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어 두 번째…인증차량 없고 지자체는 난색
예고된 실패…무리한 정책 추진 도마 오르나?

[에너지신문] 대구시가 서울시에 이어 경유택시 도입을 유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구시는 9월로 예정된 경유택시 도입을 유보하기로 결정하고, 1039대의 할당량은 국토교통부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구시 택시 운영팀 관계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택시업계에서도 건강권과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며 “기준에 맞는 제착차량도 출시돼 있지 않는데다 환경부의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유택시 도입 유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여건이 개선된다면 도입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지자체의 경유택시 도입 거부는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환경성, 경제성을 문제 삼아 경유택시 전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2782대의 할당량을 반납한 바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하고 서울시의 할당량을 재조정한 바 있다. 

경유택시 도입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대구시의 도입 유보 결정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타 지자체로의 도미노 효과는 물론 경유택시의 환경성과 경제성 문제가 재거론된데다 인증 차량이 출시되지 않은 현실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정부 정책의 실패와 그에 따른 책임론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 기아 등 차량 제작사들은 현재로써 경유택시모델을 별도로 출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화된 환경기준에서 기인한다.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9월부터 택시로 판매되는 경유 승용차는 구입 후 10년 또는 19만 2000㎞의 배출가스 보증을 해야 하며, 이후에도 배출가스 관련 부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증받아야 한다.

기준 충족을 위한 제조사들의 기술개발이 필요한데다 충족한다 하더라도 차량가격이 대폭 상승해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제조사들의 중론이다. 도입을 하려 해도 차량이 없는 만큼, 연내 경유택시 도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차량이 출시되더라도 시민단체와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 시장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내 환경시민단체들이 WHO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경유차량 배기가스가 택시로 운행됐을 때 도심대기오염 심화 및 시민 건강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고, 택시업계 역시 차량가격 상승에 따른 경영난 악화 등을 이유로 경유택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실제 대구경북녹색연합은 31일 논평을 통해 “대구시의 경유택시 도입 유보를 환영하나 보다 적극적인 거부를 원한다”며 “보다 시민 건강을 위해 대기환경개선사업에 집중하면서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택시정책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관계자는 “대구시는 2012년 클린디젤택시 시범사업을, 2014년까지 CNG택시 시범사업을 벌였지만 이 두 사업은 사실상 실패라고 평가됨에도 경유택시 도입과 연계한 논의나 고민 없이 정부 정책에 따라갔다”며 “뒤늦게나마 유보 결정을 내렸지만 경유택시 도입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인 만큼 예의 주시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타 지역 시민단체와의 연대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고된 실패라며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확대를 목적으로 택시연료를 CNG와 경유 등으로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LPG 가격이 하향안정화에 따라 경제성이 확보됐고, 가스연료로써 환경성도 높은 만큼 연료다변화의 필요성이 상당부분 상쇄된 상태다.

또한 환경부의 대기질개선사업 확대와 경유차량 배출가스 관리기준 강화 등 차량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이에 따른 제작사들의 차량 출시 및 인증 지연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주무부처로써 해결방안이나 대안을 검토하기 보다는 날짜에 맞춰 무리하게 관련 업계를 압박, 정책을 추진해 오히려 반발과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경유택시에 대해 찬성한 일부 개인사업자나 고급화 전략을 구상한 사업자들의 경우 도입이 눈앞인데 구입할 차종이 없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며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으며 제대로나 하던가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고선 안되니 제조사나 경쟁연료업계 탓을 하는 정부 행태가 한심할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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