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택 한국수력원자력(주) 그린에너지본부장

▲ 전영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장.
2015년 ‘가뭄과의 전쟁’을 회상하며

[에너지신문]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조건의 급격한 변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이 빈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게릴라 호우’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의 갑작스런 집중호우로 도심지역에서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그동안 피해가 거의 없었던 가뭄 역시 이젠 수도권의 용수공급을 걱정할 정도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름철 장마로 인한 홍수 피해나 도심지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등은 그동안의 지속적인 투자로 어느 정도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지만, 가뭄은 그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다는 특징 때문에 그간 국가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부족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15년 중부지방의 봄 가뭄과 보령댐을 비롯한 충청권의 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물 부족 등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 겪어보는 수준의 가뭄으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하천에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북한강 수계에 위치한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과 남한강에 위치한 괴산댐, 섬진강 수계에 위치한 섬진강댐과 보성강댐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평양수, 삼랑진양수, 무주양수, 산청양수, 양양양수, 청송양수, 예천양수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수력발전회사로 수력 35개호기, 양수 16개호기 총 설비용량은 5307MW에 달한다.

한수원 수력·양수 부분이 전력생산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년도와 같은 가뭄상황에서는 국토교통부 K-water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목적댐 못지않게 용수공급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부지방의 봄 가뭄 시에는 ‘한강수계 댐·보 연계 운영협의회’를 통해 용수를 수도권에 공급함으로써 다목적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용수를 비축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발전설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당댐의 발전방류량을 약 60% 감축하는 등 발전회사로서 발전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국가차원의 가뭄극복 노력에 동참했다.

팔당댐 방류량 60% 감축…손실감수 ‘동참’
공공재로 이익 창출, “사회적 책임은 당연”

이런 노력은 한강수계 뿐만 아니라 섬진강 수계에 위치한 섬진강댐과 보성강댐에서도 이뤄졌다.

섬진강수계에 위치한 K-water의 다목적댐인 주암댐이 용수공급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한수원이 소유한 보성강댐에서 역시 발전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약 1600만㎥의 용수를 공급함으로써 여수·광양지역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지원해 주었고, 섬진강댐의 재개발사업이 완료된 지난해 10월에는 한수원과 K-water, 한국농어촌공사 및 지자체협의체인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 그리고 전북도와 함께 ‘섬진강다목적댐 물 상생 협약서’를 체결해 섬진강 하천환경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수원의 가뭄극복을 위한 한강수계 및 섬진강수계의 노력이 국가차원의 가뭄극복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한수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양구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민들에게 화천댐으로 이루어진 파로호는 생계유지를 위한 삶의 터전이었지만, 한강수계 용수공급을 위해 화천댐의 수위를 발전이 불가능한 저수위(Low Water Level)까지 낮추는 바람에 낚시터 영업이 어려워졌고, 고기잡이를 위해 설치해 놓은 어구 또한 많은 부분이 파손되는 바람에 화천댐을 운영하고 있던 한수원은 “수도권 용수공급을 위해 양구 주민은 희생돼도 좋단 말이냐”라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다행히 한강수력본부장 및 화천발전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한강수계의 가뭄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실시한 어쩔 수 없는 대책이었음을 성심을 다해 설명하고 주민 식수공급을 위해 1.5리터 500병의 물을 지게에 담아지고 오지마을까지 전달하는가 하면 다양한 지역지원사업을 조기에 실시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한 덕분에 지역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었다.

또한 전라남도 보성군에 위치한 보성강댐에서는 주암댐의 가뭄극복을 위해 1935년 건설이후 약 80여년간 운영되던 발전방류 패턴을 정반대로 변경하는 바람에 생긴 득량만지역 농어업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인 보성군과 함께 한수원, K-water,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공동연구용역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수력발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주요임무인 한수원이 이렇게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제기와 발전 손실에도 불구하고 가뭄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인 가뭄극복을 위해서 비록 용수공급의 책임이 없더라도 공기업으로서 가지는 의무를 훌륭히 수행하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서는 공공재인 수자원을 활용,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로서 응당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매월 발간하는 장기기상예보에 의하면 올해 초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한다. 한강수계의 경우 화천댐, 소양강, 충주댐에 저장된 용수량이 수도권에서 약 300일간 사용할 양에 이를 만큼 충분해졌지만 이는 팔당댐 등에서 공급하는 용수량의 절반이상을 감량하면서 저장한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가뭄은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에도 가뭄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듯이 올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4대강 유역의 국토교통부 홍수통제소, K-water,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효율적인 댐 운영 및 정부3.0을 통한 협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감으로써 본연의 목적인 전력공급과 더불어 용수공급 및 가뭄 등의 재해예방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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