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부회장, SK가스 지분 다 팔아 SK케미칼 지분 매입
그룹 독립 의혹에 “경영권 강화, SK브랜드 포기 안해” 해명

[에너지신문] 최창원 SK가스‧SK케미칼 부회장이 보유했던 SK가스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SK케미칼 지분을 사들였다. 사측은 “신사업 육성을 위해 경영권을 강화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사실상 SK그룹에서의 SK가스 등 케미칼계열사들의 독립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쏟아져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SK가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 53만3280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SK케미칼과 SK신텍 등 특수 관계인들의 지분이 55.54%에 달해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다.

매각을 통해 마련한 약 700억원은 태영건설이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SK케미칼 주식 매입에 쓰였다.

같은날 SK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최 부회장이 블록딜을 통해 SK케미칼 주식 62만30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 회장의 SK케미칼 지분의 13.17%를 소유, 국민연금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48%다.

SK가스 관계자는 “SK가스는 SK케미칼과 계열사 지분 만으로도 50% 이상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며 “모그룹인 케미칼 지분을 확대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향후 신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이번 행보에 일부에서는 사실상 SK그룹에서의 독립 수순을 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태원 SK 회장과 사촌관계인 최 회장은 SK케미칼과 SK가스의 대주주로 범 SK그룹 계열사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SK건설을 제외하면 SK그룹과 SK케미칼 자회사들과의 연결고리는 거의 없다.

최근 최 회장의 구속으로 경영 공석이 발생한데다 캐시카우인 정유산업의 불황으로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SK그룹과 달리 SK케미칼계열그룹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속속 성과를 내고 있어 재계에서도 ‘SK케미칼그룹’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번 최 회장의 SK케미칼 지분 강화 역시 직계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더불어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이른바 ‘SK케미칼그룹’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란 해석이다.

단 독립의혹에 대해 SK가스 측은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SK가스 관계자는 “SK브랜드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방침 하에 독립적인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데 일부의 오판이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것에 불편함마저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SK가스 지분 매각을 통해 얻은 거액의 차액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가스 주가는 최 회장의 지분매입이 이뤄진 2011년 4월 주당 4만1500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19일 주당 13만3000원으로 뛰어올랐다. 3년새 지분가치가 주당 9만1500원(220%), 총 490억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SK케미칼 지분 매입에 377억원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300여억원의 차액이 손에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규 투자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재벌2세의 주머니 불리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껏 주가가 오른 SK가스의 지분을 매각해 개인적 이익을 챙기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SK케미칼 주식을 매입해 그룹 전반의 가치를 끌어올려 경영 성과도 챙긴 재벌의 돈놀음이라는 악평이다.

이에 대해 SK 가스 관계자는 “경영권 정비 차원에서 지분을 옮긴것이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매각자금 역시 주식매입 등에 사용한 개인차입금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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