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OECD 꼴찌 수준-
-온실가스 감축, 체계적인 대비 필요-

[에너지신문] 과거 산업혁명부터 지속되온 온실가스와 경제성장 사이에 오랜 관계를 이제 결별해야 한다.

지난 파리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채택한 파리협정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선진국에만 감축의무가 있고, 개도국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교토체제와는 달리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이행을 위해서는 사실상 화석연료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전세계는 그동안 화석연료가 주도해온 에너지시장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저탄소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는지가 이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기후변화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힘차게 출발하며 채택한 교토의정서는 2001년 미국이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를 시작으로, 2011년 캐나다가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2012년 주최국인 일본과 뉴질랜드, 러시아까지 2차 공약기간 불참을 선언했다.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에서도 Post-2012 체제 출범이 좌절되며 기후변화협상 해결의 실마리는 점점 꼬여갔다.

2010년 칸쿤 당사국 총회에서 신뢰관계에 금이 갔던 선진국과 개도국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다시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2011년 남아공 더반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신기후체제 협상 출범에 합의하고, 2015년 파리에서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되는 파리협정을 합의했다.

이번 파리협정이 체결되기까지는 2012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5차례의 더반플랫폼 작업반 협상회의(ADP)가 진행됐다. 더반 작업반 협상회의를 통해 새로운 개념인 INDC 방식이 도출되기도 했다.

G7, 중국, 호주, 브라질, 남아공, 사우디, 한국, 러시아 등 17개국이 참여하는 주요경제국포럼을 비롯해 독일에서 주최한 피터스버그 기후변화 각료급 대화, EU에서 주최한 기후변화 각료급 라운드테이블 회의, 영국 및 호주가 주도한 카르타헤나 기후대화 등 핵심 국가 중심의 비공식 협상도 꾸준히 가동됐다.

이번 파리협정으로 전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기온상승을 2℃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별 기여방안은 모든 국가가 스스로 결정한 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제출한 목표에 대해서는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파리협정 이행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차원의 종합적인 이행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 설립에 합의함으로써 국가간 자발적 연계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 거래를 허용했다.

개도국의 이행지원을 위한 기후재원은 선진국이 재원 공여 및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여타 국가는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재원조성을 통한 기술개발은 국가간 기술협력 확대를 위한 기술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기술개발과 이전의 중요성에 대한 장기비전을 공유하도록 했다. 그 밖에 모든 국가는 국가적응계획을 수립하고, 투명성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개도국들의 역량배양을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기후변화협상의 결과가 현실과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현실과 시장의 변화가 협상을 견인한 측면이 더 강하고, 이러한 새로운 변화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협상기간 중 리마파리행동의제(Lima-Paris Action Agenda)와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책변화를 논의하는 행사에서는 전세계 많은 글로벌 리더들이 주도하고 참여해 여러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했다.

또한 재생에너지기구, 재생에너지네트워크 등이 주도하는 포럼에도 각국 에너지전문가, 기업인, NGO 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해 모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줬다.

파리협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부문별 감축목표와 해외 감축활용 방안 등에 대한 세부이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또한 감축목표 보고 및 검토 절차 강화에 따른 국내적 준비체계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협상을 견인해온 세계적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정책변화, 금융개선, 기술혁신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규모가 확대되고, 속도가 빨라지면 거꾸로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이 정책과 협상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에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와 1차에너지 및 발전량 비중목표를 국제사회 수준에 맞게 상향조정해야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1990년대 초 국내 재생에너지(수력포함) 발전량 비중은 6%로 덴마크(3.2%), 독일(3.5%)보다 높았다. 당시 발전량 비중에서 수력발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1.6%로 OECD 최하위 수준이지만, 독일은 24.3%고, 덴마크는 46%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끝이 아니라 독일은 202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40~45% 달성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덴마크는 100% 재생에너지 달성하는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단순히 독일과 덴마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유럽 중심으로 이뤄졌던 재생에너지 투자는 현재 중국, 일본 등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투자액은 3100억 달러로 일시적 침체에서 벗어났고, 2015년 재생에너지 산업투자는 3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역시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이고, 원별 발전단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선도국 독일은 지난 해 1.5%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에너지사용도 줄이는 저탄소 경제 이행을 선보였다. 행복한 결별이 가능함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다.

반면에 사우디는 유가하락에 따라 재정적자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세계 최저수준을 유지하던 휘발유 가격을 전격 인상할 전망이다. 사우디 휘발유 가격 인상은 우리나라에 그리 기쁜 소식이 아니다. 이제 우리도 행복한 결별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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