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측면에서는 ‘악재’

미국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순 수출국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 미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하루 평균 5만4000배럴 초과했다고 전했다.

미국 석유협회(API)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의 원유정제품 수출량은 하루 249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4.4% 늘어난 반면 수입량은 216만배럴로 14.4% 줄었다.

미국의 석유제품은 원유 정제시설이 부족한 남미지역에 주로 수출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에콰도르도 미국산 석유제품의 주요 고객이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도 對美 석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석유회사 입장에서는 운송비용이나 규제비용 등을 따지면 미국 국내보다 이들 나라에 수출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번 발표에 따라 고유가로 국민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석유회사들이 국내 공급을 늘리지 않고 돈벌이에만 나선다는 비난을 살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재선 도전을 선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당혹스러운 통계다.

지난해 휘발유 가격이 36% 올라 최근 들어 사상 처음으로 일부 지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 유권자들 불만이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최근 석유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의회에 요구한 데 이어 유가 급등을 부추기는 투기세력을 조사하기 위해 법무부에 특별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원유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 수출 여지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하루 평균 수요량이 2100만배럴이었지만 위기 이후 경기 위축과 고유가로 소비가 줄어 현재는 1900만배럴 안팎이다.

한편 2일 국제 유가는 오사마 빈 라덴 사망에 따른 중동 정세 안정화 기대로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전일 대비 배럴당 0.41달러 떨어진 113.52달러에 브랜트유는 0.77달러 내린 125.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스크바 소재 자산관리 회사인 트로이카 디아로그 그룹의 루벤 바르다니안 최고경영자(CEO)는 2일 “비관적으로 얘기하기는 싫지만 빈 라덴 제거가 시장에 큰 호재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그것 때문에 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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