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LNG선, 조선·해운업계 ‘턴어라운드’

[에너지신문] LNG선이 실적악화와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단비가 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2017년부터 미국 사빈패스로부터 도입예정인 셰일가스 수송용 신규 국적 LNG선 6척의 입찰에서 SK해운-삼성중공업, 대한해운-대우조선해양, 현대LNG해운-대우조선해양 컨소시엄이 각각 2척씩을 수주했다.

이번 6척의 LNG 국적선 발주는 동반침체에 빠져 쉽사리 턴어라운드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조선·해운업계에게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해운업계는 일부 흑자전환으로 돌아서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컨테이너 운임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고, 조선업계 역시 수주가뭄 등으로 전년 대비 모두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우울한 한해를 보내고 있는 터였다.

이번 6척의 LNG선 입찰이 침체된 조선 및 해운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여기에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향후 셰일가스를 실어 나르는 LNG선 발주가 세계적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번 LNG 국적선의 건조 및 셰일가스 운송경험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 SK해운-삼성중공업이 수주한 2척의 LNG선에 우리가 독자 개발한 KC-1 LNG선 화물창을 탑재된다는 점은 매우 뜻 깊다.

당장 KC-1 LNG선 화물창 탑재로 척당 약 60억원의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LNG선의 핵심기술인 화물창에 대한 독자기술 확보로 세계 LNG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우리나라 최초로 LNG 수송선이 발주된 이후 25년만에 국내 조선소에서 세계 LNG선박의 약 60%가 건조됐고 현재 건조 중인 LNG선박 중 약 76%가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국적 LNG선의 건조 및 수송 운영 경험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조선·해운업계가 최고의 건조능력과 수송 능력을 갖게 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

지난 2005년 마지막 5차 LNG 국적선 발주 이후 약 10년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6차 LNG 국적선 발주를 통해 침체기에 빠진 우리 조선·해운업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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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셰일가스 도입, 우리가 책임진다


-한국가스공사, 2005년 이후 10년만에 국적선 6척 발주-
-국내 독자 기술 KC-1 화물창 적용, 외화절감효과 기대-


[에너지신문] 지난 1994년 국내 조선사들은 한국가스공사의 국적선 사업을 통해 세계 4번째로 LNG선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그 해 4월 인도네시아로부터 LNG를 싣고 첫 항해에 나선 국적선 1호는 현대상선을 운영선사로 두고 있는 ‘현대 유토피아호’다. 20년간 LNG 수송의 소임을 다한 현대 유토피아호는 올해 수송계약을 만료하고 역사로 남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적 2호선인 Sovereign호(SK해운)를 비롯해 K. Freesia호(대한해운, 17호선), K. Mugungwha호(KOLT, 20호선) 등 총 21척의 국적선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가스공사는 인니, 카타르 등 6개국 7개 FOB 프로젝트로부터 연간 총 1687만톤의 LNG를 한국으로 운송한다.

LNG 국적선 사업을 디딤돌 삼아 세계 시장에 진출한 우리 조선업계는 그 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현재 전 세계 LNG선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제 2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LNG 수송 역사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시작했다.

지난 2008년 STX KOLT호(KOLT, 21호)와의 LNG 운송계약 체결을 끝으로 이렇다 할 변화가 없던 LNG선 시장에 10년 만에 다시 국적선 발주가 이뤄졌다. 그것도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일대 혁명을 예고하고 있는 ‘셰일가스’를 운송하는 운반선인데다, 국내 최초 KC-1 화물창이 적용되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국적선 발주다.

SK해운-삼성重, 대한해운-대우조선해양 현대해운-대우조선해양 2척씩 수주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8월 26일, 오는 2017년부터 미국 사빈패스(Sabine Pass)에서 도입예정인 셰일가스 수송을 위해 신규 LNG선 운영선사 선정 발주 공고를 냈다. 발주 선박은 모두 6척이며, 이들은 2017년부터 매년 280만톤의 셰일가스를 20년간 운송하게 된다.

공고 후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계약이행능력 평가 신청서 접수 및 평가결과 발표, 본격적인 사업 참가신청서 접수 및 입찰, 낙찰자 결정까지 2개월간 숨 가쁜 일정이 진행됐다.

특히 가스공사는 이번 발주과정에서 국내선사 중 LNG 수송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신규선사에 문호를 개방하는 등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했다.

공고 이후 계약이행능력평가(PQ) 신청서를 제출한 8개 해운사를 대상으로 PQ평가를 실시한 결과 기존 해운사인 SK해운, 대한해운, 현대LNG해운, H-LINE해운, 팬오션 등 5개사와 신규로 진입하는 해운사인 현대글로비스, KSS해운 등 2개사 총 7개사가 PQ를 통과했다.
 
신규 진입 해운사인 폴라리스쉬핑은 PQ에서 탈락했다.PQ에서 고득점을 받은 기존 해운사(팬오션 제외)는 각각 2척까지, 팬오션을 포함한 신규 해운사는 각각 1척까지만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KC-1 선형의 경우 국내 최초로 건조되는데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 초기 투자비가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선가를 낮추기 위해 2척을 한 묶음으로 했다.

이후 최종 입찰결과 △SK해운-삼성중공업(KC-1선형) △대한해운-대우조선해양 △현대LNG해운-대우조선해양 컨소시엄이 각각 2척씩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H-LINE해운(옛 한진해운), 팬오션을 비롯해 신규 진입을 노렸던 현대글로비스, KSS해운은 고배를 마셨다.

결과적으로 총 4척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한국형 LNG 화물창인 KC-1을 탑재하는 2척의 LNG선박은 삼성중공업-SK해운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당초 이 부문에서는 이들 컨소시엄 이외 △삼성중공업-H-LINE해운 △현대중공업-현대글로비스, KSS해운 컨소시엄 △대우조선해양-현대LNG해운, 대한해운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였다.

나머지 4척의 일반 LNG선박 입찰에서는 대한해운-대우조선해양, 현대LNG해운-대우조선해양 컨소시엄이 각각 2척씩을 수주했다.

4척의 LNG선이 배정된 일반선형 부문에서는 신규 진입해운사인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현대글로비스와 KSS해운, 삼성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H-LINE해운, 한진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팬오션이 각각 탈락했다.

이번 LNG선박 수주로 국적 LNG선은 기존 21척에서 6척이 추가돼 총 27척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 LNG해운은 9척, SK해운은 7척, 대한해운은 6척을 각각 운영하게 됐으며, 수주전에서 실패한 H-LINE이 4척, 팬오션이 1척을 각각 운영하게 됐다.


국내 최초 순수 국산 기술 KC-1 탑재


삼성중공업-SK해운 컨소시엄이 건조하는 2척의 LNG선에는 국내 최초 KC-1이 탑재된다. KC-1은 LNG선에 적용되는 순수 국내 기술의 화물창으로 보면 된다.

KC-1은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사업명 ‘한국형 LNG선 Cargo Containment System 기술개발’ 국책과제로 개발됐다. 총 사업비 약 186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는 한국가스공사(총괄, 50.2%)와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각각 16.6%씩의 지분을 참여했다.

이후 2011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조선 3사 공동으로 본격적인 ‘KC-1 LNG선 화물창 실용화 기술개발’이 이뤄졌으며, 이 실용화 기술이 이번에 발주된 LNG 국적선에 적용된다.

KC-1 LNG선 화물창은 1차 방벽과 2차 방벽 모두 주름이 있는 멤브레인으로 구성되어 LNG 누설시 2차 방벽에서 액체와 기체를 모두 담아둘 수 있는 구조다.

기존의 2층 단열시스템 개념과는 달리 한 층의 단열시스템 개념을 적용했으며, 단열재로 기존의 유리섬유강화 폴리우레탄폼(R-PUF) 대신 유리섬유가 없는 고밀도의 폴리우레탄폼(H-PUF)를 사용했다. 방열시스템을 극히 단순화시키고 우수한 단열성능을 확보했으며, 단열재 패널의 제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장점이다.

모든 멤브레인 용접은 평면 직선으로 이뤄지도록 설계해 용접시간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용접기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멤브레인 전용 플라즈마 아크 용접기를 개발, 적용함으로써 보다 손쉽게 용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가스공사와 조선 3사는 KC-1 화물창 시스템의 시공성 검증을 위해 ‘Open Mock-up Tank’를, 운영성 검증을 위해 ‘Closed Mock-up Tank’를 각각 건설 및 운전해 성능 검증과 함께 국제선급 인증에 활용했다.

Open Mock-up Tank 검증은 멤브레인 및 단열재를 이용한 모형시험 탱크를 실제 제작해 화물창 시스템 시공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Closed Mock-up Tank 검증은 화물창 시스템 검증을 위한 것으로 모형 시험탱크를 제작, 실제 LNG 주입과 방출의 반복 운전을 통해 LNG선 화물창 시스템 성능을 검증했다.

또한 가스공사와 조선 3사는 KC-1 LNG선 화물창에 대해 국내 및 해외 총 45건의 특허를 획득(대한민국 21건, 유럽 1건, 미국 9건, 중국 7건, 일본 6건, 호주 1건)하는 등 설계 기술의 고유성과 독자성 검증을 통해 해외사 선행기술과 비교했을 때 저촉사항이 없음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그 결과 국제 선급 인증사인 한국선급(KR), 미국선급(ABS), 프랑스선급(BV)의 인증을 획득, KC-1 화물창의 기술구현성 및 실선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2013년 12월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신기술인증 획득까지 국적선 적용의 토대를 차곡차곡 마련하게 됐다.
 

KC-1, 수천억원 기술로열티 절감효과


전 세계 LNG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 조선업계지만, 그 동안 화물창에 대한 기술 부재로 인해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며 외국 기술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건조되는 2척의 LNG선에 KC-1을 적용하게 되면 척당 60억원씩 총 120억원의 기술로열티를 절감하게 된다.

2013년 국내 조선사의 LNG선 건조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LNG선 화물창과 관련한 연간 해외 원천기술사 로열티 절감효과는 약 1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LNG선 해외 원천기술사 로열티는 선가의 5%로 척당 약 100억원 수준. 15척 건조 기준으로 (2013년 국내 조선사 15척 건조) 연간 약 1500억원의 해외 기술료 절감효과가 기대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산 LNG선 기자재를 적극 적용할 경우 외화절감 효과는 연간 최대 3000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LNG선 기자재 금액은 척당 약 500억원이며, 국산 LNG선 기자재를 적극 적용할 경우 최대 40% 정도의 국산 설비 대체가 가능해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외화 절감이 가능해 진다. 이를 통한 관련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국적선 정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조선소가 LNG선 건조에 첫발을 내 디딘지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형 KC-1 LNG선 화물창 개발 및 국적선 탑재 결정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우리 손으로 개발한 KC-1 LNG선 화물창을 국적선에 탑재해 세계 LNG선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향후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이러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 될 수 있도록 한국가스공사와 조선3사가 참여하는 조인트 벤처사 설립(가칭 KC-1 JVC)을 통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KC-1 화물창 국적선 탑재를 일회성이 아닌 핵심 기술력 확충을 통한 신성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즉, LNG선 시장진출을 통한 신규 부가가치 창출과 신기술의 국산화로 창조경제의 실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실현으로 국민생활 편익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의 적극적인 발굴과 함께 국내 조선기자재업체의 세계 LNG선 시장진출을 적극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 한국가스공사의 LNG 국적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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