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중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어두운 터널 지나 장밋빛 미래 성큼-
-여전히 변수 상존…아이덴티티 필요-


[에너지신문]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세월호 사고 때문에 계절의 여왕 운운한다는 것이 송구하기도 하지만 5월의 훈풍이 침울해진 이 사회에 활력을 주기를 기원한다.

마침 태양광산업은 올해 들어 5월의 훈풍과 같은 따뜻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지난 수년간 공급과잉과 이로 인해 원가 이하로 형성된 판가, 유럽시장의 축소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수많은 태양광기업들이 구조조정의 파고를 겪었다.

그동안 태양광과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가격급락, 구조조정, 가동중지, 적자, 폐업, 사업철수, 무역분쟁과 같은 어두운 제목의 기사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태양광산업에 매섭게 몰아치던 한파가 끝나고 훈풍을 감지할 수 있는 좋은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산업현장에서 많이 감지할 수 있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풀가동 상태인 태양광기업들이 많아졌다.

기업들 가운데는 조심스럽게 투자를 늘리며 생산능력을 높이는 곳도 있다. 일본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중국보다 품질경쟁력이 뛰어나며 서구기업보다 가격이 저렴한 우리 제품들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유럽시장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으며 향후의 태양광시장도 꾸준하게 확장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당장 올 한해에 50GW에 가까운 태양광발전시설이 전 세계에 새로 설치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태양광시장이 확장되는 데는 여러 배경이 있는데 먼저 시장 다변화를 통한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언급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 태양광시장이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및 미국 등의 비유럽국가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남미,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시장이 움트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개발되고 있다.공급과잉 과정을 거치며 태양광기업들은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태양광발전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과도기적으로 융자와 세제지원 등을 활용한 단계를 지나면 독일과 같이 전력요금이 높은 국가에서는 보조금 없이 순수하게 태양광발전으로도 다른 전원(電源)과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시민들도 에너지를 수급 받아서 쓰는 단순한 수용적인 입장에서 머물지 않고 태양광발전을 이용해 자신의 주택 혹은 자신의 거주지나 사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하고 공급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태양광산업의 패러다임 확장이다. 단순하게 태양광발전 장치에 들어가는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 에너지산업으로 진화한 것이다.발전소를 개발하고 시공해 운영하면서 전력을 판매하는 프로젝트 산업으로서의 모습도 다져지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차세대 에너지기술 및 IT기술 등과의 융합을 통해 에너지 솔루션 사업으로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태양광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태양광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로 가득 찼던 언론의 지면도 최근에는 장밋빛 전망을 담은 내용들로 넘쳐나고 있다.그렇지만 여전히 다양한 변수들이 상존(尙存)하고 있다.

업계를 괴롭혔던 공급과잉의 주범이 중국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국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 중국정부는 지난 1월초에 금융 등의 정책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국의 태양광기업을 109개로 압축해 발표했다.

사실 이 리스트의 숫자도 여전히 많게 느껴지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중국 기업들이 각 지방정부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우리가 속칭 좀비(zombie)라 부르는 휴지(休止)상태의 중국 기업들이 시장상태가 좋아지면 바로 생산품을 쏟아낼 수도 있다. 세계 태양광시장은 다변화를 통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 태양광기업들은 시장다극화의 흐름에서 아직 이니셔티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중국, 인도와 같이 우리 기업들이 사실상 진출 못하는 시장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시장은 그리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태양광시장이 제대로 움트지도 않은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러시아 같은 나라는 자국산 의무화부터 천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태양광 시장을 블록(block)화 함으로써 수출의존형일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각 밸류체인별로 소수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데 아직 우리 기업들은 특정 영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무대에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많은 태양광기업들이 올 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매물로 나온 독일의 Aleo Solar에서 보듯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은 지금도 계속 구조조정의 파고(波高) 속에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태양광산업의 패러다임이 확대되며 보조금 중심에서 자발적인 경제성 중심으로 이향되고 있는 지금의 태양광시장의 분위기는 분명 우리에게 기회다. 이것이 한 번 지나가는 바람이 되지 않고 진정한 도약의 기반이 되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기업측면에서는 여전히 태양광산업의 화두인 비용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차피 우리가 인건비나 인프라 비용으로 중국과 비용경쟁력 싸움을 할 수는 없다.대신 반도체나 LCD에서 했듯 공정단축, 재료사용량 절감과 같은 기술적 노력과 선제적 의사결정으로 비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세계 각국의 태양광기업들은 보다 수익이 좋은 태양광발전소 개발분야로 사업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앞서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등의 차세대 에너지기술과 유관산업과의 연계효과를 높여 우리만의 산업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앞서 있는 연관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태양광산업에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노력과 협력 체제도 필요하다. 우리 산업이 지금의 훈풍을 타고 성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정책과 금융의 지원도 두말할 나위 없는 요청사항이다.

태양광발전의 다양한 응용분야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앞서 나가는데 필요하다. 이런 노력의 결실들이 하나씩 열매를 맺을 때 지금 우리에게 온 태양광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총화단결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 때가 있었다. 지금 이런 말을 쓰면 구시대의 잔재를 끄집어내는 것 같지만, 지금은 태양광산업에 이 말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업계, 정부, 학계는 물론이고 시민과 언론도 함께 뭉쳐 이 훈풍을 타고 우리 태양광산업이 승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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