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근 교수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에너지자원개발 핵심요소는 ‘기술·자본’-
-역량강화·기반구축, 정부융자 확대 절실’-

 

[에너지신문] 석유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와 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석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석유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국제정세가 안정되고 유가가 낮게 유지될 때는 수출량이 많은 한 두 산유국으로부터 대량으로 구매하는 가장 경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석유와 연관된 국제정세는 한 번도 안정된 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불안정하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또는 정치적 영향력이 작은 나라에 석유수급이 유리한 경우도 없으므로 석유의 단순한 수입은 지혜로운 대안이 아니다. 이는 1차, 2차 오일쇼크와 2000년대 후반 초고유가 시기에 뼈저리게 증명되었다.

석유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산유국의 수출 역량, 정책, 수송거리에 따른 제약으로 우리나라는 중동의존도를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합리적인 대안은 석유의 직접수입과 개발을 통한 수급역량의 향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나 석유제품의 수출입은 그동안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잘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더 역량을 키워야 할 부분은 국내외 자원개발이다.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에너지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두 요소는 기술과 자본이다.

지난 5년간 시행된 자원개발특성화대학 프로그램을 통한 학부교육의 내실화, 석박사 고급인력의 지속적 배출, 자원개발 기업의 실무경험, 상용 프로그램의 발전 등으로 국내의 기술력도 많이 발전하였다.

요즘에는 국내기업도 서비스회사와 사업파트너의 지원을 받아 자원개발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의 발전과 인력자원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원유와 천연가스를 탐사하고 생산해야하는 E&P사업에는 여전히 위험요소가 많다.

거대하고 복잡한 지구의 땅속 및 바다 속을 탐사하므로 제한된 정보와 기술의 한계로 인해 국내기업의 탐사성공률은 10~15% 내외이다. 광권 확보, 물리탐사, 시추 등으로 초기에 많은 비용이 투자되지만 실패하면 잔존가치가 매우 낮아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유가와 환율과 같은 외부요인에 따라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해당 국가의 정치상황이나 규정의 변화로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언급한 위험요소들은 기술력과 적절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요소는 자본이다.

엑슨 모빌, 셸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는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E&P사업의 많은 실패로 인해 손실을 입기도 하지만 일부 사업의 대규모 성공으로 그동안의 모든 손실을 회복하고도 남는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규모 이상의 자본을 반드시 확충하여야 한다. 하지만 국내실정은 매우 미약하다.
정부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에너지위기 대처역량을 제고하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E&P사업에 성공불융자를 시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고유가로 국내기업의 해외 E&P사업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융자예산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2014년도 평균 융자비율은 국내기업 투자액의 약 20% 내외로 정부가 설정한 기본융자비율 50%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낮은 융자비율은 국내기업의 E&P사업투자를 급격히 위축시키며 규모가 있는 좋은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윤창출과 재투자가 반복되어 성장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달성하지 못한다.
또한 소요되는 총 사업비 대비 영세한 지원규모로 인하여 매년 융자금만 손실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P사업 투자는 정부가 설정한 에너지자원 자급율을 달성하기 위한 산업체의 출혈이 아닌, 기업과 정부가 협력하여 새로운 부를 창조하고 안정적으로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불융자로 많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단정한다.

하지만 2012년 말 기준으로 석유개발사업은 융자금의 159%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금과 사업성공으로 인한 추가금액인 특별부담금으로 회수하였다.

특히 국내기업이 참여하여 탐사와 생산에 성공한 브라질 BMC 광구를 24억달러에 매각(2011년 7월)하였는데 이 금액은 2012년 말까지 석유 E&P사업에 지원된 총 융자금액의 71%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성공은 지속적인 투자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규모나 에너지소비에서 세계 10위권에 있지만 국제적 에너지자원 수급불안에 매우 취약하여 상류부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과 더불어 민간기업이 이익창출을 기반으로한 적극적인 해외 E&P사업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불융자비율을 최소 50% 이상 유지하여 민간기업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유인해야 한다.

운영권 사업이나 국내 서비스기업을 활용하는 등 융자규정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80%까지 지원하여 자생적 사업여건이 성숙되도록 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속담이 있다.

이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우리는 매우 어리석은 인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나 해마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볼 때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의 에너지안보가 위협받는다고 말만하기 이전에, 이제는 행동으로 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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