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전력연구원 MG연구사업단 연구원

[에너지신문] 국내 전력계통에도 직류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1990년대에 해남-제주간 해저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가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진도-제주간 선로도 운전을 시작했다.

해저케이블 이외에 육상 장거리송전 및 계통분리를 위한 추가도입도 적극 검토되고 있으며 한전 전력연구원과 유수의 중전기 업체들에 의한 HVDC기술의 국산화도 진행 중이다.

과거 직류는 교류에 비해 변환의 어려움, 비용의 증가, 고장전류의 차단이 쉽지 않은 점 등의 문제점들로 인해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세가 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력전자 기술의 발전과 가격하락으로 인해 사용률을 높여가고 있으며 선진국에서 HVDC는 송전분야의 대세기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제 직류는 그 사용범위를 상대적으로 낮은 전압레벨에까지 넓혀가고 있다.

직류부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EPRI는 2020년 디지털부하의 점유율이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외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건물내 급전시스템을 완전한 직류시스템으로 구성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구성에 따라서 교류시스템 대비 10% 내외의 효율향상이 있음을 다수의 논문을 통해 보고했다.

또한 엄청난 대수의 서버와 대용량의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및 냉각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주요 통신업체들의 데이터센터를 직류시스템으로 구축해 전력소모를 줄이는 사례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처럼 송전분야와 건물내 급전분야에서 직류에 대한 관심과 실증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배전분야에서는 직류가 그 영향력을 아직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데 고품질 전력공급과 효율개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류시스템에 비해 설치 운영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직류배전 시스템의 실증은 전세계적으로도 소용량 시범선로 구축 한 두건을 제외하면 미진한 실정이다.

그러나 한전 전력연구원 마이크로그리드 연구사업단에서는 수용가의 직류전원 공급요구에 대비해 직류배전에 대한 연구를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농어촌 및 산간지역의 저부하 장거리선로, 태양광발전 집중선로 및 DC 마이크로그리드 등과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선정해 그 경제성을 평가, 입증했으며 원내에 저압 직류배전 Test-bed를 구축해 시험에 활용 중이다.

대부분의 저압 직류배전 시험설비가 대학 연구실 수준의 축소형 모의시험 장치임을 감안하면 실제 계통을 모의, 다양한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본 설비는 최고 수준의 직류배전 테스트 인프라이다.

전력연구원에서는 본 설비와 컴퓨터 모의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해 개발기기에 대한 성능시험, 선로의 다양한 위치에 발생한 접지 및 단락고장에 대한 분석, 부하 및 신재생원 연계성 검토와 같은 다양한 직류배전 계통현상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고창 전력시험센터 내에 저압 직류배전 시범선로의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직류배전 실증에 적합한 실제선로를 선정해 직류배전선로로 전환, 상업운전을 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부하의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분산전원 및 에너지 저장장치의 계통연계,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고품질 전력의 수요증가 등으로 인해 배전계통에 대한 직류시스템 도입의 당위성 및 효율성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0% 내외의 에너지 효율 향상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소비량을 생각해보면 원자력발전소의 추가건립을 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또한 현재의 대용량 장거리 전력전송의 불합리성과 소규모 그리드 전력시스템의 필요성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멀지않은 미래에는 직류배전이 전력공급의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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