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전력노조 사무처장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적 현상은 수급위기로 나타나고 있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정부의 정책수단이 오히려 수급위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상적인 전력거래제도는 막대한 초과이윤을 발생시켜 발전사업이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민자발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전력수급의 핵심적인 정책인 수요관리 또한 시장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정책은 더욱 심각하다. 물가안정을 내세우며 전기요금을 억제시킨 결과, 타에너지에 비해 상대가격이 급락하면서 전력수요는 급등하였고 국가 전체적으로 에너지사용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수급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민자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 확대 정책과 정부의 요금정책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시장확대 정책과 정부의 요금정책 실패는 1999년부터 시작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정책에서 출발한다. 당초 정부는 전력산업의 분할·민영화 및 경쟁체제로 재편하여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기존 한전의 발전부문과 배전부문을 분할하여 경쟁체제로 재편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을 추진했다. 2001년 발전부문의 분할이 이뤄졌지만 발전부문의 민영화와 배전부문의 분할민영화는 대내외적인 상황변화로 중단됐다.

2004년 배전분할 정책 중단이후에는 발전경쟁단계인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구역전기사업제도, 전력직거래제도 도입을 비롯한 시장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특히 2005년에는 에너지기본법(현, 에너지법)을 제정하여 ‘시장경쟁’을 에너지정책의 기본원칙으로 정하면서, 전력산업 전 분야에 걸쳐 시장경쟁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심화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전비리로 인한 정지사태가 마치 전력수급위기의 본질로 제기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 원전비리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중단이 최근 전력수급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그러나 원자력 중단사태가 없었다고 해도 올 여름의 수급위기는 강력한 절전규제 없이는 사실상 해결할 수단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원전사태가 수급위기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오히려 원전 사태가 사실상 정부의 정책 실패 문제를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면서, 수급문제를 비롯한 전력산업 정책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발전의 확대 등 발전부문의 경쟁정책과 기존의 구역전기사업제도 등 판매부분의 시장화 정책추진으로 수급위기와 요금 인상 등 막대한 정책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구조개편 이후 추진된 정부의 전력산업 시장화 정책에 기인한다.

따라서 현재의 전력산업 시장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성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할된 발전회사를 한전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포함한 전력산업의 재통합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한전의 발전자회사에 대한 시장형공기업 지정해제를 비롯하여 한전이 실질적인 전력 수급 책임을 맡을 수 있는 통제·관리 체제로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소비자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시장경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변경에 대해서는 시장에 의한 요금 결정방식이 아닌, 현행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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