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연구원

[에너지신문] 지난해 12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에서 신기후체제(Post-2020)를 선포하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됨에 따라 2020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6~2020년)을 수립하는 한편 2030년 온실가스 1700만 톤 감축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이쯤에서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높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부터는 에너지전환(Energiewende, energy transition)을 기조로 다양한 정책 모델을 도입했고, 에너지믹스의 다변화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등에서 모범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1990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해 2014년 에너지 총 공급량의 12.6%를 차지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2.1%를 기록했을 뿐이다.

미국 6.7%, 일본 5.3%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량에 있어서는 독일이 더욱 앞서가고 있다. 2014년 독일의 총 발전량 중 27.5%가 신재생전력이었으나, 우리나라는 1990년의 6.0%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행되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독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은 30~40년 전부터 시작됐다.

1970년대 석유파동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 내에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었고, 대체에너지원 확보와 원전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 왔다.

2000년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2010년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두 가지 축으로 하는 에너지전환(Energiewende)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11년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지원금 인상, 배출권 거래 수익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 기금 마련 등의 법안을 담은 에너지패키지(Energy Package)를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장기적으로 원전 사고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에너지시장 구조 재편과 이에 따르는 비용 분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독일은 1990년 대비 2014년 탄소 배출량을 27% 감축해 2012년 말까지 21%를 감축하기로 한 교토 프로토콜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 20년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서도 원전 폐쇄,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성 증진 등과 관련된 신산업을 발전시키고 에너지 수입 비용을 감소해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독일의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올랐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 시장에서도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37만 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시장의 공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인 FIT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태양광의 경우 화석연료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지점인 Grid Parity에 도달해서야 FIT를 삭감했고, 더 큰 인센티브를 필요로 하는 해상풍력에 대한 FIT는 늘릴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시작하는 단계인데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12년 FIT에서 의무비율할당제(RPS)로 제도를 바꾸었다. 태양광, 풍력 등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비용이 많이 드는 현대식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유인이 사라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의 적극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산업 경쟁력 유지 모두를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에너지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

스마트 그리드와 에너지 고효율 빌딩, 바이오연료 및 전지 등 신기술 개발이 동반된다면, 기존의 주력산업에서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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