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달 21일 시골생활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귀농한 한 부부가 이사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된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초기 사고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원인은 기름보일러의 배기(CO)가스에 의한 중독 사고로 결론 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현장에서 보일러 가동시 검출된 CO농도를 측정한 결과 사망자가 발견된 곳에서는 300ppm 이상의 CO가 검출됐고, 보일러실에서는 1000ppm의 CO가 측정됐다.

사고조사에 참여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기름보일러 배기통은 외부충격에 쉽게 손상되는 알루미늄 자바라(주름진 배기통)였다. 설치과정에서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배기통이 파손된 상태였다”며 “이탈된 연도로 새어 나온 배기가스가 실내로 역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원인과 관련 현재 보일러 시공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CO는 무색무취의 성질로 노출된 사람이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300ppm CO농도면 단 몇 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종국엔 사망에 이른다.

FF(강제급배기식)가스보일러가 일반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가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한해 수 건에서 수십 건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가스보일러의 설치기준이 강화됐고, 일반적으로 사용됐던 알루미늄 자바라도 인증받은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모두 교체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1300만세대가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일러 CO사고는 연간 한 두건 발생하는 찾기 힘든 사고가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처럼 여전히 기름보일러 CO중독사고는 사각지대다. 보일러를 생산하는 곳도 보일러를 설치하는 업자도 가스보일러와 동일하지만 기름보일러는 안전을 관리할 정부기관도, 관련기준도 없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에서는 다시 기름보일러의 사용이 늘고 있다.

새로 지은 집에서 첫날 죽음을 맞이한 이번 부부의 사례를 교훈삼아, 정부는 사고에 대한 보다 정확한 원인조사와 함께 동일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동일한 불행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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