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서 소비자 권리 보호vs주유업계 과잉규제 충돌
부정적 인식 야기 ‘혼합판매’ 명칭 개선 공감대 형성

▲ ‘투명한 석유시장 확립을 통한 소비자 권익 증진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에너지신문] 주유소 혼합판매제도의 표시 의무화가 추진 중인 가운데 규제 신설 보다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소비자 알권리 보호와 함께 시장의 수직계열화 방지에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이 17일 개최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투명한 석유시장 확립을 통한 소비자 권익 증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정부측 관계자들은 신규 규제를 마련하기 보다는 그간의 석유유통시장개선 정책에 따른 시장경쟁 효과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 안에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소비자와 주유소 업계 보호에 더 유효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비자 주권 보호 및 알권리 확보차원에서 상품의 정보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는 시민단체와 정유사 단계에서 이미 제품교환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바 업계에 대한 과잉규제라는 주유소 업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 측은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법률적인 규제를 신설하기 보다는 기존 정책을 보완해 소비자 알권리와 석유시장의 수평화를 도모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위규 산업부 서기관은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어 혼합판매 표시시 주유소의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갑의 위치에 선 정유사의 위치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부좌현 의원의 발의안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로 정상적인 석유유통시장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양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호태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과장은 “정확한 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단순히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와 소비자까지 아우르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율고시 등 규제를 강화하기 보디는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신성철 석유관리원 사업기획처 처장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신성철 석유관리원 사업기획처장은 “문제발생이 우려되는 음성적 혼합판매는 전산 수급보고를 통한 이상물량 확인으로 적발‧처벌할 수 있고, 품질 문제의 경우 기존의 품질보증 프로그램은 물론 안심주유소 및 정량 보증 등의 관리 강화‧확대로 해소 할 수 있다”며 “규제를 신설하기 보다 현재의 제도를 활용, 강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소비자단체는 정보제공 의무 강화는 소비자 권리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혼합판매 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법적으로 혼합판매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이 해당 상표와 내용물이 불일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재하다”며 “품질, 무폴 주유소가 판매하는 기름의 출처에 의문이 들며, 소비자의 오인‧혼동에 따른 피해 구제 방법이 요원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서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혼합판매에 대한 비교정보도 제공되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는 부정적 인식의 해소는 물론 정보 제공 의무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수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정유사간 석유류 교환은 물류비 절감 위한 세계적 추세이며 교환 이후 성능개선 등 고유 목적을 위해 정유사별로 첨가제 투입하는 만큼 알권리 침해와는 거리 멀다”며 “오히려 비용절감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지만 주유소의 혼합판매는 책임이 없고, 가격형성 왜곡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이 혼합판매 표시 의무화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주유소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유사 단계에서 빈번한 제품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혼합판매 표시는 실효성이 없으며 정유사의 시장지배력만 강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은 “혼합판매를 용인하고 있지만 이를 표시하지 않는 알뜰 및 LPG충전소와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으며, 이중 규제에 따른 주유소 업계 경기 위축 가능성도 높다”며 “주유소 단계에서 표시 의무화는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홍준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은 “혼합판매 표시를 통해 주유소사업자를 정유사가 등급화함은 물론이고 미표시시 석대법 위반으로 영세 주유소 사업자들이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유사 공급단계에서 제품 교환이 35% 이상 이뤄지고 있는 영세한 주유소 사업자들에게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주유소가 아닌 정유사 단계에서 혼합여부와 가격에 대한 정보 공개가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문식 주유소협회장은 “정유사 공급단계에서 제품 교환이 빈번히 이뤄지는 만큼 정유사 단계의 품질정보와 교환판매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토록 하는 것이 더 유효하다”고 제안했다.

이서혜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 단장 역시 “혼합판매 양성화 이익이 주유소 단계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합리적인 정유사 공급기준 가격을 마련, 공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쟁 촉발을 통한 시장가격 인하라는 순기능을 가진 혼합판매의 부진이 가짜석유를 연상시키는 용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용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좌장을 맡은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대표 역시 “주유소업계가 혼합판매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주 요인 중 하나가 소비자의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인 것 같다”며 “순기능을 가진 제도의 확산과 소비자의 알권리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실현시키려면 정부의 홍보 강화는 물론 용어 개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서혜 소시모 단장도 “혼합판매 문제는 우선 가짜석유를 연상시키는 혼합판매에 대한 용어 개선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김호태 공정위 과장은 “소비자의 거부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복합제품 등 명칭의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의원 역시 “혼합판매라는 어감에 대한 거부감을 정부가 인지하고, 이를 개선해야 할 것 같다”며 산업부에 후속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박위규 서기관은 "유관업계 및 단체들의 의견 수렴해 개선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4일 부좌현 의원 등은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할 경우, 폴사인 주유소에서 정유사와의 자유로운 계약에 따라 일정 부분 타사 또는 수입 석유제품을 혼합한 판매가 가능토록 한 혼합판매 제도가 별도의 고지 규정이 없어 소비자 권리 침해가 우려된다며 혼합판매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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