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발전소나 송전탑의 건설 시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전기사업자가 발전소·송전탑 건설을 위해 시행해야 하는 설명회는 물론이고 매 2년마다 진행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2회 이상 설명회·공청회가 무산될 경우 이를 개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보안책으로 공청회를 열지 않을 경우 공청회 미개최 사유와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의 열람방법, 의견제출의 시기와 방법 등을 게재해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로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사전 기초조사에 발전설비가 환경과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발전사업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포함시키고 이에 대한 지역주민과 관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결국 이같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이해관계자,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국민의견 반영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이다. 국민참여를 제한하려는 빗나간 의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번 개정안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청회 제도의 의미를 무색케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기사업법에서는 설명회·공청회 개최를 1회에 한정함으로써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공청회를 개최할 때 마다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공청회장 시위, 단상 점거 등과 같은 ‘파행 공청회’로 이어졌다.

사실상 정부가 계획(안)을 확정해 놓고 공청회를 열다보니 ‘형식적인 공청회’라는 비판속에서 공권력을 동원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계획 수립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신중한 논의속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장이 되어야 할 공청회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벌써부터 올해말 논의될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앞 둔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에너지 관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 만큼 중요한 사안이기에 최소한의 의견수렴절차인 공청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부안 방폐장 건설 사태와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부안의 방폐장 건설 유치를 막기위해 벌였던 정부와 주민간의 갈등을 되새김해야 한다. 당시 부안군수의 자기지역개발에 대한 성급한 욕심과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안이한 정책 강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지금도 2명의 지역주민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장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반대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찬반을 떠나 명확한 것은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에너지산업의 중요성과 타당성이 강조되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법률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허용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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