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부교수/제로에너지디자인 센터장

2016년 노원구 실증단지 완공 예정
‘녹색거점’ 지위 확보…재평가 기대

[에너지신문] 독일의 볼프강 파이스트(W. Feist) 박사는 지난 1991년 독일 헤센(Hessen)州 다름슈타트(Darmstadt) 시내의 크라니히슈타인(Kranichstein) 지역에 세계 최초로 패시브 성능을 확보한 연립주택을 준공시켰다(그림 1 참조).

그는 당시 헤센 주의 환경부 장관이자 추후 연방정부의 부수상 겸 외무부장관이었던 요시카 피셔(J. Fischer)의 요청으로 패시브하우스를 짓게 되었는데, 헤센 주정부의 요구사항은 일반 건축물의 건설비용 대비 패시브적인 요소를 추가하는데 있어 추가비용이 최대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연립주택의 건설비용은 ㎡당 1825유로에 달했다. 이 비용 중 고단열, 고기밀, 그리고 환기장치를 추가하여 상승된 비용은 292유로/㎡로 기존공사 대비 약 19%가 상승되었다고 한다.

당시 일반건축물의 공사비 자체도 매우 높았는데, 이는 1991년 독일 통일 직후 건설 붐에 편승하여 건축비용뿐만 아니라 은행의 대출이자도 높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하실과 북측 유리면, 남쪽의 발코니 등의 공사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가된 공사비로 인해 절감된 난방에너지 요구량을 보면, 당시 일반건축물의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이 대략 180kWh/(m2a)인 18리터하우스와 비교하여 패시브 연립주택은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이 14kWh/(m2a)인 1.4리터하우스를 만족하였다고 한다.

표 1에서 살펴보면 1991년 당시 독일 일반건축물의 열적성능은 독일 패시브기준 대비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고, 이 기준은 2012년 국내 에너지절약기준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열관류율 값임을 알 수 있다.

초기 독일 실증연립주택 완공까지의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23년 전부터 독일 헤센 주는 에너지절약형주택에 대한 필요성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일반연립주택 공사비보다 50%까지 상승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두 번의 에너지파동을 경험했던 독일은 향후 미래에 에너지절약형 건축물 보급을 정책화하기 위해 건축가와 건축주를 설득하는 한편 산업계를 독려했다. 아울러 실제 인상비의 50%를 주정부가 부담하면서까지 실거주자가 입주할 수 있는 연립주택을 완공시켰고 오늘날까지도 모니터링을 실시하면서 에너지소비량을 계측 및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실증프로젝트가 낳은 기대효과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년에 프랑크푸르트 시정부가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독일 에너지절약규정 대비 패시브 기준을 만족시키는 건축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추가공사비는 약 6~7% 인상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12~13% 이상의 추가공사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독일 정부는 에너지절약규정(EnEV)의 기준을 강화시켜 왔으며, 독일 산업체에서 생산되는 건축자재들의 전문화 및 국산화에 매진하여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현재의 우리 정부와 연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1991년 독일이 3층 연립주택으로 최초의 패시브 연립주택을 실증하였다면, 23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화석에너지제로 국민임대주택 121세대 실증단지를 정부, 지자체 투자와 민간연구단간의 협력으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실증단지 조감도.

비록 23년이 늦은 첫걸음이지만, 독일과 유럽 국가들의 시행착오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형 제로에너지 주택단지의 정체성을 수립하여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인 제로에너지 단지를 실증하고자 한다.

부지는 노원구에서 무상으로 제공하고, 총 사업비 442억원 중 투자주체인 노원구와 서울시가 일반건축비 202억원을 부담한다. 나머지 240억원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비(정부출연금) 180억원과 기업부담금 60억원으로 충당한다.

일반 공사비 대비 패시브기술과 신재생에너지기술 투입으로 인한 추가 상승은 25%:17%로 예측되고 있다. 1990년 이후 전국 평균에너지 물가상승률(4.08%)만 대입하여 손익분기점을 예측한다면 대략 33년 이후부터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이러한 경제성과 손익분기점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아직 공사가 완료된 시점도 아니며, 경제성 분석을 위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모두 가정에 불가하기 때문이다. 본 실증주택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경제성분석과 비즈니스모델개발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화석에너지제로 국민임대주택 실증단지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그리고 노원구의 공동 투자,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주택 컨소시엄의 연구와 실증 및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R&D연구 관리를 통해 실현될 것이다.

동 실증단지가 완공되는 2016년 시점에서 제로에너지 주택의 설계, 시공, 및 감리기술, 그리고 경제성,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까지 검증된다면 에너지절약주택과 제로에너지주택의 가치는 재평가 받게 될 것이며,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창조적 산물로 부각될 것이 예상된다.

제로에너지주택을 통해 우리나라는 국가 로드맵을 실천하기 위한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 ‘녹색거점’ 이라는 국가적 지위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그림1> 1991년 다름슈타트 크라니히슈타인에 지어진 세계 최초의 패시브 성능을 만족한 연립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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