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올해 운전자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기름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 명절 등 이동량이 많아지는 이맘때는 해마다 특수로 기름값이 치솟았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25.72원, 경유는 리터당 1629.14원 수준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기름값이 싼 대구지역의 리터당 평균가격은 휘발유 1793.82원, 경유는 1602.44원까지 내려갔다.

LPG 가격도 마찬가지다. 8월 전국 LPG충전소의 자동차부탄 평균 판매가격은 1037.68원으로 나타났다. 공급가 인하로 9월 가격은 9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료가격 인하는 국제유가의 영향이 크다. 유럽·중국의 경제침체와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큰 요인으로 ‘경쟁’을 꼽는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위사업자의 가격통제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석유업계는 알뜰주유소 등장 이후 정유사부터 주유소까지 공급가가 내려갔다. LPG업계도 수요 감소와 디젤택시 허용 등 악재로 수입사가 가격 결정에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등 신흥국의 정제시설 확대로 수출 및 트레이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잉여 에너지가 동북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 중심의 정부 정책기조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비는 갈수록 줄고 있다.

‘고객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가격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신이 난다. 식료품, 공공요금 등 온갖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홀로 가격인하 행진은 이어가고 있는 기름값이 기특할 정도다.

하지만 기특한 기름값에 마냥 기뻐하기만 해선 안된다. 지나친 경쟁으로 공급시장이 악화되면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고 시장을 방관하면 다시 또 공급자들이 일방적인 가격 결정에 휘둘려야 할 것이다.

적절한 경쟁 유발과 시장 관리와 감독을 통해 기특한 기름값을 이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현명함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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