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회의원(정의당)

[에너지신문]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근본적인 전제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있다.

그런데 파리기후협약 이후 정부와 원전산업계에서 신기후 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원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리 원전이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하더라도 결코 온실가스 감축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에너지 부문에서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은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함께 원전과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탈바꿈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부와 원전산업계가 말하는 원전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새롭게 체결된 신기후 체제의 전제와 취지에 전혀 맞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원전확대정책을 중단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위해 정부는 삼척과 영덕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쇄와 함께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를 확대하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곧 대한민국 탈핵로드맵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원전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며 탈핵은 이상적이지만 현실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탈핵은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을 중단하자는 것이라고 호도한다. 탈핵은 점진적 이행계획이다. 탈핵이 부담스럽다면 ‘재생에너지확대로드맵’이라고 하자.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지닌 독일의 경우를 보자. 메르켈 정부는 원전확대 정책을 추진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2022년 탈핵을 선언하고 점진적인 탈핵정책을 실천해가고 있다. 또한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재생에너지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이웃나라 일본은 절전과 효율화 등 수요관리를 통해 매년 원전 10기 분량인 1000만kW의 전력수요를 줄이고 있다. 또한 발전차액지원(FIT) 제도를 재도입해 재생에너지를 3배 이상 증가시켰다. 결국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정부 의지의 문제이지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노력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 하나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는 지난 6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현재 29.6%인 전력자립도를 70%로 올리겠다는 ‘경기도 에너지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원전축소에 따른 전력공급과 전기요금 인상 등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전력시장의 현황을 고려해볼 때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최근 전력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경제성장과 전력수요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력요금의 현실화와 수요관리 강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와 에너지다소비업체에 일정비율의 자가발전 도입, 설비예비율의 증가로 이용률이 급격히 하락한 가스발전의 이용률 제고를 통해 전력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의 저렴한 전기요금은 원전과 화력발전의 해안가 지역과 초고압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에너지정의와 에너지민주주의를 위해 합리적인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방안을 마련해 가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안전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파리 기후협약에서 마련된 신기후 체제 대응과 탈핵으로의 전환은 불가능을 넘어서는 도전이 아니다. 이미 주요 국가들이 진행하고 있는 현실 가능한 대안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첫 걸음을 뗄 결단의 단계에 있다. 2016년을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년으로 결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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