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수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장

▲ 신희수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지역본부장

[에너지신문] 1970년대 정부의 산림방지를 위해 산지에서의 낙엽채취 금지에도 불구하고 어린나이에 어른들과 함께 땔감용 낙엽을 채취한 기억이 난다.

유난히 추위를 잘 타서 가을에 땔감을 많이 확보해 둬야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진리를 일찍 깨달은 것이다.

중학교 입학할 무렵에는 도시로 이사와 겨울이 닥치기 전에 연탄이란 연료를 집안 창고에 저장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연탄을 직접 나르셨던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 창고에 연탄을 나르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연탄을 대신해 LP가스를 사용하게 됐고, 배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는 편리한 도시가스가 대중연료로 자리잡게 됐다. 1980년대의 도시가스 보급은 혁명적인 사건이었고, 한 때 도시가스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주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1983년 서울지역에서 최초로 도시가스회사가 설립돼 도시가스가 공급된 이후, 현재 서울에는 1천만 인구가 살고 있고, 대부분의 가정에서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국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78.6%이고, 서울은 95.4%를 넘어섰다. 서울 420만 가구 중 400만 가구 이상이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에 매설된 도시가스배관의 길이는 약 7400km이며 이중 매설된 지 20년 이상을 경과한 배관은 4300km로서 전체 배관길이의 58%가 넘는다. 도시가스 보급이 가장 먼저 시작됐기에 상대적으로 장기사용 배관 가장 많은 곳 역시 서울이다.

1983년 국내 도시가스가 보급된 이후 30여년동안 도시가스의 사용량은 매년 약 13%씩 성장해 왔다. 도시가스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기업에서는 가스시설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정부에서도 선진국의 안전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책 입안과 제도개선을 통해 사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도시가스산업의 현실 또한 녹록하지 않다. 서울지역의 도시가스 보급률이 95%라는 것은 도시가스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꾸준한 매출액 증가와 함께 이익 극대화를 위하여 경영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러한 경제논리에서 매출액이 한계점에 도달하였다는 것은 시설투자 감소와 경비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안전관리에 투자할 예산의 감축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대만 가오슝시에서 발생한 석유화학물질 공급배관 폭발사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심지를 통과하는 프로필렌 공급배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폭발한 사고 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사고로 28명이 사망하고 286명이 부상을 당입었다. 폭발 영향으로 도로가 2∼3km 정도 함몰됐다.

사고는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도심지에 매설돼 있는 도시가스배관의 안전이 국민적 관심이 됐다.

정부는 이와 같은 사고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2013년 7월 선제적으로 장기사용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를 통해 매설된 도시가스배관에 대해 누출확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첨단장비를 이용해 배관의 부식상태를 확인해 이상이 있는 배관에 대하여서는 곧바로 개선조치를 하고 있다.

대만에서와 같은 폭발사고가 서울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도시가스산업 역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해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음이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가스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기업은 자연스레 손실이 발생된다. 손실비용에는 피해시설 보수액과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인 직접비와 사고로 인한 영업 손실비나 피해 근로자의 정신적 피해로 인한 시설의 정상 운전능력 부족에 따른 손실비 등 간접비를 포함한다.

삼일회계법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시가스사고가 발생한 경우 직접비 대비 간접비의 비율이 1:3.6이라고 한다. 즉 도시가스사고가 발생시 총 손실비용은 직접비의 4.6배가 소요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같은 이유에서 안전은 도시가스사에게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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