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돕고, 한없이 돕고, 도와주고 또 도와주고, 전화 없이도 도와 드리겠습니다”

10일 산업부를 비롯해 국내 천연가스산업 도소매사업자가 한자리에 모인 신년 인사회에서 나온 인사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영하의 강추위를 녹인 이 말은 다름 아닌 건배사.

요즘 흔 하디 흔 한 것이 건배사이지만, 이날의 ‘무한도전’ 건배사는 나름대로 의미심장하게 들렸다는 게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건배사를 한 이는 가스 공급자인 한국가스공사 사장이고, 함께 자리한 인사들은 구매자인 도시가스사 대표들이니 굳이 경제용어(?)를 들이댄다면 을과 갑의 관계라 하겠다. ‘을’인 공급자가 ‘갑중의 갑’인 구매고객을 위해 낮은 자세로 무엇이든 돕고, 또 돕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하지만 그 동안 천연가스사업에 있어서 갑과 을의 관계는 애매모호한 측면이 컸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다양한 갑질들의 횡포로 인해 갑을의 관계를 설정하고 논하는 것조차 약간의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겠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 동안 천연가스산업에서는 뒤바뀐 갑을의 관계에 대한 볼멘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물건을 대량 구매하면서도 구매자인 도시가스사업자 어느 누구도 스스로를 ‘갑’으로, 가스공사를 ‘을’로 여기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만큼 완전 독점산업의 구조 속에서 단일 공급사업자가 갖는 독점적 지위가 막강했다는 의미리라.

하지만 이제 갑인지, 을인지 모를 그 가스공사가 공기업 혁신 차원에서라도 고객인 도시가스사업자를 위해 돕고 또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니 앞으로의 날들을 지켜볼 일이다.

이쯤에서 도시가스사업자도 이 ‘무한도전’의 건배사를 스스로에게 적용하길 기대해 본다.

직접적인 고객인 가스소비자를 대상으로는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과도 이 ‘무한도전’의 정신을 발휘하길 바란다. 물론 가벼운 건배사에 지나친 의미를 두는 것은 경계하자.

하지만 제대로 된 무한도전 정신이 발휘된다면 사람도, 기업도, 사회도 조금은 더 살아볼 만한, 견뎌볼 만한 기대와 희망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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