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원 선임연구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셰일가스 혁명 에너지시장 지각변동 예고-
-해외진출 경쟁력 강화 위한 지원 지속해야-

[에너지신문] 2000년대 중반까지 에너지 업계의 화두는 ‘피크오일(석유생산량 정점)’의 도래 여부였다. 20세기 석유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석유중심의 에너지산업 규모는 급증하였으나 저유가 시대가 오래 지속되면서 기술적인 큰 변화는 거의 전무했다고 할 수 있다.

즉 2000년대 초까지는 배럴당 20달러 수준의 낮은 유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저조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개선 등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국가들의 석유소비가 급증하면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후반 이후 배럴당 100달러대의 고유가가 고착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기술혁신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며 ‘비전통자원’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비전통자원은 기존의 석유·가스와 성분은 동일하나 부존형태가 상이하여 기존 생산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생산되는 에너지 자원으로 그동안 경제성이 없어 생산되지 못했던 자원이다.

▲ 비전통자원의 종류

특히 2000년대 후반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은 전세계 에너지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셰일가스란 세밀한 진흙이 수평 퇴적한 암석층(Shale)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매력적이다.

미국 중소중견업체들이 개발한 수평시추·수압파쇄법 등 혁신적 채굴기술로 인해 셰일가스 생산의 경제성이 확보되며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가스 생산량 중 셰일가스 비중은 2005년 4.1%에서 2011년 34.1%로 급증하였고, 2035년에는 약 50%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미국 가스 소비도 증가하여 미국 에너지 소비 중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22.5%에서 2013년 27.3%로 확대되었다.

북미는 비전통자원 생산 증가로 세계 석유·가스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였다. 미국은 2009년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한데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17년경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석유생산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소비는 감소세에 있어 미국이 2020년경 가스 순수출국, 2030년경에는 석유 순수출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석유·가스 수출을 금지해 왔으나 최근 셰일가스 기반의 LNG 수출 허가에 이어 컨덴세이트(초경질유) 수출금지 해제를 결정하는 등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강력한 상승세에 있는 세계 업스트림 산업(석유·가스 탐사·개발·생산) 투자 역시 북미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Barclays에 의하면 2014년 세계 상류부문 투자는 전년대비 6.1% 증가한 7230억 달러, 북미지역은 1990억 달러(7.3%↑)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지역 투자 증가는 주로 수평정 시추 증가에 기인하며, 국가별로 미국은 1560억 달러(8.5%↑), 캐나다는 430억 달러(3.2%↑)이다. 북미 비전통자원에 대한 M&A 거래는 2012년까지 4년 연속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는데, 주 매수자는 메이저 기업과 아시아 기업들이다. 2013년 이후 M&A 거래가 감소세로 전환하였는데, 이는 미국 상류부문이 신규자산 인수단계에서 취득 자산의 개발단계로 진입한 것에 기인한다.

최근 수년간 에너지 시장은 셰일혁명, 글로벌 금융위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급변해 왔고, 향후에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비전통 자원 확산이 에너지 가격 하향안정화에 기여하겠으나 거대 신흥국 소비 급증,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투기자금 등 유가 급등락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Swing Producer1)역할을 해 왔던 사우디의 가격조절능력이 한계2)를 보일 전망이나 미국의 에너지 시장 주도권 장악으로 과거와 달리 산유국 정정불안에 적극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탄소배출이 높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대한 제약이 심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고, 에너지 다소비업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대비 에너지 안보 수준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2013년 세계에너지협회(WEC)의 에너지 지속가능 지수(Energy Sustainability Index)3)평가에서 한국은 에너지 안보 부문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으며 129개 국가 중 64위를 차지하여 이웃국인 일본이 16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유수입의 80% 이상을 정정불안이 심한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경우 2011년까지 투자액이 급증했으나 여전히 메이저 기업에 비해 규모, 자금력, 기술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며, 일관적인 해외자원개발정책 추진 미흡 및 민간기업의 고위험 장기사업 투자 기피 등으로 2012년 이후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하락세로 선회하였다.

향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국가차원의 제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중동 일변도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 단순도입 외에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수요측면에서는 에너지 기술 개발 및 효율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제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책과제로서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과 에너지 안보강화 및 안정적 공급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국 셰일혁명과 관련하여 파생되는 투자기회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여 업스트림 뿐 아니라 미드스트림(운송)과 다운스트림 산업(정유·석유화학)에 대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기업의 에너지자원 확보 및 유관산업 해외진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지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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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유공급의 변화에 맞춰 석유생산을 증감,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산유국

2) 사우디 등 OPEC 잉여생산능력 감소는 석유시장에서의 공급 여력이 감소한 것을 의미하므로, 국제유가는 향후 공급차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

3) WEC이 컨설팅업체인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과 공동으로 개발한 지표로서 2012년 129개국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사회적 형평성(Energy Equity), 지속가능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등 세 가지 에너지 정책과제에 대한 각 국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한 것임. 우리나라의 부문별 평가결과는 에너지 안보 D, 사회적 형평성 B, 지속가능성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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