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에너지신문] 지난 10월 24일 한국형 LNG선 화물창(KC-1) 기술을 적용하는 LNG운반선 2척을 건조, 운영할 주체가 확정되었다.

2017년부터 미국의 사빈패스에서 도입되는 LNG 수송을 위하여 모두 6척의 선박을 건조하는데, 그 중 2척에 KC-1 화물창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 국가 연구사업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래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총괄연구책임자였던 필자로서는 감회가 깊다.

KC-1 기술의 상용화 추진은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시도이다. 옛말에도 삼세번이라 했으니 세 번의 시도 끝에 얻어진 결과라서 더욱 값진 것이다.

신규 선박 2척에 KC-1을 탑재할 수 있도록 어려운 결정을 해준 정부와 우리 공사 경영층에 감사드리고, 때로는 동료로서 때로는 비판적 고객 입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연구진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 운반선은 척당 선가의 5%(100억원) 정도를 원천기술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박은 모두 395척으로 이 중 58%인 229척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되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건조 중인 LNG선박은 모두 101척이다. 현재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3조원이 넘는 기술료가 발생한 셈이다.

KC-1 사업의 목적은 해외 기술의존도 완화 및 로열티 절감을 통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다. 이 사업을 위하여 가스공사와 조선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기자재업체가 역량을 결집하였고, 그 결과로 만들어낸 기술이 KC-1 화물창 기술이다.

KC-1 기술의 근원은 가스공사에서 개발한 육상 멤브레인형 LNG저장탱크 기술에 있다. KC-1 화물창은 기존 기술에 비해 안전성을 크게 강화한 기술이다.

국적선 사업에서 KC-1 LNG선의 건조가 확정됨에 따라 관련업계 주변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할 때 늘 언급되는 최초 리스크의 문제다. 리스크 완화를 위하여 국제적 선급사 주관으로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고 도출된 요인에 대한 대책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KC-1 멤브레인 시스템은 이미 육상용 LNG저장탱크에서 초저온의 LNG를 담고 수년간 운영된 실적이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만약의 경우 설계상의 문제로 하자가 발생될 때를 대비한 보험도 준비 중에 있다.

새로운 기술의 적용으로 인한 건조 기간 및 비용 증가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십년 이상 건조기술을 다듬어 최적화되어 있는 기존 기술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한 지적이다.

KC-1 화물창 기술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만 건조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최적화된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을 최소화하고 KC-1 기술을 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조선업계, 기자재업계, 해운업계 등 관련 업계 기술진의 관심과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KC-1 기술은 지금까지 해외기술에 의해 거의 독점되어 온 기존 LNG선 시장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유효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던 이 분야에서 경쟁을 촉진하고, LNG선 건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대체기술이 등장함으로써 기존 독점체제의 붕괴는 물론 로열티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LNG 선박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KC-1 LNG선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달려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KC-1 선박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과 운영하는 SK해운, KC-1 설계를 담당하는 가스공사만의 일이 아니라 관련업계의 총체적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축적된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기술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기자재업체를 동참시킴으로써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자재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창조경제의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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