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호 박사(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지난 3월 11일 일본 도호쿠지방 인근 해저에서 진도 9.0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여 5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또한 산업 시설 피해로는 센다이 인근 시오가마시 석유화학단지와 도쿄 인근 이치하라시 코스모오일 정유소, 지바현의 JFE 제철소에서 화재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전력 부문에서는 지진 및 쓰나미 발생 초기에 원자력 발전소 11기의 가동이 중단되었으며(현재는 동일본 지역 원전 15기 모두가 가동 중단 상태),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번 동일본 사태로 인해 대체 에너지원 시장으로서 LNG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각국은 원전에 대한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원전에 대해 각국은 원자력 의존도와 시설노후화의 정도에 따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안전성 강화라는 정책기조는 일치하고 있다.

미국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안전성에 대해 포괄적인 재점검을 지시하였고, 프랑스는 원전에 대한 의존정책 유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운영 중인 58기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추진했다. 중국은 국무원이 신규 승인을 연기하였으나 수차례 지속의지를 천명했다.

러시아는 현재 건설 중인 5기와 2020년까지 10기 건설 계획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에 신규 원전 건설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베트남은 2014년 착공하여 2030년까지 14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공표하였다.

이에 반해 독일은 1980년 이전에 건설된 7기의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3개월간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향후 원자력으로부터의 단계적 탈출을 시사하였다. 스위스는 노후한 원자로를 새로운 원전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보류하였다. 이탈리아는 3월 23일 각료회의에서 원전 관련 의사결정을 1년간 유보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영국은 상황이 좀 더 명백히 밝혀진 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3월 21일 원전 21기의 총체적 점검계획을 확정하였으며, 원전 건설에 대한 정책 유지를 재확인하였다. 원자력은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를 상회하고,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는 3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0년 발전 비중이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 발전과 함께 원전은 기저 부하용 발전 설비를 구성하고 있어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대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여건 속에서 앞으로도 전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원자력 이외의 대안은 없을 듯하다.

다만 정부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하여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안전성 제고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동일본 사태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은 대체 연료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인하여 국제 천연가스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동절기를 벗어나 있고, 시장에 여유가 있어 일본의 LNG 수요 증대를 국제 LNG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동일본 사태는 그 영향이 장기화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어, 장기 LNG 시장 수급 여건과 국내 가스 수요에 대한 전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발전용 가스 수요의 경우, 전망 주체에 따라 전망치가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에 발표된 제10차 천연가스수급계획을 보면,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2015년 15.8백만톤, 2020년 12.6백만톤, 2024년 12.3백만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같은 시기에 발표된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발전용 LNG 수요가 2014년 15.3백만톤을 정점으로 2024년 8.4백만톤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의 전력수급계획은 중장기 전력수요가 급격히 둔화될 것을 전제하여, 차기 계획에서 큰 폭의 조정을 반복하여 왔다. 첨두부하를 담당하는 발전용 LNG 수요는 기저 및 신재생의 설비 계획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데, 많은 경우 기저 및 신재생 설비의 완공 시기는 상당 기간 지연되곤 했다. 결국 전력수요의 보수적 전망은 전력수급 상 문제를 초래하고 국내 가스수급의 불안정성을 확대시켜왔다.

지식경제부는 2008년의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이어 금년 중에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여건 상 원전 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나, 동일본 사태의 영향을 감안하여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는 보다 현실적인 수급 전망이 담겨지길 기대한다. 또한 그를 통하여 국내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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