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길 경동나비엔 신재생시스템연구소장 상무

▲ 손승길 경동나비엔 신재생시스템연구소장 상무

[에너지신문] 지난 4월 서울시가 경동나비엔과 함께 친환경·고효율의 가정용 전기발전보일러 보급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 40대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모두 1만대 규모다.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가정용 전기발전보일러의 보급은 고효율 기기의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화석 연료 고갈에 따라 에너지 사용 절감과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며 친환경 고효율의 제품 개발과 보급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난방 에너지가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체 에너지의 약 8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난방의 핵심인 보일러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연료전지나 태양광 등 소위 여타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동나비엔은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한 뒤 고효율 보일러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묵묵히 가장 먼저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기기의 보급을 이끌어 왔다.

경동나비엔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콘덴싱보일러의 우수성이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소비자의 늘어난 관심에 발맞춰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다른 보일러 제조사들도 콘덴싱보일러를 생산하며 보급에 탄력을 받자 지난 2009년부터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신축 시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친환경 고효율의 에너지 기기 보급을 위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서울시는 지난 해 12월, 보일러 제조사들과 함께 콘덴싱보일러 보급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그리고 경동나비엔이 지난 2012년 세계에서 네번째로 개발한 전기발전 보일러 ‘나비엔 하이브리젠 SE’에 대한 실증사업 진행을 통해 친환경 고효율의 에너지기기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1만대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경동나비엔이 개발한 가정용 전기발전보일러 ‘나비엔 하이브리젠 SE’는 친환경 고효율의 콘덴싱보일러에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스털링엔진 m-CHP(m-CHP, Micro Combined Heat & Power)를 결합한 제품이다.

기존의 가정용 초소형열병합 발전 기기 대비 종합 효율이 가장 우수하며, 가정에 설치돼 가동하면 시간당 1KW의 전력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천만대의 가정용 가스보일러가 보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10%인 100만대가 전기발전보일러로 교체된다면 한국형 표준원전 1기는 필요 없게 된다. 특히 경동나비엔이 개발한 전기발전보일러는 기존의 가스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지금 놓여 있는 가정용 가스보일러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대체해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일반 가정용 보일러를 병렬로 연결해 중대형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인 캐스케이드 시스템과 접목하면 상업용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도 확대될 수 있다.

이미 네델란드, 독일 등 유럽지역에서는 보급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고 보일러 기술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향후 2025년까지 전기발전보일러가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15%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정부 주도로 에너지 생산, 공급 설비를 증축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공급자 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요자 중심의 전력수급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의 고효율 에너지기기 보급을 위한 일련의 노력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에너지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술력 확보, 그리고 지자체와의 보급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장벽들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도 고효율의 에너지기기가 보급이 확대되며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기 지원책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한 에너지기술과 기기에 대한 시민의식을 키우는 데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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