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국회의원(새누리당)

[에너지신문] 지난 3년간 수없이 언급된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기초로 산업 간의 융합을 이끌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산업의 독주(獨奏)가 아닌 협연(協演)의 시대로 전환되는 것이다.

분야 간 장벽을 허물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좋은 악기를 쥐고도 어설픈 연주자들이 서로 자기 음악만 연주하는 형국이다. 스마트폰의 브랜드 위상은 세계적이지만 운영OS의 발전은 부진하다. 자동차는 잘 만들지만 국내 튜닝산업의 발전은 없다.

이처럼 감동의 하모니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고급악기가 없어서일까? 그간 우리는 진보된 기술력의 존재 여부만을 초점에 두고 문제를 해결해왔다. 산업화 이래 대한민국에서는 선진기술을 베껴 도입하는 것이 애국이었고 곧 생존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안일한 경영마인드를 벗어던지고 큰 틀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 도래했다. 세계적 경영전략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는 미래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우위는 ‘공유가치’의 확보로 가능할 것이라 예견했다. 고밀도의 연결망 속에서 재편되는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공유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기존의 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창조해야 된다. 안타깝게도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할 과학적 방법론이 부족한 상태다.

이 시점에서 최근 연구되고 있는 에코 사이언스(Eco Science)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주목할 만하다. 에코사이언스란 생태계 차원의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등을 동시에 고려해 고도로 발전된 ICT기술, 빅데이터기술 등을 활용해 신산업을 개발하는 과학적 협력구조다.

에코사이언스의 관점에서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큰 틀, 그중에서도 전력 생태계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최초의 전기사용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 전력산업에서 쉽게 변하지 않았던 논리 중 하나는 전력수급에 있어 생산량 증가 중심의 공급 정책이었다.

2011년 9월 전례 없는 순환정전 사태 이후에도 정부는 수요급증에 대비한 전력 공급량 확대라는 매우 근시안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발전량을 늘리고 원전과 같이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에만 동분서주 해왔다.

하지만 이런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송전탑건설, 원자력발전 반대 등 엄청난 사회갈등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원자력 고준위 폐기물 처리나 폐로 관련 비용 등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변수다.

필자는 그간의 미래 에너지정책이 전력공급중심에서 수요관리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2013년에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국내전력산업 패러다임의 혁신을 위한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수요관리사업이라는 새로운 전력산업이 출현하게 됐다.

더불어 최근 정부는 피크전력 관리방법의 핵심을 ‘수요관리사업’에 두겠다고 밝히는 등 전력산업의 새로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설계되고 있다. 국회차원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처럼 전력수요관리시장은 전력 예비율 감소로 인한 정전 우려 종식 및 다양한 사회갈등비용의 해소 등 그 기대효과가 크다.

더 나아가 우리는 태양광발전이 화석연료발전보다 저비용이 되는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 태양광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경제성을 갖춰가고 있는 중이며 이것이 화석연료발전비용을 역전하는 순간 인류는 또 다른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연료전지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생태계를 새롭게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SMART라는 중소형원자로가 중동으로 수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가진 모든 기술을 집약해 태양광으로부터 시작되는 마이크로그리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대비한다면, 머지않아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빠르게 마이크로그리드 생태계를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는 마음을 크게 열고, 다른 산업과 함께 미래 생태계를 창조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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