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해외자원개발, 단기간 성과 평가 안돼-
-전문적 역할분담·커뮤니티 마련 절실-

[에너지신문]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어서도 여전히 끊이지 않을 기세이다.

수 년전 카메룬 CNK다이아몬드광산개발 사건으로 시작된 자원개발 스캔들은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유전 투자사업 실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며, 이제는 자원외교와 해외자원개발사업 전체에 대한 비판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논의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자원산업계에 몸담고, 수십 년을 일해 왔던 전문가 중 한사람으로 최근의 사태는 참으로 불편하고, 허탈하기까지 하다.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잘못된 일이 있다면 바로잡고, 오해가 있었다면 바로 풀고, 해외자원 확보와 자원안보를 실현해 나가는 백년대계의 바탕이 되기를 바래볼 뿐이다.


저유가 반영한 경제성 평가 ‘가혹’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원개발을 둘러싼 최근의 쟁점과 관련하여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논점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자원개발투자와 관련하여 우리 기업들이 시장가격 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광구를 매입하였는가 하는 비판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한 광구 매입비용의 결정에는 매우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여야 한다.

대상 광구에 대한 지질, 탐사자료의 분석, 최적의 개발과 생산, 가공 공법,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한데, 불행히도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자원산업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매우 수준이 열악하여 기술적 평가를 해외 선진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광구가격은 매입 시점의 자원가격과 연동되어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내 기업의 자원개발 투자가 집중되었던 2010년을 전후했던 기간은 자원가격이 가장 비쌌던 시기다.

따라서 배럴당 60$선의 원유가격이 유지되는 지금의 시점을 기준으로 광구 매입비용의 과다를 판단하는 것은 20년 내외의 장기의 투자 회수가 이루어지는 산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가혹한 부분이 있다 할 수 있다.

둘째,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주개발율이라는 지표의 당위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자주개발율은 국내 수입되는 자원량과 국내 기업이 해외자원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원량의 비율을 말하는데,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 시 8대 전략광종을 대상으로 자주개발율이라는 지표를 중장기적 성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해외자원개발 실적들을 계량화된 지표와 비교함으로서, 시행된 정책의 유효성과 개선점을 찾는데 유용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원유의 자주개발율이 8%에 불과할 정도로 해외자원개발투자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자주개발율 지표는 국내 자원산업이 일정 수준의 성숙단계에 진입하는 시점까지는 산업적 위상을 확인하고, 정책적 드라이브를 마련하는데 있어 가이드라인으로서 의미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장기사업, 현시점서 실패율 논하기 어려워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패율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사업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그 이유는 자원개발사업이 갖고 있는 장주기의 사업기간과, 급격한 가격의 변동성 때문이다.

자원개발사업은 일반적으로 5년 내외의 탐사기간, 탐사 성공 시에도 10년 이상의 생산에 필요한 설비건설기간이 필요하며, 생산 개시 후 20년 내외의 생산 회수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적어도 20∼30년 이상의 사업기간이 지나서야 그 사업의 온전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기업이 투자한 10대 석유개발광구 중 투자액 대비 회수율이 100%를 넘는 광구는 4개(베트남15-1, 11-2, 페루8, 88 등)인데, 이들 모두 투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시점이 1990년대로 사업기간이 20년이 넘어서는 것들이다.

대표적 성공사업으로 지적되는 ‘미얀마A1’ 광구의 경우, 투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해가 2000년으로 현재 25년 간 사업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수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사업별 특성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2010년을 전후로 투자가 이루어진 사업들을 현 시점에서 회수율 여부를 기준으로 성공과 실패를 재단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최근 원유가격은 배럴당 60달러 내외로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 시점의 자원가격을 기준으로 실패로 판단된 사업도, 120달러로 유가가 상승한 시점에서는 성공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조건을 기준으로 자원개발사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둘러싼 최근의 여러 비판들의 상당부분이 자원개발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된 것이라 생각되는데,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오해와 쟁점들은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치며 차차 원만히 풀려나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전문적 역할분담·균형적 생태계 조성 ‘절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하여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긴 안목의 자원외교와 주체별 역할 분담의 중요성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원개발사업은 수십 년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긴 호흡의 사업이다.

또한 자원 부존은 지역적 편재성으로 자원보유국과의 지속적인 우호 관계 유지는 성공적 자원개발사업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상업적 광구 투자의 문제는 이를 담당하는 자원개발기업에게 일임하고, 정부는 자원보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지원과 협력, 교육 등 인적자원 개발, 우호적 외교관계 유지 등 간접적 자원 외교에 집중화 할 필요가 있다.

즉,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는 정치적 이벤트 중심의 자원외교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의 조용한 자원외교로의 파라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자원개발과 관련된 균형된 산업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기술, 정보, 전문인력 등 핵심역량이 결손된 채, 해외 컨설팅기관에 의존하는 금융투자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투자사업의 비효율성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관련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자원기술개발사업 예산은 3%에 불과하며, 자원개발공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20대 공기업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와 산업계가 자원개발관련 내부 역량 강화에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원개발관련 R&D사업의 혁신적 확대와 기술서비스 기업의 육성 등 균형된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자원개발산업의 질적 성장 실현을 정책 중심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다양한 사회 구성층과의 커뮤니티 마련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최근의 자원개발 관련 사회적, 정치적 비판의 많은 부분이 자원개발사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하면, 자원개발산업에 있어서도 사회 구성원들과의 지식교류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는 산업계 모든 구성원 들이 이제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짧게는 정계, 언론계 등 여론 주도그룹과, 길게는 청소년 및 주부 등 일반인들 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그간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성과와 추진의 필요성, 산업적 특성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소통을 실천해 나갈 것을 제안해 본다.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그간의 쟁점을 이제 마무리하고, 새해는 혁신과 도약이 이루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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