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충근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 소장

[에너지신문]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마음먹고 시작을 하면 그 일은 끝낼 수가 있는 것이니 이미 반은 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속담이 무색하게 된 정부 사업이 있다. 2003년 LNG자동차 보급 타당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LNG혼소자동차를 개발하고, 2008년 국토교통부가 한국가스공사를 사업대행자로 지정하여 2012년까지 1만500대의 LNG자동차를 보급할 계획이었으나, 개조차량의 성능 미흡, 충전인프라 부족 등의 원인으로 사업추진에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도 LNG자동차는 보급 시작 단계에 있다. LNG자동차의 경우에는 중국이 2012년 현재 2만4718대, 미국이 2011년 현재 3436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LNG자동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중국은 2015년까지 3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2025년까지 20만 대의 LNG자동차를 보급한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과 탈 원자력 정책의 영향으로 에너지믹스에서 원자력과 석유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대체에너지로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발전용 에너지원의 무게중심이 원자력에서 천연가스로 전환되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실행되면, 정부의 그린카 정책에서 전력기반 그린카에 비하여 높은 에너지효율을 실현할 수 있는 LNG자동차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거리 운행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LNG자동차 보급의 경우 충전소를 시내에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국 도로 요충지에 LNG충전소를 설치한다면 영업용으로 등록되어있는 승합차 2만2547대와 화물차 4만8649대 모두를 LNG자동차로 교체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2013년 미래에너지기준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할 경우 연간 환경개선편익은 EURO-4 기준으로 3595억원, 2014년부터 적용되는 ‘대기환경보전법’ 배출허용기준(이하 ‘KOR-14’)으로 8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간 연료비절감액은 국가관점에서 2314억원, 차주관점에서 410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수송부문에서 연간 4.63%의 석유의존도 완화효과와 연간 6684억원의 유가보조금 절감효과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LNG자동차의 구입가격, 연료비용, 환경개선비용 등을 감안한 국가관점 경제성 평가결과 연간 자동차 생산규모가 2800대일 경우, KOR-14기준에서 내구연한 동안 자동차 종류에 따라 1대당 2500만원 내지 32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차주관점 수익성 평가결과에서도 2000만원 내지 25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관점 경제성 평가결과 편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LNG자동차 보급정책이 사회에 유익하다는 의미이다. 차주관점 수익성 평가결과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긴 하였으나, 생산규모를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LNG자동차도 개발하고 충전 인프라도 구축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2013년 12월 현재 213대의 LNG자동차와 10개소의 LNG충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실패했던 LNG자동차 보급 사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상업화 전략이 필요하다.

1단계로 최적의 LNG자동차 전환 대상을 선정하고, 2단계로 부족한 인프라를 감안하여 혼소방식의 개조차를 우선 보급하며, 3단계로 확대된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차를 만들고, 최종 단계로 차종 다양화와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작이 반’인 것을 알면서도 시작을 못하는 것은 바로 불안감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한 사업을 다시 시작하려면 더 큰 불안감을 극복해야 한다. 불안감을 극복하고 시작만 해도 그 일은 반은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우리 조상들은 참 멋진 속담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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