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전쟁의 잿더미에서 출발해 60여년간 전세계가 놀랄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매년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돼오던 우리나라의 절박한 에너지 수급문제는 이제 타성이 붙어 어느덧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세계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국민들은 예비전력의 수치에 따라서 특히 요즈음과 같은 여름철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왔다 갔다 하는 전력경보에 짜증이 날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갑자기 들이 닥쳐올 줄 모르는 블랙아웃 공포를 안고 사는 요즈음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을 정도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이상기온현상, 급속한 경제성장 그리고 그 후유증, 또한 벼락치기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인한 전력량의 급증은 우리를 밤낮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특히 가전제품은 문명의 이기임에는 틀림없으나 반대로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또 전력의 수요량을 급증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력의 공급능력과 에너지정책은 우리생활의 삶의 증가 속도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닥쳐온 엄연한 현실이다.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에너지는 우리의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국가경제가 유지되고 우리 생활을 풍요하게 유지하는데 기본이 되는 여건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에너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97%의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자립도는 3%정도의 미미한 여건이다. 원활한 에너지의 공급을 위해서 그동안 원자력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그러한 노하우를 살려 원전을 수출하려고 그동안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쉽지 않고 아직까지도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일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잇달아 원전사고가 발생하여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깊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계층 간에 심한 에너지 갈등을 조장하여 당국의 체계나 체제자체에 대하여도 국민들이 불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원전에 의한 위험요소와 폐기물처리와 같은 기본적 문제조차도 해결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사용비중이 높지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화석에너지는 근래 가격의 상승 등 위험요인이 많은데다가 환경을 훼손하는 부차적인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때마침 불어 닥친 유럽의 경기침체와 아시아 국가들의 에너지소비 확대로 세계의 에너지 판도가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슬그머니 옮겨오고 있으며 이러한 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에너지의 판도와 시장추이를 도외시하고서는 앞으로 절대로 국내의 에너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에너지의 지속적이고도 원활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에너지문제에 대한 거국적인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공급중심의 에너지정책과 백화점이나 공공건물, 대형건물의 실내온도 제한과 같은 단순하고도 천편일률적인 수요관리정책에서 지체 없이 탈피하여 스마트플려그,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거래시장의 활성화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기반과 연계된 수요관리정책을 과감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또 고효율의 LED조명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또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 철저한 에너지관리시스템설치를 유도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의 원활한 조화와 형평성을 개선하여야 한다.

정부당국은 물론 에너지업계가 에너지문제에 대해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과 비전으로 당면한 전력문제를 지속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미봉책을 탈피하고 선제적이고 안정적인 미래 에너지자원확보를 위한 궁극적인 해법을 찾아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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