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로 한국가스공사 선임연구원

산업용, 연료전환 가능해 수요변동성 커
LNG 벙커링, 도시가스용 수요에 큰 영향

[에너지신문] 1985년 공급을 시작한 도시가스는 정부의 보급 확대정책으로 인해 지난 3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하였다.

1993년 약 238만톤이던 도시가스 소비량은 연 평균 11.2% 증가하여 2013년에 약 2000만톤에 이르렀다. 상대적으로 보급 초기인 2000년 이전까지는 연평균 증가율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수요가 크게 증가하였고 이후에는 증가 추세가 많이 둔화되었다.

용도별로는 산업용 수요가 1993년에서 2013년 사이 연평균 17.3%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였고, 주택용과 일반용 수요가 연평균 약 9%로 증가하였다. 특히 전체 도시가스용 수요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주택용 수요가 2000년 이후에 증가폭이 현저히 둔화되었다.

이에 반해 산업용 수요는 2005년 이후에도 대체로 매년 6%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2008년 이후 다시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최근 도시가스용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2000년 중반 이후 발생한 이 같은 용도에 따른 상이한 증가 패턴을 도시가스 가격과 대체연료와의 상대가격을 통해서 살펴본다.

전력으로 천연가스 난방용 수요 이탈

2005년 이후 주택 및 일반용 수요의 둔화된 증가추이는 이는 도시가스보급 확대로 인해 주택용 수요가 정체된 부분도 있지만, 저렴한 전력가격으로 인해 난방용 수요의 전력으로 이탈도 영향을 미쳤다.

전력과 도시가스의 주택 및 상업용 수요를 연도별로 보면 2006년까지는 도시가스 소비량이 전력소비량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나, 2006년 이후에는 도시가스용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력소비량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000년 이후의 전력과 도시가스가격의 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전력가격의 경우 2011년 이후에 몇 차례 가격이 상승했을 뿐, 전체적으로 보면 2000년 이후에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도시가스 가격은 동기간에 두 배 이상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의 전력에 대한 상대가격이 상승하여 도시가스를 사용하던 난방용 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발생한 동계 최대전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최대전력은 대부분 하계에 발생하였지만 2009년 이후의 최대전력은 동계에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8년까지는 대체로 7월이나 8월의 12~15시에 최대전력이 발생하였으나, 2009년 이후에는 1월이나 12월의 낮 시간에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전력이 동계에 발생한다는 것은 전력의 난방부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렴한 전력가격으로 인한 난방부하를 담당하는 등유와 도시가스 수요가 전력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전력과 도시가스의 상대가격으로 인한 수요 대체 현상은 2010년 이후의 수요 변동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이래로 감소하던 도시가스 수요가 2011년 이후에는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같은 기간 급증하던 전력수요의 증가 추세가 현저히 감소한 것 또한 볼 수 있다. 이는 2011년 이후 전력가격이 서서히 상승하는 모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벙커C유와의 상대가격에 따른 산업용 수요

2009년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로 산업용 수요는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석유화학, 1차금속, 조립금속 업종의 증가 추세가 크고, 소비량 비중으로도 세 업종이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산업용 수요에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03년에 34만톤이었던 수요가 2012년 166만톤으로 약 다섯 배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점유율도 2003년에 10.7%에서 2012년 22.8%로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1차금속과 조립금속도 전체 제조업 소비량 수준에서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 비중이 대체로 유사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이후의 산업용 수요의 높은 증가 추세는 고유가로 인해 벙커C유와의 상대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월별 벙커C유 생산자물가지수와 두바이 유가를 함께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벙커C유 물가지수가 국제유가 보다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같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8년 고유가 시기 벙커C유 가격도 급증하게 되었다.

도시가스와 벙커C유 가격지수를 보면 도시가스 가격은 완만한 추세로 상승하는 반면, 벙커C유 가격은 2008년 이후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대가격 차이로 인해 산업용 도시가스용 수요가 급등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산업용 수요는 주택용 수요와 달리 상대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도시가스를 연료용으로 사용하는 많은 업체들이 도시가스와 벙커C유 설비를 모두 갖춘 듀얼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격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연료를 전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에 의한 수요변동성이 주택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동절기 주택용·일반용 수요증가 가능성 커

그동안 도시가스용 수요의 변동은 단기적으로 기온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설명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도시가스 가격은 정부의 경제 안정화를 위한 공공요금 정책으로 인해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고유가시기를 지나면서 도시가스 가격의 전력 및 벙커C유에 대한 상대가격 변화는 주택 및 일반용 수요의 감소와 산업용 수요의 급증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가격효과는 상대가격에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과 반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전력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인해 전력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산업용 수요에서 벙커C유와의 상대가격도 국제 유가의 흐름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소득수준과 기온 변동에 의해 발생했던 도시가스 수요의 불확실성이 한 층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용 수요의 경우는 도시가스와 벙커C유와의 상대가격뿐만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석유화학 업종의 경기상황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진행되고 있는 LNG 선박 벙커링사업 시행 여부도 미래 도시가스용 수요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택 및 일반용 수요는 높은 보급률로 인해 소득효과에 따른 수요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절기 이상기온 발생 시에는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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