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적용…공기 단축
‘현장 없는 건설’의 시대 도래

원자력르네상스시대이다. 지난해 말 한전컨소시엄은 아랍에미리트연합국에 최초의 한국형원전인 APR1400 모델의 수출계약(140만KW 4기=560만kW, 47조원)에 성공했다.

이후 봇물이 터지듯 터키 원전의 계약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54개월(최초 원자로 콘크리트타설에서 상업운전까지)계약 공기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금도 짓고 있는 신고리 3,4호기의 58개월에 견주어 4개월이나 할인된 공기이다.

한전이나 발주자측도 첫 원전사업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공사지연요소가 예견된다. 벌써부터 브라카지역으로의 갑작스런 부지이전, 냉각수 문제, 영어 소통문제, 전문인력의 태부족, 공동수급자간의 역할조정 등의 문제가 조금씩 발목을 붙잡고 있다.

원전의 공기는 30~40%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이자와도 직결된다. 공기는 사업성공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소소한 공법의 개선으로 국내공사보다 여건이 나빠 상당한 어려움과 적자가 예상된다. 이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로 시뮬레이션이다.

건설은 전통적으로 노동과 자본과 에너지(물자)를 집약적으로 투입하는 자원집약적, 현장시공 위주의 하드기술이었다. 나이키에는 공장이 없다고 한다. 설계, 디자인, 마케팅기술이 중심에 있다.

철저히 소프트기술 위주의 경영이다. 벡텔과 같은 세계적 건설사들은 건설 라이프 사이클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기술 즉 건설사업관리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력건설산업은 이제 자원집약의 하드기술에서 정보 집약적인 소프트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가파른 길목에 서있다. 지금 적용되는 KEPIC의 근간인 ASME 자체가 아날로그 시대의 사업관리의 산물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정보처리 속도가 있다. 중국은 최근 ‘텐허-1A'라는 2.507페타플롭(Petaflop)의 처리속도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초에 1000조회 계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컴퓨터의 성능향상으로 기술자들은 선박건조나 원자력건설 시뮬레이션을 더 빨리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데이비도우와 맬론은 『가상기업』에서 “정보처리의 혁신과 속도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정보처리의 발전은 내용(Content), 형태(Form), 행동(Behavior), 그리고 실행(Action)정보로 단계적으로 옮아간다” 하였다. 건설에 있어서 내용정보는 문자나 숫자로 나열된 설계 물량이나 규격, 위치 등에 대한 정보로 계약서, 건설시방서나 공사설계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형태정보는 CAD 도면으로 만든 설계 형태와 구성을 알 수 있는 그래픽 정보이다. 원자력은 배관도면 등에서 3D CAD를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2D CAD로 만든 도면이 여전히 주종을 이루고 있다. 행동정보란 시뮬레이션 즉 가상공간에서 건설의 전 과정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정보이다.

이를 통해 각 공정간, 공종간의 문제점을 점검해보고 개선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 4D CAD이다. 이는 3D CAD의 각 객체에 공사비 정보, 공정정보, 시방서 정보 등을 포함시켜 도면-공정-공사비-시방서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이때부터 이른바 본격적인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 즉 현장 없는 건설(siteless construction)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실행정보는 입력된 정보가 실시간 작동 정보가 되는 정보이다. 서울에 앉아서 UAE 브라카원전의 어떤 건설공정을 원격으로 실행하는 꿈같은 일이 가능해 진다.

이제 건설산업에도 현장 없는 건설현장이 가상공간에 많이 세워져야 한다. 디즈니랜드사는 얼마 전 새 롤러코스터를 설계하면서 스탠포드 대학의 CIFE(통합시설물관리연구소, Center for Integrated Facilities Engineering)와 공동으로 4D CAD로 탑승객의 체험을 시뮬레이션 하여 최적의 롤러코스터  구조와 코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여러 옵션을 가상공간에서 검토해 최고 품질의 경제적 건설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을 갖춘 건물을 최단기간에 건설해 낸 것이다. 시행착오도 획기적으로 줄게되어 건설현장에서 JIT(just-in-time)시공이 가능해진다. 원자력에도 현장 없는 건설 즉 시뮬레이션의 적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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