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국내 건조 LNG선 전 세계 수송량의 63%
KC-1 LNG선 화물창, 국적선 탑재 예정

[에너지신문] 창조경제는 현 정부의 국정목표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거론되는 정책이다. 창조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창의적인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스산업계에서도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637억불로 4년 연속 600억불을 돌파했다. 이 중에서 석유가스 부문의 수주액은 79%나 증가해 전체 해외플랜트 수주를 주도했고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액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양플랜트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 미래의 먹거리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해양플랜트 발전방안을 수립해 시행 중에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천연가스의 가치사슬에 연관된 조선산업과 해양플랜트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 Drill Ship 시추설비.
◆세계 1위의 조선강국

1990년에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LNG를 도입하기 위한 국적 LNG선박 건조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온갖 우려와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국적선 사업을 추진한 결과 1994년 제1호 국적선인 ‘현대유토피아’ 호를 취항시킴으로써 우리나라는 LNG선박 건조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후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까지 총 21척의 LNG선박을 국내조선소에 발주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박은 모두 381척으로 이 중 55%인 210척이 국내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LNG선박의 수송용량은 3488만㎥로 전세계 수송용량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건조 중인 LNG선박은 모두 105척으로 이 가운데 82%인 86척(1400만㎥)이 국내조선소에서 건조 중에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한 LNG선박은 모두 292척으로 이러한 성과는 약 88조476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함께 약 70만40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창조경제와 기조를 같이하는 모델로서 정부와 에너지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소는 지난 몇해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부유식 해양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FLNG(LNG-FPSO) 2척을 모두 수주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과시했다. FLNG(Floating LNG)는 해양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 저장 및 출하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로 LNG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라고도 한다.

삼성중공업이 프랑스의 Technip과 함께 수주한 Prelude FLNG는 연간 36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로 길이 488m, 폭 74m, 총무게 60만톤 정도로 세계 최대의 항공모함보다 5배이상 무거우며 계약금액이 6조원을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에서 수주한 말레이시아 FLNG는 연간 LNG 생산량이 120만톤으로 Prelude F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해양 액화플랜트지만 2015년 생산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세계 최초로 가동되는 FLNG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천연가스 가치사슬의 하류부문에 있는 LNG-FSRU는 초기 예상과는 달리 기존의 LNG선박을 FSRU로 개조하는 방향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추진돼 신조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두바이, 이탈리아 등에서 이러한 LNG-FSRU가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17만㎥급 LNG-FSRU를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신조 FSRU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현재까지 신조로 발주된 8척을 모두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성과를 올렸다.

LNG-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는 해상에서 LNG를 하역해 저장 및 재기화시켜 소비처로 보내는 해양플랜트로 선체 위에 재기화설비가 장착되어 있다.

▲ Pilot 액화플랜트
◆풀어야 할 숙제

그러나 천연가스 산업계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계가 협력해 일궈낸 이러한 모범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우선, LNG선박의 핵심기술인 화물탱크에 대한 완전한 기술자립을 이뤄야 한다. 현재 LNG선 한 척당 선박가격의 4~5%에 해당하는 100억원 정도의 로얄티를 해외 원천기술사에 지불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LNG선 건조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돼 중국 등 경쟁국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연구사업으로 개발된 KC-1 LNG선 화물창 기술을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국적선 건조사업에 탑재할 계획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기회를 통해 KC-1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해양가스전의 시추, 생산, 공급을 위한 해양플랜트의 Topside 설비에 대한 기본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체에 대한 기술은 세계 최강이지만 Topside 기술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일례로 LNG-FPSO의 경우 Topside 플랜트는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지만 육상 LNG액화플랜트 EPC 실적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Technip, 일본의 Chiyoda, JGC, 미국의 KBR, 독일의 Linde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2008년부터 국토교통부의 국가연구사업인 LNG플랜트사업단 과제를 통해 독자적인 천연가스 액화공정 KSMR을 개발했고, 현재 개발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일산 100톤급 Pilot 액화플랜트를 건설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연산 500만톤급 육상용 액화플랜트에 대한 기본설계와 연산 250만톤급 LNG-FPSO에 대한 기본설계를 수행 중에 있다. 또한 정부는 2012년부터 해양플랜트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지난해부터는 해양플랜트 특성화대학을 선정해 해양플랜트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셋째, 천연가스 가치사슬에서 필요한 기자재 산업의 육성이다.

육상 및 해양 가스플랜트에 소요되는 기자재는 수만 종에 달한다. 그러나 해양가스전을 개발, 생산하는 해양플랜트에 소요되는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육상 가스플랜트도 비슷한 실정이다. 천연가스 액화플랜트의 전처리설비, 액화설비, 출하설비, 발전설비, 그리고 Drilling Rig의 시추장비, 발전설비 등 주요 기자재는 모두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

가스설비에 들어가는 기자재는 기술개발을 거쳐 상용화로 이어지는 길이 매우 험난하다.

특히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엄청난 설비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보다는 실증시험이 더 부담스러운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LNG선박에 설치되는 LNG펌프의 경우 실증시험설비를 구축하는데 최소 1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자재 관련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임을 감안할 때 이 실증시험설비가 얼마나 부담을 주는 설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기자재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실증시험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끝으로, 천연가스의 풍부한 매장량과 전세계적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관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해양플랜트업계의 역할도 점점 증대되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원천기술과 기본설계 기반없이 시공위주의 성장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렵고, 해당산업의 성장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원천기술과 핵심기자재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업계에서는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패키지형 자원개발사업 등을 활용해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에서 우리기업의 시장진입을 위한 수행실적(Track Record) 확보방안 마련, 실증시험설비(Test Bed) 지원 등 업계의 요구에 눈높이를 맞추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우리 주도의 프로젝트를 개발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천연가스 가치사슬에서 조선산업과 해양플랜트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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