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싸지긴 뭐가?”

음식을 준비하던 어머니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연은 이랬다. 간만에 내려온 자식을 위해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찾았다. 30분 쯤 지나자 트럭 한대가 도착했다. 어머니가 지갑을 갖고 나가시니 금세 가스레인지의 파란불이 돌아왔다, 부엌의 열기도 다시 피어났다.

훈훈한 온기를 대화로 이어보고자 한 필자, LPG가격이 많이 내려서 부담이 덜하겠다는 말을 건넸다. 온화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싸늘히 굳어졌다. 그리고 내뱉은 말.

“가스가 싸져? 오르면 내려올 줄 모르는 게 가스값이지.” 어머니의 가계부에 적힌 지난해 LPG 20kg 용기 1통 값은 4만7000원이었다. 연초 3000원이 오른 후 가격변동은 없었다.

지난 여름부터 국제가격 인하로 LPG공급사들은 줄곧 가격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이래 국내 LPG공급가 인하분은 kg당 420원에 달한다. 20kg으로 환산하면 8400원이 내린 셈이다. 유통비·마진을 고려해도 판매가 인하요인이 충분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가격인하 혜택을 조금도 누리지 못했다. 다른 LPG용기 소비자들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이유는 사업자 마진이다. 업계는 4만원이 넘는 용기판매가 중 절반 이상을 업자 마진으로 본다. 사업자들은 당당하다. 엘피가스판매협회의 한 지회장이 이사회에서 “차량유지비, 사무실운영료, 인건비만 해도 얼만데 무슨 가격인하냐”고 반발할 정도다.

관리자인 정부도 수수방관이다. 판매업계에 대한 관심과 지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마냥 참지만은 않는다. 현재 어머니는 전기레인지 구입을 고민 중이다. 저렴한데다 주택 미관에도 좋다는 생각이다. LPG소비를 포기하려는 것이다. 이미 주변 여러 가구가 전지레인지로 교체했다.

LPG판매업계는 도시가스 공급 확대 등 정책적 소외가 수요감소를 견인한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손해는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익만 취하려는 관행은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 사업자들이 불편한 진실에 눈감고 주머니만 챙기는 새 소비자들은 멀어지고 있다.

간절하게 수요개발을 외치는 업계를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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