자재 저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자원다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민간의 역량이 아직 부족한 만큼 공기업을 중심으로 자원개발 투자·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상 성공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필요하나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민간업계가 정부 지원 없이 사업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정부의 정책하에 공기관을 중심으로 민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비쌀 때 사서 쌀 때 파는 개미식 투자방식에서 정부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자원개발 투자의 골든타임인 지금의 저유가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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