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평가 1단계 과정 ‘짜 맞추기’ 의혹

▲ 2012년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시추가 진행됐다는 기록이 담긴 자료.
지질자원연구원, 직접검층 통해 적정 열원 확인

17일 현장평가서 직접 검층 이뤄지면 해결 ‘주장’

[에너지신문] 국내 최초 ‘MW급 지열발전 상용호 기술 개발’ 사업인 포항 지열발전 사업의 관리 소홀 등 전반적인 부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1단계 과제 성공여부도 ‘짜 맞추기’ 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오는 17일 현장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직접 검층을 통해 모든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의혹의 대상인 1단계 사업은 현재까지 포항지열사업 중 유일하게 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2년 11월까지를 사업 기간으로 정해, PX-1(주입정)에 대해 3km 이상을 시추하거나 100℃ 이상의 열원을 확보한다는 과제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1단계 사업 역시 해결해야 할 의문점이 여전했다. 우선 성공여부의 핵심 요소인 100℃ 이상의 열원 검층 문제와 평가보고서와 추정치 값에 대한 상호 상반된 자료가 확인되며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포항지열사업에 대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2013년 9월 필리핀 세미나 발표 자료와 참여 관계자의 설명이 상이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관련 자료가 필요하지만 요청이 거부되며 의혹만 증폭 되는 상황이다.

▲ 필리핀 세미나에서 나온 포항지열사업 진행과정.
우선 1단계 과제에 대한 열원 계측을 담당했던 지질자원연구원은 본지의 계측 방식에 대한 설명과 정확한 계측 시점에 대한 공식질의에 대해 정식 채널을 통해 당시 과정에 대해 밝혔다.

지질자원연구원은 2012년 12월 12일 온도검층 센서를 직접 PX-1 공내에 삽입해 측정 했으며 당시 에너지기술평가원 현장실태조사 평가위원들이 온도 검층 현장을 확인했다고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번 시추에 참여한 한 관계자 역시 “당초 3000m 시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측정값을 평가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평가위원회가 직접 센서를 공내에 넣어 검층할 것을 요청, 평가위원 2명이 모니터링 한 상태에서 검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시 공내를 비운(open hole) 상태에서 검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문에 대해서는 ‘물이 없으면 온도를 측정할 수 없고, 시추 후 점성이 강한 진흙(mud)을 이수과정을 통해 묽게 한 후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둔 뒤 온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자연의 이러한 측정방식을 ‘열평형’ 방식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러한 방식은 온도센서가 달린 추를 공에 직접 삽입해 일정시간을 기다려 내부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장시간(최소 일주~한 달 내외)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직접검층 방식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도 몇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그 시작은 통상 평가 한 달 전에 제출하는 1단계 보고서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의 1단계 사업기간은 당초 2012년 11월말까지였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그해 12월까지는 1단계 평가를 마쳐야 2단계 과제진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책 사업 평가보고서의 경우 한 달 가량 일찍 제출된다. 현재 에기평의 자료요청 거부로 당시 제출된 평가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지만 사업주관사인 (주)넥스지오는 ‘100℃이상 추정 값’을 평가위원회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당시 3000m 시추는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1단계 성공 가능성은 열원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추정치 온도 값에 대한 평가위원회의 실측 요구가 있어 직접 검층을 했다는 지자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평가보고서에 추정 값과 시추 깊이가 기록(?)돼 있었고 그에 따라 재 실측이 이뤄졌다는 추정이 가능해 진다.

 더불어 본지가 입수한 지질자원연구원의 지난 2013년 9월 21일 필리핀에서 개최된 IEA 학회 당시 포항 지질사업에 대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11월 29일 이전까지 PX-1의 시추 깊이는 2035m 이하로 확인됐으며 2250m의 시추는 12월 5일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즉 평가위원회 이후 100도 이상의 열원을 맞추기 위해 200m 이상을 더 시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며 실측 시점 또한 묘하게 일치된다.

지질자원연구원 간행물에 나타난 포항사업 주변지역의 지온증가율 측정기록(평균 3.3℃/100m ~최대 3.85℃/100m)을 대입해 봐도 당시 목표과제인 100℃에는 미치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2035m 깊이에서는 최소 4℃/100m가 훨씬 넘는 온도가 나와야만 목표치인 100℃ 열원확보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열원 10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심도를 확대하는 것이 사업 성공여부의 핵심일 수 있다.

즉 이 부분이 짜 맞추기식 의혹이 불거지는 부분이다.

이 같은 의혹을 해결키 위해서는 현재 에기평이 1단계 평가위원회 제출 보고서와 평가결과를 밝혀야만 1단계사업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제 달성 여부’에 대한 의혹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 본지가 입수한 시추 마스터 로그기록
측정방식의 문제는 없었나?

측정 방식과 당시 상황에 대한 의혹도 나왔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세미나 자료에는 3000m 구간에서 머드(Mud)가 제거됐다는 clean well로그 기록이 보여진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온도 실측이 이뤄진 2250m 지점에는 이런 기록을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2300m 지점에 casing-cement-install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는 온도 검층이 이뤄지고 드릴링이 진행된 후 한참이 지나 casing 작업이 진행됐다는 관계자의 답변과도 다른 결과다.

또한 본지가 입수한 시추 마스터 기록에도 당초 알려진 2250m 구간이 아닌 2단계 사업이 진행됐던 2394∼2646m 구간에서 측정이 이뤄졌다는 trip기록이 확인돼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확한 로그 기록 공개가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지질연구원은 “시추 마스터 기록은 시추과정에서 발생 및 측정되는 모든 현상을 시간대별로 기록한 자료로, 시추를 담당하는 주관기관인 (주)넥스지오에서 연구현장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라며 “온도 계측결과도 주관기관에 제출됐고, 국가연구과제의 관리규정상 자료의 공개는 전담기관인 에기평에 의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에기평은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오는 17일로 예정된 연차보고 현장평가 과정에서 이러한 의혹들을 명확히 할 방침이라며 본지의 자료제출 요구는 규정상의 이유로 거부한 상태다.

또한 의혹제기와 관련 에기평 감사실 역시 이번 사건이 비리 등의 문제가 아니고 기술적 문제인 만큼 별다른 조치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사업의 의혹 해결을 위해서는 17일 열리는 2단계 2차년도 연차평가 위원회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성공 사업으로 평가받은 1단계 사업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해결도 이 자리에서 모색돼야 한다.

산업부 역시 이번 의혹에 대해 평가위원회를 통한 철저한 검증을 약속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라며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전문가가 주축이 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하나하나 검증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현장평가가 이뤄진다면 평가위원회가 현재 2400m까지는 뚫려 있는 PX-1에 대한 온도 검층을 다시 한다면 이러한 의혹은 해결될 것”이라며 “이미 공벽작업이 완료된 만큼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충분히 의혹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PX-1에 대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현재 중국 업체가 PX-2에 대해 2000m 가량 시추가 진행 중인 만큼 여기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넥스지오의 재연장신청도 ‘기술적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반려한 만큼 17일 평가위원회의 현장평가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의혹의 출발점과 대상을 분명히 한 만큼 1단계 성공 의혹에 대한 해결방안도 검증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