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 등 3사는 검찰 고발 계획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유4사가 4348억원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6일 SK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S-Oil 등 4개 정유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48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 2009년 12월 공정위가 6개 LPG 회사의 판매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역대 두번째 규모다.

공정위는 또 담합에 적극 가담한 SK(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3개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전날 열린 전원회의에서 4개 정유사가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이른바 원적관리 원칙에 따라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했다고 결론짓고 과징금 총 4천348억8천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업체별로는 ▲SK 1천379억7천500만원(SK㈜ 512억9천900만원, SK이노베이션[096770] 789억5천300만원, SK에너지 77억2천300만원) ▲GS칼텍스 1천772억4천600만원 ▲현대오일뱅크 744억1천700만원 ▲S-Oil 452억4천900만원 등이다.

하지만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한 업체의 경우 최고 100%까지 과징금을 면제해주기 때문에 실제 4대 정유사들이 각각 납부해야 하는 과징금은 부과액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4사는 지난 2000년 3월 `석유제품 유통질서 확립 대책반' 모임에서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원적관리 원칙'에 따라 원적사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타사 원적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원적관리란 정유사들이 자기 계열 주유소 또는 과거 자기 계열주유소였던 상표없는 무폴 주유소에 대해 기득권을 서로 인정해 경쟁사의 동의없이 타사 원적주유소를 임의로 유치하지 않는 영업관행을 말한다.

또 지난 2001년 9월 `복수상표 표시제도'가 도입돼 주유소 유치경쟁이 촉발될 위험이 발생하자 SK, GS, 현대오일뱅크는 복수상표 신청을 하는 계열주유소에 대해선 정유사가 주유소에 부착한 상표(폴 사인 등)를 철거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의 정착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주장했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은 이 같은 합의를 지키기 위해 주유소가 거래 정유사 변경을 요청하더라도 원적사의 포기각서 등을 요구하거나 일방적으로 거래를 거절했으며 정유사의 지역 지사장 또는 영업사원들이 직접 만나거나 유선연락 등을 통해 `주유소 협의 교환(트레이드)'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불가피하게 타사 주유소 유치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정유사들이 접촉을 통해 `대응유치를 협의ㆍ양해'하고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정산'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정유사 내부 보고서 등을 인용해 지적했다.

공정위는 "주유소의 거래처 이전이 제한돼 정유사들의 기존 주유소 상표 변경이 미미했으며, 폴(상표) 점유율이 10년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면서 "주유소 확보경쟁 제한은 석유제품의 주유소 공급가격 인하를 억제해 소비자가격 인하도 억제됐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유사별 2000년과 2010년 시장 점유율 변화는 ▲SK 36.0%→35.3% ▲GS 26.5%→26.8%▲현대오일뱅크 20.9%→18.7% ▲S-Oil 13.2%→14.7%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정유사들이 원적관리 담합을 통해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정유사-주유소 간 수직계열화 구조를 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주유소 확보경쟁이 활발히 이뤄질 경우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로 최종 소비자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석유제품 유통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 발생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들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며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유사들은 "공정위가 담합을 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도 정유사 간에는 계속해서 경쟁이 이뤄졌다"면서 "공정위가 담합의 의미를 과도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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