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에너지신문] 올 1분기 일본이 세계 태양광 산업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세계 태양광 수요는 9.34GW를 기록했고, 일본은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2.21GW를 설치, 전체 수요의 24%를 차지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신재생 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보다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통한 태양광 발전 확산 의지를 표명하며, 2009년 재도입한 ‘고정가격매입제도’를 2012년 ‘재생가능 에너지 전량 매입제도’로 개정했다. 개정의 주요 골자는 10kW 미만의 주택용 태양광 발전설비 위주로 적용했던 높은 매입가격(38엔/kWh)을 10kW 이상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일본 태양광 시장은 2013년 세계 2위, 2014년 1분기 세계 1위의 수요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은 기존 최대 수요국인 독일이나 중국과는 사뭇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일본의 태양광 산업은 증설을 자제하고 있는 제조업 대신, 발전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발전 서비스의 영역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이에 더해 태양광 발전은 개정된 FIT(Feed in Tariff : 전력매입제도)로 인해 10kW 이상의 발전에 대해서도 전력 판매를 통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력 소매 완전 자유화와 확대된 FIT로 인해 기업들의 태양광 발전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프트뱅크, 마루베니상사, 도요타 등 태양광 사업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유통구조가 달라졌다. FIT를 부활시킨 2009년부터 야마다전기, 코지마, 빅카메라 등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주거 전반에 관련된 잡화와 설비, 인테리어 제품들을 판매하는 홈센터도 새로운 유통채널로 떠올랐다. 2012년 도입한 ‘지붕 대여제’는 기존 B2B 유통구조에 부동산업의 성격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솔루션 사업으로의 확장이다. 태양광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품 위주의 사업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여려워 영역 확장은 당연한 전략이었다.

일본 태양광 시장의 부활은 국내 태양광 기업에게 ‘가뭄에 단비’와 같다. 일본 태양광 시장은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폴리실리콘, 셀·모듈 등 전체 밸류체인에 걸쳐 30~40%(2012년 기준)까지 떨어졌던 국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80~90%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의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들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에 유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내수시장은 일반적으로 자국 기업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성장한다는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가격 경쟁력만으로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

하지만 점점 거세지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보조금 축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의 보전을 위해 EPC, 발전사업자 등 다운스트림에서는 저가의 모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가격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중국 기업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태양광 시장이 지속적으로 고성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기존 태양광 시장과는 다르게 조성되고 있는 일본 시장의 특징이 주류가 될지에 대해서도 아직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본 태양광 시장의 방향은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 관리에 대한 미래 방향성과 맞물리는 것은 사실이다. 설령 일본 태양광 시장이 보조금 축소로 인해 버블이 꺼진다 할지라도, 국내 기업에게는 태양광 산업의 게임 룰, 더 나아가서는 전력 산업의 게임 룰에 대한 고민과 대응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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