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세기 전반, 도시교통의 총아는 전차였다. 서울시가 발행한 서울 600년사에 따르면 전차는 1899년 서울에서 9대로 출발해 1950년대까지 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발휘했다.

광복 당시 서울에는 경성전기주식회사의 영업선 35.9km와 경성궤도주식회사의 광장선 14.4km에 이르는 구간에 150대의 전차가 운행됐다. 한때 경성전기는 263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232대까지 운행한 적도 있었으나, 광복 후 파괴되어 그해 9월에는 겨우 59대만이 운행하게 됐다.

이후 운전대수는 계속 줄어들어 1946년에는 하루 평균 80여대가 운행되더니, 1947년 들어 50여대로 줄고, 그해 7월 겨우 27대만이 운영되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당시 서울에는 전차 외에 다른 교통수단이 거의 없는 상태였으므로 인구집중으로 폭주하는 교통량은 오로지 전차가 감당했다. 수많은 추억을 실어 나르던 서울시내 전차는 약 70년간의 역사를 뒤로 하고 1968년 11월 29일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산업화와 함께 도입된 경유 시내버스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천연가스 시내버스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까지 약 30여년간 시민의 발이 돼 주었다.

그 후 2000년대를 주름 잡던 천연가스버스는 약 15년간의 전성기를 뒤로 하고 이제 전기버스에게 주도권을 내어 주게 됐다.

정부가 발표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시내버스 3만 3000여대를 2030년까지 전기차로 교체하고, 2020년까지 민간 유료충전서비스 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전국 단위의 충전소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전차에서 경유버스로, 경유버스에서 천연가스버스로, 천연가스버스에서 다시 전기버스로 서민의 발은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변신의 주기가 70년, 30년, 15년 등으로 짧아질 뿐.

정부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될 때마다 관련 산업은 부침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 및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고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책방향을 정해 놓고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고 고’ 하는 일은 이제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