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국으로서의 협상력 높이는 데 역량 집중해야

 

▲ 한국의 WGC2021 유치가 확정된 세계가스연맹(IGU) 연차총회가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에너지신문] 천연가스 도입역사 30여 년 만에 첫 한국인 국제 가스기구의 수장이 탄생했다.

 

“10여 년 간 가스 산업계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또 상공인으로서 세계가스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가스 업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2일 선임된 송재호 신임 IGU 회장은 WGC2021 대구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국제무대에서 한국 가스산업의 위상 제고를 IGU 회장으로서의 사명이자 책임감이라고 밝혔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무려 세 번의 도전 끝에 세계가스총회(WGC2021) 유치에 성공했다. 첫 총회유치 도전에 나선 2002년(WGC2009 유치 경선 참가)부터 무려 12년이나 걸렸다.

총회 유치에 성공하기까지 한국가스연맹, 한국가스공사는 물론 외교부, 산업부 등의 전폭적인 행정적 지원과 가스 및 관련 기업의 큰 재정적 성원이 뒷받침 됐다.

신임 송재호 회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에 성공한 WGC2021 대구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첫 번째 책무로 꼽은 이유도 그 동안의 열정과 노력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IGU 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단순히 세계가스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가스산업의 위상 제고에만 둔다면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IGU 회장단을 무려 9년(회장 3년, 부회장 6년) 동안 보유하게 될 우리 가스업계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입국으로서의 협상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2의 LNG 도입국 임에도 불구하고 유가에 연동한 LNG 도입가격을 적용하는 관행이 있고, 역내 천연가스 거래시장의 부재로 인해 북미나 유럽 시장보다 높은 가격에 LNG를 수입하는 아시아 프리미엄도 적용 받고 있다.

천연가스의 수요 증가와 그 필요성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LNG 가격에 대한 이러한 불합리한 관행은 우리 입장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 IGU 회장국으로서의 지위를 잘 활용해 국제사회와의 정책적 공조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역대 WGC 개최국을 살펴보면 영국, 미국, 프랑스 3개국이 총 세 차례 씩 개최했으며 나머지 국가들도 대부분은 유럽, 북미에 집중돼 있다.

이는 천연가스 생산ㆍ판매의 실주체인 BP, 쉘(영국), 엑손모빌(미국), 토탈(프랑스), ENI(이태리) 등 메이저 기업들이 그 동안 IGU의 전권을 갖고 있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개국에서 세 번씩의 회장국을 거머쥐면서 이들 각 메이저 기업이 IGU 내에서 생산ㆍ판매자로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세계 LNG 시장에서 그들의 의사를 관철시켜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역사가 무려 80년(WGC 첫 개최지 영국 런던, 1931년)이다.

각 국에서 IGU 회장을 행정가나 정치가가 아닌 ‘업계’, 즉 사업자로 정하는 이유도 철저히 자사, 자국, 넓게는 천연가스 생산ㆍ판매자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깔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는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WGC2015의 제롬 페리에 회장도 프랑스의 대표 에너지기업인 토탈의 전무급 인사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이제 겨우 IGU 회장국으로 입성한 한국은 전적으로 구매자 입장, 도입사업자 입장에서 불합리한 관행은 없는지, 해소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역할도 필요하다.

한국의 천연가스업계가 갖고 있는 최대 강점인 기술력과 경험, 노하우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데 있어서도 IGU 회장국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인수기지 보유국이며, 30년간 축적된 터미널 운영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LNG 저장탱크, 터미널 및 기반시설 건설은 물론 LNG 선박 건조능력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무형의 자산을 잘 활용해 수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 또한 국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2005년 경동도시가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스업계에 첫발을 디딘 신임 송재호 IGU 회장의 경우 국제무대에서의 활동경험과 천연가스 도입 경험 등이 많지 않고, 세계 가스업계의 인맥이나 유대관계 측면에서도 불리한 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전 가스업계, 특히 회장직을 내놓아야만 했던 한국가스공사와 산업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신임 회장이 갖추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감각과 혁신적인 마인드, 해외생활을 통해 습득된 특유의 친화력과 패기 등은 기대해 볼 만 하다. 지방의 중소 규모 회사를 국내 도시가스 판매량 2위의 회사로 일궈낸 경영능력 또한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WGC2018 유치에 나선 바 있는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만나 모국의 WGC 유치를 위해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한 바 있으나 거절당한 일화가 있다. 아무리 모국이라도 193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특정국가에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계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UN과 세계 천연가스 생산ㆍ판매사업자, 즉 이익단체들로 구성된 IGU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 가스산업의 위상제고나 회원사 간의 화합, 유대관계 강화 등과 같은 것들은 IGU 회장과 회장국이 실행해야 할 실천목록에서 조금은 후순위에 둬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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