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철 한국가스공사 수석연구원

수소차 보다 ‘수소스테이션 구축’이 먼저
우리나라, 2030년 10대중 한 대 ‘수소차’

▲ 이영철 한국가스공사 수석연구원.
[에너지신문] 최근 대기환경 및 기후변화에 의해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소차 보급과 수소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일본의 미라이 대량생산 및 판매 발표로 인해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도 일부에서는 수소차와 수소인프라를 곧잘 닭과 달걀에 비유해 수소인프라 구축 또는 수소차 보급이 서로 먼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곤 한다. 이 때문에 실제적으로 수소차가 보급이 매우 힘들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돼 왔다.

하지만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소차 출시 전 이미 많은 수소스테이션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상용화가 가능한 수소스테이션 건설이 먼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해 수소스테이션 구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의 수소차, 수소스테이션 보급계획(2014).

미국, 2023년까지 최대 수소차 최대 6만대 보급

먼저 미국은 National Hydrogen Energy Vision and Roadmap(2002년, DOE)에 따라 지난 2006년 DOT(Department of Transportation)가 작성한 ‘Hydrogen Posture Plan’에 수소기반 에너지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과 마일스톤을 작성한 것으로 예산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자국 내의 수소생산, 운반, 저장 등 수소 인프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수립돼 있다.

2006년 ‘Hydrogen Posture Plan’ 이후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발표가 없다가 지난 2013년 미국내 수송부문 에너지 안보와 CO2 저감을 위한 ‘수송에너지미래(TEF, Transportation Energy Futures) 전략’을 발표했다.

‘수송에너지미래’를 하나의 문구로 표현하면 ‘2030년까지 자동차의 석유 사용량을 50%로 축소하고 2050년까지 사용량과 공해배출을 80% 감축’하는 것이다. 특히, 2050년 미국 내 자동차 중 수소차 보유비율을 27%로 전망(내연기관차 8%, 하이브리드차 8%, 플러그인차 35%, 전기차 22%, 수소차 27%)하고 있다.

같은 해인 2013년 DOE는 수소차의 연료인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로드맵(Hydrogen Production Technical Team Roadmap, 2013)을 공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무공해차인 수소차의 보급을 위해 지속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2014년 새롭게 ‘A California Road Map : The Commercialization of Hydrogen Fuel Cell Electric Vehicles’을 발표했다.

이는 2010년 ‘Roadmap for Hydrogen and Fuel Cell Vehicles in California’를 발표한지 3년 만에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한 것으로,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123개소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3~6만대의 수소차를 보급이 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일본, 수소차 및 스테이션 경쟁적 보급 나서

2007년 유럽연합(EU) 단위에서는 최초로 산학연관이 모여서 공통의 관심분야에 대한 유럽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공공민간협력의 공동기술전략(JTI)을 추진한 바 있다.

JTI는 유럽연합 협동조약 187(Joint Undertakings set up under Article 187) TFEU을 법적근거로 해 유럽기술플랫폼(ETP)의 주요 결과들에 대한 공공민간협력(PPP)의 이행방안으로 추진됐다. 2008년 EU 집행위원회(EC)의 Council Regulation에 의해 설립된 ‘FCH JU(Fuel Cells and Hydrogen Joint Undertaking)’을 중심으로 수소 및 인프라, 수소차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후 수소차 로드맵에 대한 추가적인 발표가 없다가 2010년 EU 집행위원회가 ‘Euro 2020 Strategy’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을 대비한 수송분야에 새로운 전략들이 발표됐다.

2010년 IEA에서 발표한 2050년 수송분야 자동차 시장도 영향을 미쳤다. 또 2012년 EU에서 발표한 ‘Fuel Cell and Hydrogen technologies in Europe 2014~2020’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일일 50톤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대규모 수소 생산 지역은 2015년까지 유럽 내 10개를 구축, 2020년 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수소 지하저장소도 2015년 1개에서 2020년 5개로 늘릴 계획이어서 수소 저장능력은 2020년 일일 250톤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수소스테이션은 2015년까지 유럽 10개 도시에 100개, 2020년에는 수소차 50만대를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인 1000여개가 구축될 예정이다.

이에 독일은 2006년 NIP(Nationals innovations program)을 통해 수소차 관련 기술개발을 시작했으며, E-Mobility의 하나인 ‘H2 Mobility(2011)’를 통해 2020년 수소스테이션 373개소, 2028년에는 992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수소차는 2020년 15만 6000만대, 2030년에는 177만 3000대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영국도 2012년 ‘UK H2 Mobility’ 발표를 통해 2020년 수소스테이션 65개소와 2030년 1150개소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또 2020년을 기점으로 수소차 보급을 대폭 확대해 2020년 수소차 1300대, 2020년 27만 4000대, 2030년 158만 6000대의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른 국가보다 늦게 2013년 수소차 로드맵 ‘H2 Mobility France’를 발표해 2030년까지의 목표를 세웠다. 2030년 수소차 80만대 보급과 수소스테이션 600개소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2020년 이후 차량이 증가할 경우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북유럽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2013년 ‘Nordic Hydrogen and Fuel Cells Roadmap’을 발표, 수소스테이션 구축 및 수소차 보급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 덴마크는 2025년까지 수소스테이션 185개소, 2030년까지 최대 1000개소 구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스테이션의 보조금(~2025년)에 대한 내용도 명기했다.

▲ 일본의 수소스테이션 보급확대 전략(2010).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계획이 보다 구체적이고 혁신적이다. 일본은 수소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2008년 FCCJ(Fuel Cell Commercialization Conference of Japan)의 활동으로 기존 로드맵을 수정한 시나리오를 지난 2010년 작성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까지 기술적 이슈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수소차와 수소스테이션의 경제성을 검증한 후, 2016년부터 수소스테이션의 소매판매를 시작으로 수소차의 상용화에 돌입하려는 계획이다.

수소판매를 기점으로 수소스테이션의 보급이 가속되며 2015~2016년 사이 수소차 대량생산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4년 도요타 미라이가 출시됐다. 또 다른 자동차업체인 혼다는 2016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일본은 현재 2020년 수소스테이션 1000개, 2030년 5000개소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수소차 및 수소스테이션 보급 계획 ‘보수적’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2월 초 수소차 및 전기차 보급에 대한 로드맵인 ‘제3차 친환경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2월 15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수소차 및 수소스테이션에 대한 별도 보급계획도 발표했다. 둘 다 수소차 보급 및 수소스테이션 구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 5000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는 수소차를 2018년에는 3000만원 후반대, 2020년에는 3000만원 초반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보급물량은 2020년까지 9000대에서 2030년까지 63만대로 늘리고, 신차 판매의 10대중 1대는 수소차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스테이션의 경우 2020년까지 80개소, 2030년까지 520개소가 구축될 전망이다. 수소스테이션 설치 시 보조금은 1개소당 15억원이 지원되며, 장기적으로 융자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2016년 광주, 울산, 창원 지역에 45억원이 지원된다.

수소스테이션 운영비와 수소차 보급초기에 설치한 스테이션의 시설용량 증설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외 수소차 보급 및 수소인프라 구축에 대한 각국의 로드맵에서 보듯이 2030년까지 수소차 보급 대수와 수소스테이션 구축 개소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수립한 수소차 판매 대수 및 수소스테이션 구축 개소에 대한 계획이 결과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며, 낙관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작성된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수소차 보급 및 수소스테이션 구축 개소에 대한 로드맵이 발표된 만큼 실천할 일만 남았다. 정부를 중심으로 한 관련 업체 및 기관들의 노력이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 인천 수소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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