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기자.
정유사의 얌체행동이 주유사업자와 일반국민을 동시에 울리고 있다.

빗발치는 석유가격 인하 요구에 최근 정유사는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는 유례없는 조치를 단행했다.

가격인하 발표에 덧붙여 ‘손실을 감안한 과감한 가격인하’ ‘고물가로 고생하는 국민들과 고통분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 등과 같은 자화자찬식 수식어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하기도 했다.

포장이야 어떻든 반짝 가격인하 소식에 반색하는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에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은 정작 기름 값이 인하발표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대만큼 큰 실망감을 갖고 돌아서야만 했다. 정유사의 가격인하 발표와 동시에 즉각적인 가격인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유사의 얌체행동이 꼽히는 점은 비난을 살 만 하다.

가격인하 조치가 일선 소매사업자인 주유소와는 사전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데다, 주유사업자를 대상으로 재고를 가득 채우라고 종용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단행된 조치여서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가격인하가 예정된 시점에 인하 전 가격으로 다량의 물건을 판매한 뒤 ‘이제부터 가격을 인하합니다’라는 발표가 이뤄진 것이다. 이쯤 되면 상도의에 어긋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물론 상황을 초래한 주체가 일부 영업사원들에 불과하고 정유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해명을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고가의 기름 값이 전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점에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유사가 함께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헐값에 가까운 ‘통큰 치킨’의 등장은 치킨업계의 치열하고 살벌한 경쟁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기름시장에도 ‘통큰 기름’이 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기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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