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 득표로 쾌거 일궈
경제적 효과 1192억원 및 각종 파급효과 기대

▲ 유치 확정이 발표되기 직전 관계자들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에너지신문] 우리나라가 오는 2021년 세계가스총회 개최국으로 최종 확정됐다.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가스연맹(IGU) 연차총회에서 한국은 러시아, 중국, 노르웨이와 함께 2021년 세계 가스총회 개최를 놓고 경합을 벌였다.

1차 투표 결과 노르웨이가 탈락한 가운데 한국과 러시아, 중국의 3파전으로 좁혀졌으며, 결국 2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은 한국이 유치를 최종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오는 2021년 대구에서 세계 가스총회가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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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세계가스총회 유치가 확정된 직후 장석효 한국가스연맹 회장이 축하를 받고 있다.

WGC 2021 유치 성공-세 번의 도전, 끝내 승리하다

세계 가스 올림픽 2021년 대구 개최 ‘감격’
한국 가스산업 위상 제고 최고 기회 얻어

전 세계 가스인의 축제, ‘가스 올림픽’이 드디어 대한민국 대구에서 열린다.

국제가스연맹(IGU)은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총회를 열고 대한민국 대구를 2021 세계가스총회(WGC) 개최지로 최종 선정했다. 세 번의 끈질긴 도전 끝에 얻은 값진 쾌거다.

이번 WGC2021 유치전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북경),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노르웨이(스타방에르) 등 4개국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세 번째 도전국인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유치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번 유치전에서 총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한국은 유럽-미주-아시아 순의 대륙순환 개최 경향을 고려할 때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세계가스총회 개최지는 2012년 말레이시아에 이어 2015년 프랑스, 2018년 미국으로 이어져 다음 개최지는 아시아권 국가가 유력하다는 시각이 대두됐었다. 유럽지역 총 19회, 북미 3회(미국 2, 캐나다 1), 남미 1회(아르헨티나)씩 개최됐으며, 아시아에서는 2003년 일본, 2012년 말레이시아 두 개 국가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제회의 개최능력과 행사 인프라 등에 관해 IGU 회원국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아울러 우리의 최대 강점인 LNG 2위 수입국의 위치와 세계적으로 뛰어난 EPC 능력 등이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해 총회 유치에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세계가스총회 유치를 계기로 우리 가스산업계는 현재 갖고 있는 역량을 총 발휘하고 가스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회 유치전에서 함께 뛴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세계가스총회 유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성공적인 총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WGC2021 유치위원회.

산 넘어 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 이어져

이번 총회 유치가 성공에 이르기까지 사실 치열한 경합이 이어졌다. 2021 세계가스총회 유치위원들도 우리나라의 우세를 점쳤지만, 막판까지 장밋빛 전망은 경계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현재 IGU 회원은 총 89개국이다. 하지만 총회를 비롯한 실제 회의에 참가하는 국가들은 보통 약 60~70개국이 넘지 않는 수준이다. 총회 개최를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서도 우리 측에 지지를 보이거나 우호를 표시한 국가들이 제법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을 확실하게 찍겠다”고 알려준 국가들은 아직 그렇게 많지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는 약 80% 이상이 당시까지의 부동표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9월말 정도에 열리는 내부 이사회 등을 통해서 자국의 입장을 확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표결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월 초부터 총회 유치 결정을 위한 경선투표가 이뤄지는 16일까지 보름 동안은 사실상 이미 각국의 표심이 결정된 상황이지만, 그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총회 유치 성공을 위해 1차 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1차를 통과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이 주효했다.

유치위원회는 만약 60개 이상의 표 중에서 3개 경쟁국이 10개 이상의 표를 가져가 버린다면 사실 1차 과반수 확보도 그렇게 낙관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보름 정도 총력을 펼쳤다.

이를 위해 유치위원회는 일단 우리를 지지하겠다고 표시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표 결집을 다지고, 우호적인 국가들에 대해서는 최종까지 집중적으로 공략해 1차 통과에 필요한 최대한의 표를 확보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도 해외공관 차원에서 해당국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지지 교섭을 전개했다. 특히 외교부는 대륙별 순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2자 구도로 가져가는데 힘을 쏟았다.중국은 오는 2019년 LNG회의를 유치한 국가여서 우리나라가 세계가스총회 세번째 도전국임을 감안, 한ㆍ중 양국이 맞붙게 된다면 우리 측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우리와 경쟁을 벌인 경선 참여 3개국도 표심 공략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3국 중 1차 2차 경선에서 떨어졌을 경우 그 표를 한국 측 지지표로 가져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이에 따라 외교부를 비롯한 유치위원회는 우선 지지국이 탈락했을 경우를 대비한 차순위의 지지를 요청하는 것도 유치 전략에 포함해 마지막까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은 차기 세계가스총회 개최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의 경우 러시아와의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도 이번 WGC 2021 유치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WGC2021 유치위원들이 유치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경쟁상대국, 약점을 노리다

이번 경선에서 맞붙은 상대는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우선 러시아는 가스업계의 위상이나 메드베데프 가즈프롬 부회장의 개인적인 네트워크 등의 측면에서 타 국과 견줄 수 없는 강점이 있다.

중국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나 가스업계에서의 위상이 높고, 노르웨이도 유럽지역 국가들이 갑자기 결집을 해 버릴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국가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국일지라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반응들이 있고, 중국도 최근에 러시아-중국 간 가스협력 관계라든지 IGU 내에서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감이 있다. 노르웨이도 9년간 사무국을 독점하면서 유럽지역에 있어서의 독점 문제 등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지적되는 약점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선 PT, 세계를 움직이다

이번 WGC 2021 유치를 위해 수많은 노력이 이어졌지만, 하이라이트는 경선 당일 현지에서 진행된 PT다.

PT는 각 후보국에 집행이사회 시 5분, 연차총회 1차 투표 시 15분간(영상물 포함)의 프리젠테이션 시간이 주어진다. 1차 투표에서 성공해 2, 3차 투표로 이어질 경우 추가로 약 3분간의 구두발표 시간이 부여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PT에서 한국의 총회 유치 의지와 강점, 공약 등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또한 해외 유치활동 시 IGU 회원국에서 주요 관심사로 언급한 향후 회장국, 회장 후보자로서 IGU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공약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PT는 인사 및 비전소개를 시작으로 ‘Why Korea-Our Story of Gas’를 주제로 한 영상물 상영이 이어졌다. 이후 회장 후보자 소개 및 단결된 유치 노력, 의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장석효 회장 후보자가 직접 나서 공약을 소개했다.

공약 소개 후에는 'Accessible, Able, Attractive'를 키워드로 한 WGC 2021 개최 후보지인 한국에 대한 소개와 ‘Vibrant, Scenic, Menorable, Fun'을 키워드로 한 개최 후보도시 대구에 대한 소개 영상이 이어졌다.

이후 장석효 회장이 최종적으로 총회에 참석한 IGU 위원들에게 한국과 대구를 선택해 줄 것을 요청하며 PT를 마무리 했다.

▲ 장석효 한국가스연맹 회장이 유치위원들에게 유치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세계 가스 올림픽, 성공 개최만 남았다

세계가스총회(WGC: World Gas Conference)는 전 세계 총 126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국제가스연맹(IGU)이 3년 단위로 개최하는 국제 가스업계의 최대행사(전 세계 80여 개국 6000여명 참석)다.

WGC에는 매회 3000명 내외의 대표자가 참석하며, 전시 관련자도 1만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역대 세계가스총회 대표자 참석 규모를 보면 2012년 말레이시아(5299명 참석) 총회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2009년 아르헨티나 3554명, 2006년 네덜란드 3138명, 2003년 일본 5246명, 2000년 프랑스 3335명 등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세계가스총회는 IGU의 3년간 사업을 총결산하는 회의로서 사무국의 운영실적, 11개 산하 전문위원회의 연구결과 등을 발표하고 평가한다. 또한 회원국의 다양한 주제발표 및 토론, 가스의 탐사, 생산, 운송, 이용 등에 관한 전시회도 연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IGU에 가입해 2003년부터 IGU 집행이사국(20개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강수 한국가스연맹 명예회장(前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조정관으로 활동 중이다.

그동안 두 번의 IGU 총회(1999년 제주, 20008 경주)와 LNG13(2001년 서울), ICT(2005년 부산), IGRC(2011년 서울) 등 국제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행사 유치국은 소득 향상 효과(회의 참가자 지출, 서비스 산업·시민 소득 향상), 고용 효과, 세수 증가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효과를 얻게 된다.

부산발전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8년 세계가스총회의 경우 505억원의 외국인 참가자 소비지출과 224억원의 내국인 참가자 소비지출, 105억원의 사업예산 지출 등 총 835억원의 생산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각각의 부가가치 약 357억원을 더하면 총 약 1192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용유발 효과(2428명)와 비경제적 파급효과까지 더하면 세계가스총회가 가져오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세계가스총회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및 산유국, 석유가스메이저 회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IGU의 회장직을 수행(3년간)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가 IGU 회장직을 수행하게 되면 OPEC, WEC, WPC, UNFCCC 등 에너지관련 국제기구와 정기적인 회합 등을 통해 에너지 외교의 저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GU 회원국인 주요 산유국과의 빈번한 교류로 에너지 분야의 협력관계 강화를 얻을 수 있다.

국내 가스관련 산업의 발전과 해외진출 기회 확대도 세계가스총회 유치가 불러올 무형적인 효과다. IGU 회장국으로서 국제 가스 관련분야의 기술교류와 기술개발에 적극 참여할 경우 국내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 확대와 관련제품의 수출촉진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 가스산업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WGC 2021 유치가 올림픽 유치와 비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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