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매입 공세 거센데 韓 무분별한 정리
무리한 경영 정상화에 자원 ‘안보’ 비상등

[에너지신문] 확연히 달라진 자원개발정책에 대한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내실화’가 강조되며 투자는 급감했고 공기업에 ‘경영 정상화’가 강하게 요구되며 자원개발사업은 매각 1순위로 떠올랐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자국의 자원 확보를 위해 지역 구분 없이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무분별한 투자와 매입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할 자원개발산업에 당장의 성과를 위주로 ‘방만하다’고 낙인찍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원이 무기가 되는 시대, 경제적 가치는 물론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을 육성·보호할 필요가 있다.


▲ 한국석유공사 이라크 하울러 석유시추 현장.

지난 정부 ‘급성장’의 그림자

현재 자원개발산업의 위축은 배경이 분명하다. 지난 정부의 묵인하에 행해진 방만한 투자가 공기관에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해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MB정부 5년간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쓰인 돈은 43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투자와 대형화 전략으로 에너지관련 공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면에는 그림자가 짙었다. ‘자주개발률’ 향상을 목표로 하면서 외적 성장과 성과에 대한 부담이 컸다. 이는 무리한 M&A나 부실자산 인수로 이어졌고, 손실이 커졌다. 결국 2012년 말 에너지공기업의 부채는 59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중 금융부채만 39조3000억원에 달했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이 2008년 73%에서 2012년 168%로 2배 넘게 늘었다. 광물공사도 85% 에서 177%로 증가했다.

높은 부채율은 박근혜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 출범 전부터 ‘부실’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또 각 공기관에 방만경영 개선이 중점 과제로 하달되면서 자원개발산업에는 급격히 암운이 드리웠다.

최근 석유공사는 수익성이 낮은 해외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정유 부문 사업체(NARL)를 매각하기로 했다.

광물자원공사 역시 부채 감축을 위해 파나마 구리광산 사업 지분의 매각 절차에 나서는 등, 재무 개선을 위한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매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은 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높다.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상 인프라 구축과 수익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나 ‘부채 감축’이라는 단기 과제에 밀려나고 있기 때문. 이대로라면 지난정부 들어 그나마 확보한 인프라가 송두리째 고사할 것이라는 업계의 비명이 자자하다.

북미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 개발 붐에서 밀려나고 있는데다 있는 무리한 정상화 추진으로 유망광구를 낮은 가격으로 팔고 있어 국가 성장에 위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 한국석유공사 베트남 해상 광구.

이제야 빛 보는 공기업 투자

일부 묻지마 투자의 손실과 별개로 최근 들어 몇몇 공기업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석유공사는 ‘이라크 하울러 광구’ 잇단 시추 성공이라는 낭보를 보내왔다. 최근 데미르닥 구조에서는 2억5800만배럴의 매장량을 확인, 보유지분 몫에 해당하는 약 3900만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인는 창사 이래 확보한 탐사 매장량 중 최대 규모다.

2008년 투자에 나서 광구자분 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사업운영권자가 여러번 바뀌었고, 무리한 투자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었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사업 유망성을 믿고 지분을 지킨 ‘뚝심’의 결과, 성과를 움켜쥐었다.

외환위기 당시 사업권을 확보한 베트남 사업의 성과도 눈부시다. 공사가 운영권을 가진 베트남 11-2광구에서는 하루 평균 2만1000배럴의 천연가스와 2300배럴의 컨덴세이트 등을 생산한다. 14.25%의 지분을 가진 15-1광구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약 3만5000배럴에 이른다.

회수율도 우수하다. 15-1광구의 경우 올 3월까지 16억6707만3000달러를 투입해 24억9208만3,000달러를 회수, 151%을 회수율을 기록했다.

가스 위주의 11-2광구는 1992년부터 올 3월까지 총 5억8128만달러를 투입해 5억6898만6000달러를 거둬들였다. 99%의 회수율로 현재 추세대로 라면 올해 말 회수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만약 당시 상황에 밀려 베트남이나 이라크 사업을 철수했다면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해외자원개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모잠비크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9월 모잠비크 제4지역(Area 4) 광구에서 최대 1.5억톤(7Tcf)가량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초대형 가스를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총 87Tcf, 약 1.5톤에 달하는 가스량을 발견했다.

공기관의 낭보는 자원개발 기술과 경험의 축적은 물론 국내기업의 해당국가 진출 효과를 유발하고 있어 가치가 더욱 높다.

특히 가스공사는 가스전개발사업과 연계한 상·중·하류 도시가스사업 선점 및 국내 기업과 동반진출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민간선 수출 효자품목 ‘부상’

민간의 성과도 눈부시다. 자원개발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등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자원개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석유개발사업 매출액은 전체 1.3%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기존 주력사업인 정유 부문 영업 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석유개발사업이 사실상 든든한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지난해 말 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며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대비 26%, 79% 증가한 10조1918억원, 1611억원으로 규모다. 같은 기간 자원개발 사업 영업이익은 97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호주 등에서 발전용 유연탄을 생산하는 생산자이자 국내 최대 석탄 트레이더인 LG상사는 자원원자재 부문 영업이익 382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42.2%가 이 부분에서 발생한 셈이다.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기업이 과감하게 투자한 대형 자원개발사업이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공,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에 나서는 구도가 형성된다면 더욱더 안정적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차원 장기 전략 필요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 정책 추진 방향을 석유·가스·일반 광물 등 안정적 자원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되 ‘내실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개발 공기업은 위험이 큰 탐사사업을, 민간 기업은 개발과 생산사업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에너지자원 매장량 평가와 시추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을 육성해 자원개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장 절실한 장기적 관점의 자원개발 정책은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았어야 할 ‘5차 해외 자원개발 기본계획(2014~2023년 계획)’은 9월 중순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우리와 달리 중국, 일본 등 주변의 자원 다소비국은 여전히 정부가 주가 돼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질적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방적인 매각과 정리는 오히려 자원개발 산업의 성장 토대를 말살할 수 있다. IMF때 한국전력이 손해를 보고 캐나다의 시가 레이크 우라늄 광산을 매각한 지금 매각액의 30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으며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내놓은 이집트의 칼다 유전도 이후 대규모의 가스층이 발견됐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철저한 검증을 거쳐 신규 자원개발 투자를 지속해야만 인력양성 및 기술, 경험 확보라는 인프라도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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